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TV광고 속 ‘박근혜 테러범’ 지충호 근황 & 심경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1:20:41
  • 댓글 0개

“기자님, 저 너무 억울해요! 박근혜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TV광고에는 ‘그날의 상처’가 등장한다. 광고는 박 후보가 그날의 상처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말한다. 이것은 6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면도칼 테러’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날의 범인 지충호씨는 둘도 없는 흉악범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지씨는 ‘교도소 중의 교도소’로 알려진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6년째 수감 중이다. <일요시사>는 선거를 약 2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지씨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 그를 단독 면회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그동안 국회의원과 취재기자 등 지충호씨에 대한 면회신청이 불허된 적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면회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문을 보내 신청서를 작성하고 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요시사>는 변호사에게 법률자문을 했다. 변호사는 그러한 절차는 내부지침으로 일반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으며, 변호사든 기자든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첩첩산중 면회
정치적 대화 불허   

취재기자를 보자마자 허리가 굽어져라 꾸벅 인사하는 지씨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저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하소연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린 듯했다.

“기자님. 저요. 얼마나 억울한지 몰라요. 저 기자님께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금 대선후보 박근혜가…”라고 지씨가 말문을 열었다. 무슨 말이라도 쏟아낼 기세였다. 옆에 앉은 교도관이 그를 저지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취재기자는 이미 교도소 측으로부터 “절대 정치적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이야기가 오갈 경우 면회는 바로 중단된다”는 주의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터였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다.

지충호, 면도칼 상해 살인미수 무죄판결 받았다
법원 “생명에 지장 없다” 광고 “죽음의 문턱?”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면회 조건은 단 하나. ‘취재하지 말 것. 안부만 물을 것’.

첩첩산중 같았던 ‘지충호 면회’ 여정은,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됐다.

지씨를 만나기 하루 전. 취재기자는 면회 예약을 하기 위해 서울 남부교도소로 향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담당자에게 서류를 제출하자, 담당자는 지씨와 친인척관계냐고 물었다. 취재기자는  “친인척은 아니며, 주위 아는 분께 지씨 이야기를 들어 안부를 묻고자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쩐 일인지 그는 귀신같이 언론인이라는 것을 맞히며 물었다. 담당자는 “접견은 가능하지만 취재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회신청 당일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교도소에 전달됐으며, 상부에 보고됐다고 교도소 관계자는 전했다. 갑작스러운 ‘기자의 방문’에 교도소는 마치 ‘비상체제’에 돌입한 분위기였다.

“안부만 물을 것”
“그래도 먼길 온 사람”

취재기자는 12월6일 오전 8시40분 경북 진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전 12시경. 취재기자는 ‘다급한’ 목소리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했다. 교도소 총무과였다.

목적지인 경북 청송군 진보에 내려 서둘러 해당부서에 전화했다. “접견하기 전에 반드시 총무과에 들르라”는 이야기였다.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무리 기자라지만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교도소 입구에서 정복을 입은 두 명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은 접견자가 총무과에 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의아해했다. 그들은 “지씨가 워낙 위험인물이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기 위해 들르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총무과 관계자는 ‘면회불허’ 통보 전화였다고 밝혔다. 자칫 헛걸음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면회가 까다로운 이유에 대해 교도소 측은 “그냥, 조금 문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 된 인물과 관계돼서…. 우리 입장에서 지충호든 조두순이든,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 보도되면 그에 상응한…”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세상 살다 보니 억울한 일 많아 답답하다”
“지난날,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지씨와의 면회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상부로부터 받는 압력,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수차례 “대선이 끝나고 정식으로 취재절차를 밟고 다시 오는 것이 어떠냐”고 정중히 제안했다.

그들은 충분히(?) 점잖았다. 그럼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안부는커녕, ‘못 올 데를 왔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청 당시 말했던 ‘안부만 묻는 것’에서 조건이 하나 더 얹혀졌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기사를 쓰지 말 것’이라는 요구조건을 달며 ‘약속문’이라는 제목의 각서에 서명을 제안했다.


사전에 교도소 측이 “제시하는 서류에 서명해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은 것에 취재기자가 “그렇다”고 답한 이유였다. 내용을 확인한 취재기자는 “면회 안 하면 안 했지, 양심에 반하는 서명은 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거절했다.

“눈, 당뇨 때문에 고생”
“외부 치료 원한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사전면담(?) 끝에 “먼 길 안부를 물으러 온 사람, 되돌려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교도소 측의 배려로 가까스로 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다음은 지씨와의 일문일답

X                                                       X                                               X

- 어렵게 만났다.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하에 만난 것이다. 대선 관련해서 언급하면 면회가 중지될 것이다.

▲ (하던 말은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 나도 기자님 못 만나는 줄 알았다.


- 안부만 묻겠다. 생활은 잘하고 있는가?

▲ 잘하고 있다.

- 교도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뭔가?

▲ 지금 많이 아프다. 몸도 너무 힘들다. 눈도 안 좋고, 당뇨가 있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 교도소에서 약을 주고, 치료해주고 있다고 들었다.

▲ 그렇다. 하지만 효과가 없다. 외부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싶다.

- 모범수가 되면 원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

▲ 기자님 말씀이 맞다. 당뇨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계속 쌓인다.

- 예전에 교도소 안에서 교도관들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해 문제를 일으켰다고 들었다.

▲ 편지가 외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그랬다. 불만이 쌓이다 보니 폭력을 휘둘렀다.

- 국가인권위원회나 다른 국가기관에 탄원서 형식의 서면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아는데.

▲ 그렇다. 하지만 그 이후로 무슨 일인지 모든 편지가 다시 돌아왔다.

- 누구에게 보내려고 했나?

▲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이영훈 목사님께 편지를 보내려고 했다. 간증도 받고, 회개도 하고…. 지난날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싶다.

- 이영훈 목사는 어떻게 알게 됐나?

▲ 테이프와 책을 통해 말씀을 접했다. 목사님을 통해 반성했다. 그리고 목사님께 심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분과 서신을 주고받길 원한다. 나가면 교도소 관계자분들께 꼭 말씀해 달라. 

- 전하도록 하겠다.

▲ 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다. 답답하다. 세상 살다 보니 너무 억울한 일이 많아서 면도칼로 그만…. 죽이려고 했다거나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믿어 달라. 참으로 어리석었다. 

- 이것만 확실히 하자. 억울하든 뭐든, 그때 일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나.

▲ 그렇다. 다 내가 잘못한 일이다.

- 폭력은 안 된다. 어떤 이유든 지탄받아 마땅하다.

▲ 항상 기억하겠다.

- 사면이나 가석방 대상이 되려면 반듯하게 생활해야 할 텐데.

▲ 마땅하다. 새사람 되려고 한다. 말로만 이러는 것이 아니다.

- 교도소 안에서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한 친구는 있나?

▲ 없다. 하지만 지충호라고 하면 다 안다.

- 교도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 아닌가. 

▲ 맞다. 저도 (옆에 입회한 관계자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교도관님들이 ‘지충호 이제 다르다. 사람 됐다’ 이런 생각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겨울인데 건강하게 생활 잘하시길 바란다.

▲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어떻게 예전처럼 살 수 있겠나. 너무 감사하다.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시고, 새해 인사 미리 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X                                                    X                                              X

“내가 원래부터
악한 사람 아니다”

지충호씨는 지난 2007년 1월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공직선거법위반, 공갈미수, 공용물건손상 등의 죄에 대해 1심에서 1년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기소한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상해가 아닌 점, 더 이상의 상해를 시도한 바 없는 점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박 후보의 그날의 상처를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상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씨는 박 후보를 죽음의 문턱으로 몬 인물로 알려진 채 쓸쓸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씨는 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는 한, 나이 60이 다 돼서야 교도소 정문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청송=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테러범' 국선변호사들이 말하는 '그때 그 사건'

 

A변호사

“석궁테러까지…법원, 테러에 예민했나?”

 

- 당시 사건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

▲ 지충호로서는 엄청나게 억울한 사건이다. 변론하면서 배후도 전혀 없고 살인미수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살인미수가 무죄란 말인데, 형량을 보면 이거 사람이 기절할 정도다.

- 형량에 문제가 있었나.

▲ 처음에 살인미수 10년이었는데, 폭처법으로 8년을 선고했다. 보통 살인미수가 인정돼도  7~8년이면 많이 나오는 건데…. 무죄가 났는데 그대로 폭처법에 반영시킨 건 무슨 경우인지.

- 중요인물에게 상해를 입혔는데.

▲ 처음에 박근혜를 상대로 해서 간 것도 아니다. 지충호가 거기 간 것은 전에 보호감호 갔다 온 사건이 너무 억울하고, 또 그 안에서 교도관에게 맞아서 눈이 실명된 게 너무 억울해서 이것을 사회에 알리고 싶어서…. 분명 실명은 맞는데 교도관에게 맞은 것은 확인이 안 됐다. 그건 지충호 말일 뿐.

- 처음 계획이라면.

▲ 당시 목표는 오세훈 후보였던 것으로 안다. 연단 옆 계단, 거기서 오세훈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오세훈이가 젊은 사람이어서, 계단으로 안 가고 중간에서 연단으로 갑자기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포기한 거지.

- 그런데 왜 박 대표를 공격했나.

▲ 방송에서 박근혜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다고 한다. 마침 박근혜가 그 앞으로 와서 칼을 꺼냈는데, 한쪽 눈이 실명돼서 원근감이 없었던 지충호가 그만…. 내가 변론에서 왜 이렇게 엉뚱한 짓을 했는지 배경을 다 이야기했다. 보호감호 가게 된 것도, 지충호가 억울한 것은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치정관계로 남편이 고소한 사건인데 딱 그거 하나 실형 선고하면서 보호감호로 보내 버린 거였다.

- 형량이 과한 이유라도 있었나.

▲ 그 부분에 법원이 왜 그렇게 세게 선고했을까 한참 생각했다. 그때 마침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석궁사건’이 있었다. 법원 판사도 테러를 당했다고. 테러에 대해 엄청 예민해서 그렇게 된 거 아닌가. 그땐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당시 사건이 박 후보의 TV 광고에 나오고 있는데.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마음을 넓게 써서 지충호를 사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형량은 분명히 지나쳤었다. 

 

B변호사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사방에 끌려 다녀!”

 

- 당시 사건을 둘러싸고 배후설이 있었는데.

▲ 그것 때문에 그분(지충호)을 불쌍하게 봤었다. 우발적 사건은 맞는데,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끌려 다니면서 이런저런 혐의 다 받았었다. 특히 조직범죄, 이를테면 야당의 계획적 테러라는…. 수괴가 누구냐. 이것을 계속 추궁 받았다. 다행히 배후가 없다고 밝혀졌다.

- 지충호씨는 어땠나.

▲ 내가 그분을 만났을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다. “나는 정말로 억울한 사정 하소연하려고 했을 뿐인데, 왜 나를 조직범죄의 수괴로 몰고 가느냐” 이것에 대한 불만이 굉장했다. 검찰에서 당연히 규명해야 할 부분이니까 수사하는 건 당연한데 피고인으로서는 답답한 거다. 가뜩이나 불안한데…. 어쩌다 정치판에 껴들게 돼서, 참 불쌍한 사람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