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키스방 제휴카페 실태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30:24
  • 댓글 0개

"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

[일요시사=사회팀] 키스방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낯 뜨거운 문구에 반라의 여성사진이 눈길을 끌던 전단지도 자취를 감췄다. 다 어디로 갔을까. 실상을 살펴보니 경찰의 단속을 피해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다 못해 '위장전술'을 쓰고 있었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업소수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이는 온라인 제휴카페가 있어 가능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이들은 제휴카페를 통해 키스방, 립카페 등 유사성행위 업소를 찾고 있다.

'이수역 키ㅇㅇㅇ 다예 (D컵) 출근율 좋음' '역삼동 쪽ㅇㅇ 유이 (D∼D+컵) 출근율 드문드문' '안양 키ㅇㅇ 혜미 (D+∼E컵) 출근율 좋음' '건대 키ㅇㅇㅇ 연지 (D컵) 출근율 무난' 

한 회원이 키스방 제휴카페에 '요즘 출근율 좋은 F컵 매니저 없나요?'란 질문을 올렸더니 장문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엔 업소명, 매니저(여종업원)의 예명은 물론이고 가슴사이즈까지 정리돼 있었다. 언급된 여성만 37명. 질문자의 기대엔 못 미쳤을지 모르지만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질문을 한 회원은 이후 매일 업데이트 되는 업소 출근부 게시물을 찾아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매니저의 스타일, 닮은 연예인, 가슴사이즈, 매력 포인트, 서비스마인드, 업계 경력에 당일 출근 여부까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육감적인 몸매에 귀여운 페이스' '우월한 기럭지에 우아한 페이스' '늑대님들 기 쭈∼욱 빨릴 준비 하세요' 등 낯간지러운 설명도 함께 들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고려대상 1순위는 역시 비주얼, 대다수 매니저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을 찍어 제휴카페에 전시하고 있었다.

키스방 제휴카페는 생각보다 가입절차가 간단했다. 그 흔한 관리자 확인단계조차 없었다. 물론 회원이 되기 위해선 성인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했고 카페 상단에는 '청소년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었지만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키스방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기자는 제휴카페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키스방 몇 곳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소개된 업소 중 하나인 키ㅇㅇㅇ에 손님을 가장해 예약전화를 해봤다. 거의 모든 제휴업소들은 제휴카페를 통해서 예약하면 5000원에서 1만원이 할인됐다.


팬티까지 보이는 아찔한 사진 찍어 전시
아침부터 예약 전쟁…키스방은 성업 중

기자가 한 매니저를 지목해 예약할 수 있는지 묻자 해당 업소 주인은 "예약이 다 차서 곤란하다"며 "비슷한 스타일로 NF(New Face:새로 영입된 매니저)가 있는데 어떻겠냐. NF 검증할인이벤트 중이라 5000원이 더 할인돼 4만원인데 3만원에 된다"며 추천했다. 이에 기자가 "1시간엔 얼마냐"고 물으니 "1시간은 곤란하고 30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키스방이 성업 중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위치까지 듣고 나서 업소를 직접 찾아갔다. 그런데 업소 간판을 찾을 수 없어 잠시 헤매야 했다. 알고 보니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업소는 외부엔 가짜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3층에 부착된 간판에는 제휴카페에서 본 것과 다른 이름인 'ㅇㅇ카페'라고 적혀있었고, 흰색으로 코팅된 유리창에도 해당 카페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커피를 파는 일반카페인양 위장하고 있었던 셈. 외부 모습만으로는 키스방일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웠다.

3층에 다다르자 철제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카페 입구라기보다는 가정집 현관문에 가까웠다. 현관문 바로 위쪽에 달린 CCTV는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벨을 눌렀다. 잠시 기다리자 안쪽에서 "어디서 오셨습니까"라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에 기자가 "카페에서 보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업소 주인이 기자를 반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카운터 뒤편으로 여러 개의 문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언뜻 소형 고시텔을 연상시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닥에 깔린 카펫과 조명 모두 붉은색이어서 음침하면서도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 

상의탈의·오럴서비스
"그때그때 달라요"

주인이 "아까 예약하고 오신 분 맞죠"라고 물었다. 기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통로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안내했다. 카운터 바로 옆쪽으로 통로를 발견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매니저들이 대기하는 장소인 것 같았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2평 남짓했고 온통 붉은색이었다. 와인색 침대 소파가 눈앞에 펼쳐졌다. 침대소파 위에는 분홍색 티슈가 놓여 있었고 벽지 역시 분홍빛을 내고 있었다.


기자가 방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주인은 문 앞에 서서 기자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돈을 달라는 신호임을 알아채고 "매니저를 먼저 보고 결정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키스방에 처음 왔나? 무조건 현금 결제를 먼저 해야 매니저를 만나볼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하느냐"고 물으니 "끝난 후에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환불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인의 격앙된 어조를 보니 환불받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에 기자는 키스방은 처음이라고 밝히고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매니저와 얘기를 나누다 키스할 수 있고, 옷 위로 가슴과 엉덩이를 만질 수 있다. 상의 탈의와 자위행위 방법은 매니저와 상의해 결정하면 된다"라고 답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사성행위까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기자는 핑계를 대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이수역 근처 키스방 한 곳을 더 찾아갔다. 앞서 방문한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층에 위치한 이 업소 역시 간판은 커피숍인양 위장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방문한 곳은 쾌쾌한 분위기인 반면 이곳은 최근에 생겼는지 밝고 화사한 분위기에 인테리어도 깔끔한 새것들이었다. 거기다 제휴카페 회원임을 알리면 통 크게 30분에 1만원을 할인해 3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회원수 5만7000명
방문자수 443만명

키스방 제휴카페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키스방'이라는 단어를 치면 유사한 카페가 셀 수 없이 검색된다. 그 중 기자가 찾은 '키스ㅇㅇ'는 규모가 큰 축에 속했다.

키스ㅇㅇ는 회원 수 5만7000여명, 총 방문자 수 443만8000여명을 자랑했다. 또 게시글과 댓글은 각각 3만5000개, 14만개가 넘었다. 이 카페는 현재 서울강남지역 45곳, 강북지역 21곳, 경기 34곳, 인천부천 14곳 등 모두 114개의 키스방과 제휴를 맺고 있었다. 제휴 키스방들은 매일 출근부에 글을 올려 매니저의 출근여부와 새로운 신규 매니저의 등장을 알리며 손님을 끌었다.

업소 주인들은 카페 방문자들의 모든 질문 및 경험담에 즉각 반응했고 최대 수위 등을 물어보는 짓궂은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변했다. 특히 '마무리' 혹은 '마물'이 어떤 방식이냐는 질문엔 쪽지로 답하고 있었다. 자위행위를 혼자 해결하는지 아니면 매니저가 도와주는지 확인하는 질문임을 짐작케 했다.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고 상주하며 매일 키스방을 다니는 회원도 몇몇 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카페활동이 업소 측보다 더 활발했다. 기자는 업소방문 경험담을 올리는 게시판을 보고 경악했다. 경험담만 하루에 45건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자신이 만난 매니저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이곳엔 '만족' 혹은 '실망'이라는 두 가지 반응을 표출했다. 만족한 사람들은 매니저 예명을 언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했다. 반면 실망한 사람들은 돈이 아까웠다며 업소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키스방을 끊겠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경험담을 남기는 사람들은 적어도 5번 이상 키스방을 다닌 이력이 있었다. 한 회원은 남긴 후기만 100개가 넘었다. 이 회원은 인기 매니저와 그 매니저가 출근하는 업소, 그리고 출근여부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간판·전단지 없어…온라인 카페 제휴만 하면 OK
'단속 사각지대' 성매매 증거 찾아야 처벌 가능

최근 들어 키스방보다 하드코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립카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립카페는 키스방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름의 간판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곳은 유사성행위 업소나 마찬가지다. 립카페의 립은 '입술'을 뜻하는 만큼 짧은 시간에 진한 애무를 동반한 키스는 물론 비장의 무기 '구강성교'까지 확실하기 때문이다.

립카페 역시 전용 온라인 홍보카페가 생겨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한 립카페 제휴카페는 개설 두 달 만에 회원 수가 5000명을 훌쩍 넘었다. 이에 발맞춰 립카페수도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문화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취지로 제정된 성매매방지특별법은 오히려 신종·변종 유사성매매 업소가 늘어나게 만들었다. 안마방, 휴게텔, 오피스텔, 대딸방, 키스방, 립카페, 터치방, 풀살롱 등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업소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단속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었다. 이들은 전단지를 뿌리는 대신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간판을 위장해 수익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온라인 유사성행위 업소들은 제휴카페와 연계해 손님을 끌고 있지만 단속하기 위한 법규는 오프라인상의 문제만 적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겉으론 위장 간판
안으론 철통 보안

지난 1990년대 후반 유사성행위업소들이 본격 등장한 이후, 업소들은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업소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쪽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행정당국과 경찰은 이 같은 업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법전을 뒤지길 반복했다. 이처럼 돈으로 성욕을 풀려는 성 서비스 수요자와 돈을 벌기 위해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존재하는 한 유사성행위 및 성매매업소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는 현장에서 성매매 증거를 찾아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장을 단속한다고 해도 증거확보가 어려워 처벌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