성범죄 온상 '모바일 채팅앱' 천태만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얼마면 줄래?”

[일요시사=사회팀] 바야흐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잇단 모바일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마트폰 유저에 노인들도 동참할 정도로 스마트폰은 대세를 달리면서 다양한 앱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채팅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인기가 많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기리에 성행하는 이 같은 채팅앱이 최근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되고 있다. 성범죄를 부르는 모바일 채팅앱의 실태를 알아봤다.

“몇 살이야? 지금 만날래?”

10대 여학생에게 보낸 한 30대 남성의 메시지다. 평범한 회사원인 김모씨는 스마트폰 한 채팅앱을 통해 10대 여학생들에게 원조 교제를 하자고 유혹했다. 김씨는 ‘조건 만남’ ‘원조 교제’ 등을 제목으로 지정한 뒤 채팅방을 만들었다.

호기심에 채팅방에 들어온 10대 여학생들은 김씨와 음란한 대화를 나눴고, 그는 자신의 성기와 음란사진 등을 여학생들에게 전송했다. 그는 10대 여학생들에게 성기 및 가슴 사진, 음란행위 동영상 등을 요구해 건네받기도 했다.

여학생 표적?

음란물을 먼저 보낸 것은 김씨 측이었다. 그는 대화 도중 자신의 중요 신체 부위를 찍어 학생들에게 전송하고, 여학생들에게도 개개인의 신체부위를 찍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낼 것을 제안했다. 이어 그는 돈을 준다고 유혹하며 성매매를 권유하기도 했다.


피해자인 10대 여자아이들 중 1명은 “성관계까지 요구할 줄은 몰랐다. 그냥 호기심에 한번 들어갔던 것뿐인데 신체사진과 동영상을 요구해 무서웠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김씨를 미성년자 음란물 소지 혐의 등으로 검거했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른 남성은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니었다. 김씨 외에 음란물 소지 및 전송, 성매매를 저지른 남성들은 30여 명에 달했으며 개중에는 변호사·회사원·대학생 등 대부분 20∼50대의 고학력자였다.

편리한 의사소통 수단에서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돼버린 채팅앱. 국내외에서 제작돼 현존하고 있는 채팅앱은 무려 100여 개에 달한다. 유명한 채팅앱으로는 카카오톡·틱톡·하이데어 등이 있다. 문제는 채팅앱 가운데 서로 불쾌한 대화나 파일 등이 오가도 ‘신고하기’ 기능조차 없는 허술한 앱들까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찰이 이용자가 60여 만명인 한 앱을 한 달간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조건 만남이나 원조 교제 등 성매매를 암시한 메시지를 전송한 성인 남성이 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서로 성별을 물을 때 남성은 ‘ㄴㅈ’, 여성은 ‘ㅇㅈ’라며 은어를 지정한 뒤 성별을 알아냈고, 음란대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0∼40대 남성들이 채팅앱을 통해 자신의 음란한 신체사진 1만7000여 건을 10대 여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다음은 음란채팅을 한 30대 남성과 10대 여학생의 대화 중 일부를 발췌했다.

남성(남) : “ㅇㅈ?”
여성(여) : “ㅇㅇ(응). 넌?”
남 : “ㄴㅈ. 너 변(변태)이야?”
여 : “ㅇㅇ.”
남 : “나도. 네 XX 보여줘.”
여 : “창피한데…. 그쪽 먼저.”
남 : “보여줘. 내가 이쁘게 빨아줄게.”

이 같이 채팅앱은 오직 닉네임만으로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그 흔한 나이제한과 실명제 기능도 없어 음란한 대화가 오갈 수 있다. 채팅앱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상정보가 철저히 숨겨진 공간에서 타인과 더욱 은밀하고 과감한 수위의 대화와 사진 등을 주고받았다. 그 공간은 채팅을 하는 이들이 오프라인에서는 시도조차 못할 언어 성폭력 뿐 아니라 변태적인 사진과 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이자 해방구인 것이다.

10대 청소년들과 채팅을 즐기는 성인 남성들은 단순히 채팅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직접 만나 성관계를 맺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특히 남성들과 성관계를 갖는 청소년의 경우, 돈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가출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상당수 가출 청소년들이 숙박비를 해결하기 위해 채팅앱을 내려 받아 성매수남을 찾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대 소녀 유혹 변호사 등 무더기 검거
조건만남·원조교제 창구 무려 100여 개


해외 유저들과도 의사소통의 불편함 없이 자유롭게 채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랜덤채팅인 모 앱에는 한 10대 여학생이 “나 14살인데 가출했음. 나랑 같이 놀아줘. 대신 돈 없으니까 숙식 해결해줄 사람 구함”이란 메시지를 보내며 은밀히 성매매를 유도한 사례가 있다. 일부 성인 남성들도 “쿨 하게 함 즐기자” “SM 할 사람. 여고생만 쪽지” 등 성관계를 의미하는 음란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며 조건만남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앱은 신고하기 기능이 따로 마련돼 있어 운영자가 신고를 받으면 음란 유저를 퇴출시킬 수 있지만, 늘어나는 가입자만큼 음란 유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일일이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여대생 이모씨도 이 같은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으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남성 유모씨를 만났다. 채팅 어플을 통해 유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맺은 이씨는 유씨와 나체사진과 동영상 등을 교환하며 음란대화를 즐겼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지금까지 주고받았던 나체사진과 동영상을 배포하겠다며 이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해온 것. 이씨는 숱한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유씨의 스마트폰의 번호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IP 추적에 나섰지만 끝내 유씨의 신원과 소재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랜덤채팅의 경우, 전화번호가 공개되지 않고 익명으로 대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IP 추적이 쉽지 않아 가해자 검거에 실패하는 게 다반수다”라며 “모바일 채팅앱은 기존에 성범죄 통로가 된 온라인 파일공유 사이트와는 달리 대부분 비실명제로 운영돼 별도의 실명인증 프로그램이 없어 성매매나 음란물이 유포되더라도 적발하기 힘들다”고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명제 시급

채팅앱 제작사들은 애초 스마트폰 유저들끼리 쉽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누릴 수 있도록 앱을 제작·유포했다. 그러나 현재 100여 개에 달하는 채팅앱 가운데 대다수는 영세한 기업이기 때문에 음란물 등 불법정보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 인력이 충분하지도 않을 뿐더러 청소년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는 전무한 실정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범죄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지능화되는 추세다. 아동 및 청소년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모바일 범죄.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앱도 실명제와 인증제도 등을 하루속히 도입해야할 것으로 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