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교통정리'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05 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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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불려 아들 품으로 '쏘옥∼'

[일요시사=경제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합병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 측은 '경영효율화'라는 ‘뻔한’ 이유를 내걸었다. 그러나 깊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합병 대상은 ㈜교원과 교원L&C. 그간 두 곳은 도 넘은 '일감 몰아주기'로 비난을 받아왔다. 이제 충분히 몸집을 키웠다고 생각한 걸까. 장 회장의 합병 노림수는 뭘까.

 

교원그룹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개회하고 ㈜교원과 교원L&C의 합병안건을 결의했다. 교원그룹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교원이 교원L&C를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두 곳은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합병이 진행된다.

교원그룹은 학습지 '빨간펜'으로 유명한 매출 5000억원 규모의 교육업체인 교원과 '구몬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교원구몬이 주력 계열사다.

매출 99% 내부거래

2002년 설립된 교원L&C는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회사로 전적으로 교원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교원L&C는 그동안 판매 조직이 없어 생활가전제품을 만들어 교원에 팔면 교원이 방문판매 조직을 통해 이를 일반에 판매하거나 렌트하는 영업 방식을 지속해 왔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원L&C는 지난해 매출 517억3500만원 중 교원과의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이 515억5400만원으로 내부거래비중이 100%에 이른다. 2010년에도 교원L&C의 매출 582억6500만원 중 579억7700만원(99%)이 교원에서 나왔다.


교원L&C는 교원을 통해 거둔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5년 이후 최근 7년 동안 적자 없이 매년 20~80억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5년 75억원에서 지난해 482억원으로 6배 이상 불었고 같은 기간 22억원이던 총자본은 334억원으로 무려 15배 정도 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교원L&C의 최대주주가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동하씨라는 점이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동하씨는 2005년 이후 70%의 지분을 유지해 왔다. 올해 동하씨의 나이가 30세인 점을 감안하면 20대 초반부터 대주주였던 셈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장 회장이 맡고 있다. 내부거래로 인한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전체 매출 가운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 비중이 30%를 넘을 경우, 변칙적 증여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해당 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에게 증여세를 물도록 하고 있다.

작년 교원L&C 실적에 따라 장 회장이 물어야할 증여세과세가액은 약 35억원. 세율 30∼50%를 적용해도 동하씨는 10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교원의 합병에 대해 개정 세법에 따라 동하씨가 증여세를 물게 되어 이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룹 승계에 있어서 10억이라는 금액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교원-교원L&C 합병…일감 몰아주기 해소용?
2세 승계작업 맞물려 과세부담 피하기 지적

따라서 이번 합병을 두고 교원그룹의 2세 승계 구도가 본격화 궤도에 오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4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년8개월간 대한생명에서 근무한 동하씨는 퇴사 직후 컨설팅회사인 갈렙앤컴퍼니에 몸담았다가 올해 초 교원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4월부터 교원, 교원구몬, 교원L&C 등 그룹 주력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수업에 들어간 동하씨는 현재 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 대리로 근무 중이다.


동하씨는 이번 합병으로 등기임원 직함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회사의 지분 소유도 하게 됐다. 교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4800억원대. 교원L&C의 지난해 매출액이 517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동하씨가 확보하는 지분율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만 일단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 차근차근 대주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장 회장이 지난 4월 그룹 2인자인 이정자 전 부회장을 갑자기 해임한 것도 2세 승계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학습지 등 교원의 사업과 겹치는 다른 사업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정식 해임됐다. 그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시간 내에 장 회장의 맏딸 선하씨가 호텔사업부문에서 차장이라는 직급을 맡았고 선하씨의 남편 최성재씨도 호텔사업부문 부장으로 발령 나는 등 장 회장 일가가 회사에 입사했다. 장 회장이 2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 전 부회장이 이에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룹 측은 "해임은 2세 경영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단순히 이 전 부회장의 해사행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장 회장의 절대적인 그룹 지배력도 2세 경영 승계 논란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장 회장은 주력사의 상당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교원은 78.3%나 되고, 교원구몬은 49.5%에 이른다. 부인 김숙영씨도 교원구몬에 10%를 갖고 있다.

2세 체제 초읽기

교원과 교원구몬의 이사회 인원 3명 중 1명이 장 회장이고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는 장 회장 부인인 김숙영씨가 맡고 있다. 동하씨의 2세 경영 기반을 장 회장이 일찌감치 닦아놓은 셈이다.

교원그룹 측은 이와 관련,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교원그룹 한 관계자는 "교원L&C에는 영업조직이 없어 매출을 올리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 올 초부터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해 왔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제조부터 영업까지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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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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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