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한전 '제식구 감싸기'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08 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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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게…신의 직장은 철밥통 편

[일요시사=경제팀] 평균 근속년수 18년. 가히 '꿈의 직장' '철밥통'이라 할만하다. 한국전력공사 얘기다. 그런데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상한 구석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1억원을 뇌물로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가벼운 처벌로 내부 종결하고 검찰 수사 대상 직원들은 3개월이 넘게 자리를 보전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전력 1·2급 임직원들이 장비 납품 업체로부터 각종 사례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기다 지난 5월 말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매달 150만∼200만원씩을 뇌물로 받았고 한전 내부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외상 술값과 명절 선물비를 대납시키기도 했다.

지난 5월31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납품 업체로부터 2000만∼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급(부장급) 직원인 최모 서울본부 팀장과 이모 동부지사 배전관리팀장 2명을 구속하고 1급(처장급) 임원 지모 설비진단센터장과 선모 본사수급팀장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명절 선물비 대납

검찰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된 지씨와 선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비 납품 업체 허모  대표로부터 초음파진단기를 수의 계약하도록 도와주거나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홍보해주고 사례비 명목으로 2000만∼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최씨와 이씨는 한전과 공동으로 진단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허 대표로부터 매달 월급 형태로 150만∼200만원씩 모두 3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일부는 한전 내부의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고 허 대표에게 외상 술값과 명절 선물비를 대신 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선씨와 최씨는 각각 서울본부 판매 사업실장과 진안 지사장으로 발령났고 즉각 혐의를 시인, 지난 6월4일 해임 조치됐다. 성동지사 점검팀으로 발령난 지씨와 동부지사 배전관리팀장 자리를 보전한 이씨의 경우,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다가 지난 9월28일 법원 최종 판결 이후 10월16일 해임 조치됐다. 혐의를 시인하거나 법원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한전에서 둥지를 틀고 있던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상적인 처벌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선 전 처장과 최 전 부장은 혐의를 시인해 즉각 해임 조치했고 지 전 처장과 이 전 부장은 혐의를 시인하지 않아 회사 차원의 징계를 할 수 없었다"며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내부에서 실시한 감사에서도 직원들은 물론 관련업체들에게 경미한 처벌로 일관했다.

지난 2011년 8월 중순경 한전 본사 감사팀은 당시 장모 신안지점 지점장과 신안지점의 단가계약 4개 업체들과의 금품결탁 의혹을 자체 인지하고 감사반이 직접 신안지검을 방문해 목적감사를 했다.

1억 받든 전기 훔치든 최고징계 '정직'
비리구속 임직원 자리보존 봐주기 의혹

본사 기동감사팀의 감사까지 이뤄졌고 D전력, B전기, U전력, T전력 이상 4개의 업체들이 각각 2500만원씩을 걷어 당시 한전신안지점 최모 배전차장을 통해 당시 지점장인 장모 지점장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적발했다.

하지만 한전은 장 지점장에게는 정직 3개월, 최 배전차장에게는 견책 등의 가벼운 처벌로 내부 종결시켰다. 관련업체들에게는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


이에 대해 한전 기동감사팀 관계자는 "풍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안지점의 뇌물 수수 의혹을 인지하고 본사차원의 감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 결과 수수한 금액이 1억원이 아닌 200만∼250만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 내부 규정 상 3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수수했을 경우 정직 3개월의 처벌이 내려지도록 되어 있다"며 "규정에 맞는 처벌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기를 도둑질한 한전 직원들에게도 '제 식구 감싸기'는 이어졌다. 지난달 열린 한전 국정감사에서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년∼2012년 6월까지 소속 직원 위약 적발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한전 임직원 및 검침원이 지난 2년 반 동안 전기사용량 등을 조작해 전기요금을 면탈해 적발된 사례가 총 13건에 달하고, 이로 인해 11명이 징계처분을 받았다.

광주 동구의 한전 직원은 2011년 말까지 무려 10년 동안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저렴한 일반용 전기를 주택용으로 사용해 왔는데도 징계는 정직 3월에 불과했다.

주택용 전기에 비해 36% 수준의 저가로 공급되는 농사용 전기를 주택으로 끌어와 사용하는 수법으로 적발된 사례도 3건이나 됐지만 이에 대한 징계는 정직 6월(2건), 감봉 6월(1건)에 불과했다. 한전은 감봉 징계로 인한 급여 불이익이 1/60 감액 지급에 불과해 사실상 징계의 효과가 미미하다. 이는 전력 관련 기관 중 가장 낮은 불이익 수준이다.

이밖에도 한전 직원들은 지하에 매설된 케이블을 무단 연결해 전기를 빼가거나, 계기를 건너뛰고 전선을 연결하는 방식의 전기 도둑질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고 심야전력 타임스위치를 조작하거나 사용량이 과소 측정되도록 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전은 무려 119회에 달하는 검침을 시행하면서도 불과 7차례의 위약행위를 적발하는데 그쳤고 동료 검침원들은 이들의 불법 사용을 내부적으로만 통보하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덕 불감증 만연

이 의원은 "한전 직원이 직업적 전문성을 활용해 전기를 도둑질한 것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에 해당해 민간 기업에서는 즉각 고발조치 했을 사건임에도, 자체 징계수위는  감봉, 정직 등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며 "한전의 자체 위약적발 점검 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임이 드러났고, 동료직원들은 전기도둑질을 눈감아주는 등 공사 전반에 도덕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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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