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도둑개점’ 꼼수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13 10: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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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 건너 한집’ 박터지는 쌍둥이매장

[일요시사=경제팀] 최근 거리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점포는 단연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프랜차이즈 천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신규 점포가 늘어나면서 바로 코 앞에 똑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는 경우도 발생한다. 무분별하게 가맹점 수가 늘어나면 본사의 수익은 늘어나지만 각 가맹점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배명고 인근 반경 2㎞ 내에는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가맹점인 티스테이션(T-station)이 8곳이나 있다. 2006년 1월 송파점 오픈 이후 같은 해 10월 잠실점(송파점에서 1.9㎞), 2010년 백제고분로점(1.1㎞)·문정점(2㎞), 올해 5월 송파배명점(200m)·송파삼전점(500m) 등 7개의 매장이 연달아 개장했다. 그야말로 ‘한 집 건너 한 곳’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2분 거리에 2개

송파점 가맹점주 김모(55)씨는 “불과 6년도 안 돼 내가 운영하는 매장 주변에 6개 가맹점이 추가로 개장했다”며 “인근에 가맹점을 새로 낼 때는 기존 가맹점주의 동의가 필요한데도 한국타이어 측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경쟁이 치열해져 매출이 35%가량 떨어졌는데도 부과된 할당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타이어 가격을 올리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며 “주변에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개장하고 과당 경쟁을 부추기니 판매가 부진한 곳은 알아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할인판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결국 김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경제민주화국민본부와 함께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타이어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가맹점이 늘어나면 한국타이어가 얻는 전체 매출은 늘어나지만 개별 가맹점은 영업 지역을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타이어 판매 사업은 타이어 교체 시기가 잦지 않다는 점에서 사업장이 밀집될 경우 고객 확보를 위한 과도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또 “한국타이어가 티스테이션 가맹점에 판매 목표량을 부과하고 달성 비율에 따라 매장 공급 타이어 가격의 할인율을 달리해 가맹점을 착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전국 직영매장을 포함해 지난 2008년 223개, 2009년 247개, 2010년 310개로 확대했으며 현재 440여개의 티스테이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8개 매장이 밀집한 서울 송파구 외에도 서초구, 양천구, 광주 북구, 대전 서구, 울산 남구 등에 6개 이상의 매장이 밀집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2008년 223곳에서 올해 440곳으로 두 배 가까이 가맹점 수가 늘었다”고 지적하면서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한 공간 내에서는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내 가맹점 8곳 개점…허리 휘는 티스테이션
“영업권 보장 하라” vs “법적으로 문제 없다”

한국타이어가 이렇게 무분별한 횡포를 부릴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관련 법에 현실적인 출점거리 제한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법적 제한이 없으니 눈 앞에 새 가맹점이 생겨도 제재하거나 대응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가맹점의 영업권을 무시한 무분별 출점은 까다로운 가맹점주를 길들이거나 보복 혹은 내쫓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실제 화장품 브랜드숍 ‘토니모리’ 여천점을 운영해오던 한 점주는 지난 6월부터 포인트카드 불법 등록을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겪고 있던 중 지난 10월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매장이 문을 열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점주는 “새로 생긴 매장에서 오픈 기념 30% 세일을 진행하는 등의 마케팅을 펴고 있어 우리 가게에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보다 물건 환불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맹점 브랜드가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자 소형 대리점들을 대형매장으로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맹 본사의 횡포를 근절하려면 영업지역 보호조항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올해 제과제빵 500m, 치킨 800m, 피자 1500m 등 가맹점 간 거리 제한을 만들었고 조만간 커피전문점과 편의점도 추가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른 업종에 대한 모범거래기준 확산 계획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양한 업종에서 가맹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세부 업종별로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기업의 일방 통행식 결정으로 인한 가맹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거리 제한 규정을 타 업종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며 “공정위는 중소 가맹점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철저히 조사해 본사만 배부르고 가맹점은 죽도록 경쟁해야 하는 구조는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주 길들이기?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사입을 둘러싼 분쟁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기존 가맹점 인근에 새로운 가맹점 또는 직영점을 개설함에 따른 영업지역 침해 문제다.

한정된 상권에 가맹점들이 밀집하면 점포당 매출이 떨어지고 부실률도 급격히 높아지는 만큼 가맹사업 당사자 간에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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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