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키스방 제휴카페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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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

[일요시사=사회팀] 키스방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낯 뜨거운 문구에 반라의 여성사진이 눈길을 끌던 전단지도 자취를 감췄다. 다 어디로 갔을까. 실상을 살펴보니 경찰의 단속을 피해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다 못해 '위장전술'을 쓰고 있었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업소수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이는 온라인 제휴카페가 있어 가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들은 제휴카페를 통해 키스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 업소를 찾고 있다.

'이수역 키ㅇㅇㅇ 다예 (D컵) 출근율 좋음' '역삼동 쪽ㅇㅇ 유이 (D∼D+컵) 출근율 드문드문' '안양 키ㅇㅇ 혜미 (D+∼E컵) 출근율 좋음' '건대 키ㅇㅇㅇ 연지 (D컵) 출근율 무난' 

한 회원이 키스방 제휴카페에 '요즘 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란 질문을 올렸더니 장문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엔 업소명, 매니저(여종업원)의 예명은 물론이고 가슴사이즈까지 정리돼 있었다. 언급된 여성만 37명. 질문자의 기대엔 못 미쳤을지 모르지만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질문을 한 회원은 이후 매일 업데이트 되는 업소 출근부 게시물을 찾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매니저의 스타일, 닮은 연예인, 가슴사이즈, 매력 포인트, 서비스마인드, 업계 경력에 당일 출근 여부까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우월한 기럭지에 우아한 페이스' '늑대님들 기 쭈∼욱 빨릴 준비 하세요' 등 낯간지러운 설명도 함께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고려대상 1순위는 역시 비주얼, 대다수 매니저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을 찍어 제휴카페에 전시하고 있었다.

키스방 제휴카페는 생각보다 가입절차가 간단했다. 그 흔한 관리자 확인단계조차 없었다. 물론 회원이 되기 위해선 성인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고 카페 상단에는 '청소년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지만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키스방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기자는 제휴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키스방 몇 곳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소개된 업소 중 하나인 키ㅇㅇㅇ에 손님을 가장해 예약전화를 해봤다. 거의 모든 제휴업소들은 제휴카페를 통해서 예약하면 5000원에서 1만원이 할인됐다.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 찍어 전시
아침부터 예약 전쟁…키스방은 성업 중

기자가 한 매니저를 지목해 예약할 수 있는지 묻자 해당 업소 주인은 "예약이 다 차서 곤란하다"며 "비슷한 스타일로 NF(New Face:새로 영입된 매니저)가 있는데 어떻겠냐. NF 검증할인이벤트 중이라 5000원이 더 할인돼 4만원인데 3만원에 된다"며 추천했다. 이에 기자가 "1시간엔 얼마냐"고 물으니 "1시간은 곤란하고 30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스방이 성업 중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위치까지 듣고 나서 업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업소 간판을 찾을 수 없어 잠시 헤매야 했다. 알고 보니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업소는 외부엔 가짜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3층에 부착된 간판에는 제휴카페에서 본 것과 다른 이름인 'ㅇㅇ카페'라고 적혀있었고, 흰색으로 코팅된 유리창에도 해당 카페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커피를 파는 일반카페인양 위장하고 있었던 셈. 외부 모습만으로는 키스방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웠다.

3층에 다다르자 철제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카페 입구라기보다는 가정집 현관문에 가까웠다. 현관문 바로 위쪽에 달린 CCTV는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벨을 눌렀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기자가 "카페에서 보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업소 주인이 기자를 반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카운터 뒤편으로 여러 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언뜻 소형 고시텔을 연상시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닥에 깔린 카펫과 조명 모두 붉은색이어서 음침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 

상의탈의·오럴서비스
"그때그때 달라요"

주인이 "아까 예약하고 오신 분 맞죠"라고 물었다. 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통로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안내했다. 카운터 바로 옆쪽으로 통로를 발견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매니저들이 대기하는 장소인 것 같았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2평 남짓했고 온통 붉은색이었다. 와인색 침대 소파가 눈앞에 펼쳐졌다. 침대소파 위에는 분홍색 티슈가 놓여 있었고 벽지 역시 분홍빛을 내고 있었다.


기자가 방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주인은 문 앞에 서서 기자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돈을 달라는 신호임을 알아채고 "매니저를 먼저 보고 결정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키스방에 처음 왔나? 무조건 현금 결제를 먼저 해야 매니저를 만나볼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하느냐"고 물으니 "끝난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인의 격앙된 어조를 보니 환불받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에 기자는 키스방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다 키스할 수 있고, 옷 위로 가슴과 엉덩이를 만질 수 있다. 상의 탈의와 자위행위 방법은 매니저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는 핑계를 대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이수역 근처 키스방 한 곳을 더 찾아갔다. 앞서 방문한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층에 위치한 이 업소 역시 간판은 커피숍인양 위장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방문한 곳은 쾌쾌한 분위기인 반면 이곳은 최근에 생겼는지 밝고 화사한 분위기에 인테리어도 깔끔한 새것들이었다. 거기다 제휴카페 회원임을 알리면 통 크게 30분에 1만원을 할인해 3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회원수 5만7000명
방문자수 443만명

키스방 제휴카페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키스방'이라는 단어를 치면 유사한 카페가 셀 수 없이 검색된다. 그 중 기자가 찾은 '키스ㅇㅇ'는 규모가 큰 축에 속했다.

키스ㅇㅇ는 회원 수 5만7000여명, 총 방문자 수 443만8000여명을 자랑했다. 또 게시글과 댓글은 각각 3만5000개, 14만개가 넘었다. 이 카페는 현재 서울강남지역 45곳, 강북지역 21곳, 경기 34곳, 인천부천 14곳 등 모두 114개의 키스방과 제휴를 맺고 있었다. 제휴 키스방들은 매일 출근부에 글을 올려 매니저의 출근여부와 새로운 신규 매니저의 등장을 알리며 손님을 끌었다.

업소 주인들은 카페 방문자들의 모든 질문 및 경험담에 즉각 반응했고 최대 수위 등을 물어보는 짓궂은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변했다. 특히 '마무리' 혹은 '마물'이 어떤 방식이냐는 질문엔 쪽지로 답하고 있었다. 자위행위를 혼자 해결하는지 아니면 매니저가 도와주는지 확인하는 질문임을 짐작케 했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고 상주하며 매일 키스방을 다니는 회원도 몇몇 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카페활동이 업소 측보다 더 활발했다. 기자는 업소방문 경험담을 올리는 게시판을 보고 경악했다. 경험담만 하루에 45건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자신이 만난 매니저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이곳엔 '만족' 혹은 '실망'이라는 두 가지 반응을 표출했다. 만족한 사람들은 매니저 예명을 언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반면 실망한 사람들은 돈이 아까웠다며 업소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키스방을 끊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험담을 남기는 사람들은 적어도 5번 이상 키스방을 다닌 이력이 있었다. 한 회원은 남긴 후기만 100개가 넘었다. 이 회원은 인기 매니저와 그 매니저가 출근하는 업소, 그리고 출근여부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간판·전단지 없어…온라인 카페 제휴만 하면 OK
'단속 사각지대' 성매매 증거 찾아야 처벌 가능

최근 들어 키스방보다 하드코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립카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립카페는 키스방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름의 간판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곳은 유사성행위 업소나 마찬가지다. 립카페의 립은 '입술'을 뜻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진한 애무를 동반한 키스는 물론 비장의 무기 '구강성교'까지 확실하기 때문이다.

립카페 역시 전용 온라인 홍보카페가 생겨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한 립카페 제휴카페는 개설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이에 발맞춰 립카페수도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오히려 신종·변종 유사성매매 업소가 늘어나게 만들었다. 안마방, 휴게텔, 오피스텔, 대딸방, 키스방, 립카페, 터치방, 풀살롱 등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업소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전단지를 뿌리는 대신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간판을 위장해 수익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온라인 유사성행위 업소들은 제휴카페와 연계해 손님을 끌고 있지만 단속하기 위한 법규는 오프라인상의 문제만 적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겉으론 위장 간판
안으론 철통 보안

지난 1990년대 후반 유사성행위업소들이 본격 등장한 이후, 업소들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업소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쪽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행정당국과 경찰은 이 같은 업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법전을 뒤지길 반복했다. 이처럼 돈으로 성욕을 풀려는 성 서비스 수요자와 돈을 벌기 위해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존재하는 한 유사성행위 및 성매매업소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는 현장에서 성매매 증거를 찾아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을 단속한다고 해도 증거확보가 어려워 처벌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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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