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TV광고 속 ‘박근혜 테러범’ 지충호 근황 & 심경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1: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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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저 너무 억울해요! 박근혜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TV광고에는 ‘그날의 상처’가 등장한다. 광고는 박 후보가 그날의 상처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말한다. 이것은 6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면도칼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날의 범인 지충호씨는 둘도 없는 흉악범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지씨는 ‘교도소 중의 교도소’로 알려진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6년째 수감 중이다. <일요시사>는 선거를 약 2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씨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 그를 단독 면회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의원과 취재기자 등 지충호씨에 대한 면회신청이 불허된 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면회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문을 보내 신청서를 작성하고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요시사>는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했다. 변호사는 그러한 절차는 내부지침으로 일반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며, 변호사든 기자든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첩첩산중 면회
정치적 대화 불허   

취재기자를 보자마자 허리가 굽어져라 꾸벅 인사하는 지씨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저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린 듯했다.

“기자님. 저요.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저 기자님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금 대선후보 박근혜가…”라고 지씨가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쏟아낼 기세였다. 옆에 앉은 교도관이 그를 저지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취재기자는 이미 교도소 측으로부터 “절대 정치적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오갈 경우 면회는 바로 중단된다”는 주의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터였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충호, 면도칼 상해 살인미수 무죄판결 받았다
법원 “생명에 지장 없다” 광고 “죽음의 문턱?”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면회 조건은 단 하나. ‘취재하지 말 것. 안부만 물을 것’.

첩첩산중 같았던 ‘지충호 면회’ 여정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됐다.

지씨를 만나기 하루 전. 취재기자는 면회 예약을 하기 위해 서울 남부교도소로 향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자, 담당자는 지씨와 친인척관계냐고 물었다. 취재기자는  “친인척은 아니며, 주위 아는 분께 지씨 이야기를 들어 안부를 묻고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쩐 일인지 그는 귀신같이 언론인이라는 것을 맞히며 물었다. 담당자는 “접견은 가능하지만 취재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회신청 당일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교도소에 전달됐으며, 상부에 보고됐다고 교도소 관계자는 전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방문’에 교도소는 마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였다.

“안부만 물을 것”
“그래도 먼길 온 사람”

취재기자는 12월6일 오전 8시40분 경북 진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12시경. 취재기자는 ‘다급한’ 목소리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다. 교도소 총무과였다.

목적지인 경북 청송군 진보에 내려 서둘러 해당부서에 전화했다. “접견하기 전에 반드시 총무과에 들르라”는 이야기였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무리 기자라지만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입구에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은 접견자가 총무과에 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아해했다. 그들은 “지씨가 워낙 위험인물이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기 위해 들르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총무과 관계자는 ‘면회불허’ 통보 전화였다고 밝혔다. 자칫 헛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면회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교도소 측은 “그냥, 조금 문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 된 인물과 관계돼서…. 우리 입장에서 지충호든 조두순이든,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면 그에 상응한…”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상 살다 보니 억울한 일 많아 답답하다”
“지난날,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지씨와의 면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상부로부터 받는 압력,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수차례 “대선이 끝나고 정식으로 취재절차를 밟고 다시 오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히 제안했다.

그들은 충분히(?) 점잖았다. 그럼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안부는커녕, ‘못 올 데를 왔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청 당시 말했던 ‘안부만 묻는 것’에서 조건이 하나 더 얹혀졌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기사를 쓰지 말 것’이라는 요구조건을 달며 ‘약속문’이라는 제목의 각서에 서명을 제안했다.


사전에 교도소 측이 “제시하는 서류에 서명해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은 것에 취재기자가 “그렇다”고 답한 이유였다. 내용을 확인한 취재기자는 “면회 안 하면 안 했지, 양심에 반하는 서명은 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거절했다.

“눈, 당뇨 때문에 고생”
“외부 치료 원한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사전면담(?) 끝에 “먼 길 안부를 물으러 온 사람, 되돌려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가까스로 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지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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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만났다.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만난 것이다. 대선 관련해서 언급하면 면회가 중지될 것이다.

▲ (하던 말은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나도 기자님 못 만나는 줄 알았다.


- 안부만 묻겠다. 생활은 잘하고 있는가?

▲ 잘하고 있다.

- 교도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뭔가?

▲ 지금 많이 아프다. 몸도 너무 힘들다. 눈도 안 좋고, 당뇨가 있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 교도소에서 약을 주고, 치료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 그렇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외부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싶다.

- 모범수가 되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 기자님 말씀이 맞다. 당뇨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인다.

-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 편지가 외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랬다. 불만이 쌓이다 보니 폭력을 휘둘렀다.

- 국가인권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관에 탄원서 형식의 서면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아는데.

▲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무슨 일인지 모든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

- 누구에게 보내려고 했나?

▲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이영훈 목사님께 편지를 보내려고 했다. 간증도 받고, 회개도 하고…. 지난날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싶다.

- 이영훈 목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테이프와 책을 통해 말씀을 접했다. 목사님을 통해 반성했다. 그리고 목사님께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분과 서신을 주고받길 원한다. 나가면 교도소 관계자분들께 꼭 말씀해 달라. 

- 전하도록 하겠다.

▲ 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답답하다. 세상 살다 보니 너무 억울한 일이 많아서 면도칼로 그만…. 죽이려고 했다거나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믿어 달라. 참으로 어리석었다. 

- 이것만 확실히 하자. 억울하든 뭐든, 그때 일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나.

▲ 그렇다. 다 내가 잘못한 일이다.

- 폭력은 안 된다. 어떤 이유든 지탄받아 마땅하다.

▲ 항상 기억하겠다.

-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이 되려면 반듯하게 생활해야 할 텐데.

▲ 마땅하다. 새사람 되려고 한다. 말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 교도소 안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는 있나?

▲ 없다. 하지만 지충호라고 하면 다 안다.

- 교도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 맞다. 저도 (옆에 입회한 관계자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교도관님들이 ‘지충호 이제 다르다. 사람 됐다’ 이런 생각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겨울인데 건강하게 생활 잘하시길 바란다.

▲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어떻게 예전처럼 살 수 있겠나. 너무 감사하다.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새해 인사 미리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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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 아니다”

지충호씨는 지난 2007년 1월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공직선거법위반, 공갈미수, 공용물건손상 등의 죄에 대해 1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기소한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상해가 아닌 점, 더 이상의 상해를 시도한 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박 후보의 그날의 상처를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상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씨는 박 후보를 죽음의 문턱으로 몬 인물로 알려진 채 쓸쓸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씨는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는 한, 나이 60이 다 돼서야 교도소 정문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청송=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테러범' 국선변호사들이 말하는 '그때 그 사건'

 

A변호사

“석궁테러까지…법원, 테러에 예민했나?”

 

- 당시 사건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 지충호로서는 엄청나게 억울한 사건이다. 변론하면서 배후도 전혀 없고 살인미수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살인미수가 무죄란 말인데, 형량을 보면 이거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 형량에 문제가 있었나.

▲ 처음에 살인미수 10년이었는데, 폭처법으로 8년을 선고했다. 보통 살인미수가 인정돼도  7~8년이면 많이 나오는 건데…. 무죄가 났는데 그대로 폭처법에 반영시킨 건 무슨 경우인지.

- 중요인물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 처음에 박근혜를 상대로 해서 간 것도 아니다. 지충호가 거기 간 것은 전에 보호감호 갔다 온 사건이 너무 억울하고, 또 그 안에서 교도관에게 맞아서 눈이 실명된 게 너무 억울해서 이것을 사회에 알리고 싶어서…. 분명 실명은 맞는데 교도관에게 맞은 것은 확인이 안 됐다. 그건 지충호 말일 뿐.

- 처음 계획이라면.

▲ 당시 목표는 오세훈 후보였던 것으로 안다. 연단 옆 계단, 거기서 오세훈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오세훈이가 젊은 사람이어서, 계단으로 안 가고 중간에서 연단으로 갑자기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포기한 거지.

- 그런데 왜 박 대표를 공격했나.

▲ 방송에서 박근혜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 박근혜가 그 앞으로 와서 칼을 꺼냈는데, 한쪽 눈이 실명돼서 원근감이 없었던 지충호가 그만…. 내가 변론에서 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했는지 배경을 다 이야기했다. 보호감호 가게 된 것도, 지충호가 억울한 것은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치정관계로 남편이 고소한 사건인데 딱 그거 하나 실형 선고하면서 보호감호로 보내 버린 거였다.

- 형량이 과한 이유라도 있었나.

▲ 그 부분에 법원이 왜 그렇게 세게 선고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그때 마침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석궁사건’이 있었다. 법원 판사도 테러를 당했다고. 테러에 대해 엄청 예민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그땐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 사건이 박 후보의 TV 광고에 나오고 있는데.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마음을 넓게 써서 지충호를 사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량은 분명히 지나쳤었다. 

 

B변호사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사방에 끌려 다녀!”

 

-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배후설이 있었는데.

▲ 그것 때문에 그분(지충호)을 불쌍하게 봤었다. 우발적 사건은 맞는데,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서 이런저런 혐의 다 받았었다. 특히 조직범죄, 이를테면 야당의 계획적 테러라는…. 수괴가 누구냐. 이것을 계속 추궁 받았다. 다행히 배후가 없다고 밝혀졌다.

- 지충호씨는 어땠나.

▲ 내가 그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나는 정말로 억울한 사정 하소연하려고 했을 뿐인데, 왜 나를 조직범죄의 수괴로 몰고 가느냐” 이것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다. 검찰에서 당연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니까 수사하는 건 당연한데 피고인으로서는 답답한 거다. 가뜩이나 불안한데…. 어쩌다 정치판에 껴들게 돼서, 참 불쌍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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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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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