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노사 기싸움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1: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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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경영진…배고픈 직원들

[일요시사=경제1팀] 2008년 1월 알리안츠생명 노조 총파업은 사측이 임금체계를 성과급제로 변경한 데에 따른 노조 창립 47년 만의 첫 파업이었다. 파업이 234일간 이어지면서 회사 사정이 악화되자 결국 노사는 합의를 했지만 성과급제를 시행됐다. 4년이 넘게 지난 지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원들의 성과급은 지급하고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했다는 것. 회사 측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하고 있다.

독일계 다국적기업인 알리안츠생명은 1999년 초 제일생명 인수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다. 2007년 정문국 사장 선임을 계기로 6000여 명 규모였던 설계사 조직을 2009년 1만명으로 확대키로 하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노사 간의 합의도 없이 '기초임금 및 성과급 차등지급'이라는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일방적 성과급제

'노조 창립 47년만의 첫 파업' '234일간의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가져온 2008년 1월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 장기파업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알리안츠생명이 도입하려 한 성과급제는 직원들을 5등급으로 나눠 하위 2개 등급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인상률보다 적게 올려줬다.

노사는 격렬하게 대립했다. 노조는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파업 동참자 대량해고라는 초강수로 맞섰다.

노조는 회사 측이 도입한 성과급제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사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년 후 일부 직원들의 경우 기존 임금보다 적어질 수 있고 성과급제 차등폭이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보다 크다는 이유였다.


반면 회사 측은 호봉승급분을 보장하고 임금인상분만을 활용해 차등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맞섰다.

노조는 독일 본사까지 찾아가 항의 투쟁을 벌였고 설계사는 1000명 이상 빠져나갔다. 고객 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졌고 결국 노사는 파업 234일 만에 합의를 하기로 했다.

노조는 회사의 성과급제를 수용하고 사측은 성과에 따른 임금인상 차이를 줄이기로 했다. 해고했던 지점장은 전원 복직시켰다.

알리안츠생명은 1년에 한 번 직원 1700여 명에 대한 성과평가를 해서 매년 4월에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등급은 총 5개. S·A·B·C·D로 나눠지고 각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이에 따라 기본급도 달라진다.

S등급(상위 5%) 직원들은 200%의 성과급을 받고 A등급(상위 15%) 직원들은 150%, B등급(상위 60%) 직원들은 100%, C등급(상위 75%) 직원들은 50%, D등급(상위 95%) 직원들은 0%를 받는 식이다.

사측-노조 임금협상 과정서 팽팽한 줄다리기 
임원에 성과급 주면서…직원은 동결 분위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2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당기(2011년 4월1일∼2012년 3월31일) 직원 급여로 795억9700만원을, 전기(2010년 4월1일∼2011년 3월31일)에는 773억200만원을 지급했다. 상여금은 당기 104억2700만원, 전기 143억4400만원 지급됐다.


그런데 지급된 상여금이 모두 임원들에게 돌아갔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당기 지급된 상여금을 모두 임원들에게 몰아줬다. 그로 인해 생기는 부담은 직원들에게 덮어씌웠다. 직원들의 임금은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현재 노사가 임금협상 중인데 임금이 동결됐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며 "전 직원이 기준에 맞는 성과급을 지급받았다"고 반박했다.

임원들의 성과급에 대해서는 "임원들의 경우 임기는 2년으로 동일하지만 계약 시기가 다르고 그룹 및 회사의 정책에 따라 얼마가 지급됐는지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성향을 유지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금감원은 올해 초 '2012년 보험감독 방향'을 발표하며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의 일환으로 보험업계의 배당자제를 권고했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5월11일 열린 'FY2011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배당을 많이 하면 좋은데 올해는 시가배당 2% 정도밖에 안 된다"며 "2%의 시가배당도 상당히 어려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강력한 권고를 의식한 것이 다분하다.

하지만 알리안츠생명은 배당정책의 경우 대주주인 알리안츠그룹이 유럽의 어려운 금융시장 여건하에 적절히 자본을 재배치하는 과정상 이뤄지는 것이라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고배당 정책 유지

알리안츠생명은 당기 400억원(82.1%), 전기 800억원(90.1%)의 배당성향을 기록, 금감원의 심기를 건들였다. 올해에도 역시 이러한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알리안츠룹은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보험 중심의 세계적 금융서비스 그룹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 17만7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60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보험, 은행 및 자산운용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안츠그룹의 2004년 말 기준 운용자산은 1조780억유로(1522조원)가 넘으며 총 매출은 969억유로(13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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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