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가는 왜 ‘선지급’해야 하는가

종이 위에서 끝내지 않는 국가 책임

국가는 언제 신뢰를 얻는가. 판결을 내릴 때가 아니라 그 판결이 현실에서 작동할 때다. 법원은 매일 수많은 사건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른다. 그러나 그 판단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 정의는 선언에 머문다. 지금 한국 사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 있다.

판결은 있지만 결과가 없는 구조, 이것이 우리가 외면해 온 사법의 빈틈이다.

우리는 법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집행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판결이 내려지면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승소 판결을 받아도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원이 인정한 권리가 현실에서는 무력화되는 것이다. 정의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문제다.

국가는 이미 선지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당금 제도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국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에게 먼저 돈을 지급한다. 약 2100만원 수준의 한도 내에서 생계를 보호한다. 이후 국가는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다. 피해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국가가 먼저 움직인다.

이 구조의 핵심은 책임의 방향이다. 개인이 모든 위험을 감당하지 않는다. 국가가 최소한의 정의를 선제적으로 보장한다.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질서다.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래서 체당금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제도적 설계다.

교통사고 보장사업의 구조=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가해자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정부가 먼저 피해자를 구제한다. 이후 국가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이 구조는 피해자의 삶이 무너지기 전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 제도의 핵심은 시간이다. 피해 회복은 빠를수록 효과가 크며, 늦어질수록 피해는 확대된다. 그래서 국가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입한다. 이것이 선지급의 본질이다. 속도가 곧 정의다. 시간 지연이 곧 추가 피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국가가 제도로 인정한 것이다.

예금자 보호 제도의 메시지= 금융 시스템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은행이 파산해도 일정 금액까지는 국가가 먼저 지급한다. 예금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이후 정리 절차를 통해 자산을 회수한다. 신뢰는 즉시 보장되고, 시스템은 유지된다. 이 선지급 장치는 금융 위기의 확산을 차단하는 마지막 방어선이기도 하다.

이 구조가 없다면 금융은 무너진다. 사람들이 돈을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지급은 신뢰의 장치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은 물론 경제 전체가 연쇄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는 피해자가 기다리는 구조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임금, 교통,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지급을 선택했다. 그런데 유독 민사 영역만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이것은 예외가 아니라 공백이다. 그리고 그 공백은 지금까지 제도가 외면해온 사각지대다.

민사소송의 구조적 결함= 민사소송의 가장 큰 문제는 집행이다. 승소 판결을 받아도 피고에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법적으로는 이겼지만, 현실에서는 진 것이다. 이 모순은 너무 오래 방치됐다. 제도가 존재하지만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 구조, 그것이 민사소송의 본질적 한계다.

원고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부담한다. 변호사 비용, 소송 비용, 그리고 몇 년의 시간까지 투자한다. 그러나 결과는 불확실하다. 이것은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개인의 노력과 권리 행사가 제도적 한계 앞에서 좌절되는 구조,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소송은 권리 구제가 아니라 또 다른 위험이 되어버린다.

판결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시스템은 불완전하다. 법원이 옳다고 판단했음에도, 그 판단이 현실에서 무력화된다면 사법은 절반만 작동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판결이 아니라 집행의 설계다. 판결의 권위를 현실의 결과로 연결하는 구조, 그것이 사법 완성의 조건이다. 정의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에서 완성된다.

필자의 제안, 국가 선지급= 그래서 필자는 새로운 구조를 제안한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원고에게 국가가 먼저 손해배상금의 전부나 일부를 선지급하고, 이후 법원이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정의를 앞당기는 구조다. 판결의 결과를 시간의 문제로 미루지 않고 즉시 현실로 연결하는 설계다.

이 제도의 핵심은 단순하다.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최소한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다. 원고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판결은 곧 현실이 된다. 판결과 집행 사이의 공백을 제거하는 것이 이 구조의 본질이다. 즉, 정의의 시간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정의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역할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다른 영역에서 하고 있는 일을 사법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적용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선지급 구조를 알고 있고 경험해 왔다. 이제 그것을 사법에 적용할 것인지의 선택만 남아 있다. 이것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최소 50% 선지급 원칙= 구체적으로는 최소 50% 이상을 선지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액이 아니라 일정 비율을 먼저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재정 부담을 통제하면서도 정의를 실현하는 균형점이다. 과도한 재정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실질적 피해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설계다. 즉, 국가와 개인 사이의 책임을 균형 있게 나누는 구조다.

이 비율은 정책적으로 조정 가능하다. 사건의 성격이나 금액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도 있다. 최소한의 회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판결의 의미 자체가 흔들린다. 따라서 이 비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법 신뢰를 지탱하는 기준이다. 동시에 재정 건전성과 정의 실현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적 장치이기도 하다.

절반의 선지급은 정의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나머지는 집행 절차를 통해 보완하면 된다. 정의는 한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구조의 본질은 완결이 아니라 작동이다. 판결이 현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바로 정의의 출발점이다.

민사소송기금의 설계

이 제도를 위해서는 별도의 기금이 필요하다. 가칭 ‘민사소송기금’이다. 정부 출연과 함께 소송 당사자가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국가가 기반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참여를 확대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소송은 개인의 권리행사지만 동시에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일부를 공동 기금으로 환원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이는 위험을 분산하는 장치다. 한 개인의 불확실성을 사회 전체가 나누어 부담하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집행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위험을 제도적 안정으로 전환하는 설계다.

기금은 단순한 재원이 아니다. 사법 시스템을 완성하는 기반이다. 판결을 현실로 연결하는 다리다. 이 다리가 없으면 사법은 반쪽이다. 판결과 집행 사이의 단절을 메우는 구조적 장치가 바로 이 기금이다. 기금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를 작동시키는 설계의 문제다.

단계적 도입의 현실성= 이 제도는 한번에 도입하기 어렵다. 금액이 크고 영향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000만원 이하 사건부터 시작할 수 있다. 초기에는 범위를 제한해 재정 부담과 제도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이 제도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소액 사건일수록 피해 회복의 필요성이 크며, 집행 실패 가능성도 높다. 이 영역에서 먼저 작동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해 제도 효과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작은 영역에서 성공한 모델은 더 큰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제도는 완성된 상태로 시작되지 않는다. 작동하면서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다. 멈춰 있는 것보다 불완전하게라도 움직이는 것이 낫다. 시행착오는 비용이 아니라 학습이다. 그 과정을 통해 제도는 현실에 맞게 다듬어진다. 변화는 설계가 아니라 실행에서 완성된다.

법적 쟁점과 통제 장치= 물론 법적 논란은 불가피하다. 국가가 사적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소송 남발이나 허위 청구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은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반드시 검토돼야 할 요소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설계로 해결 가능하다. 지급 비율 제한, 악의적 소송에 대한 제재, 엄격한 심사 기준 등 다양한 통제 장치를 도입할 수 있다. 기술과 데이터 기반 심사 시스템을 결합하면 오남용을 더욱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존재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다.

문제나 위험은 관리하면 되지만, 의지가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계의 결단이다. 완벽을 기다리는 순간 개혁은 시작되지 않는다. 불완전하더라도 방향이 맞다면 실행이 답이다. 변화는 결심에서 시작되고, 제도는 그 결심을 구조로 만드는 과정이다.

보험 시장과의 결합= 이 구조는 민사소송과 연계된 보험 상품이 등장할 수 있다. 변호사 비용 보장뿐 아니라 판결 결과에 따른 손실 보전까지 확장될 수 있다. 소송 전·중·후 전 과정에 걸친 리스크 관리 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단순한 보험을 넘어 사법 서비스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개인은 소송 리스크를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이는 사법 접근성을 높인다. 결국 더 많은 사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줄어든다. 이는 사회 전반의 법치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국가는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시장과 결합하면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이것이 현대적 제도의 특징이다. 공공과 시장의 결합이다. 국가가 방향을 제시하고 시장이 이를 확장하는 구조다. 이런 협력 모델은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해외 사례와 제도의 공백= 해외에서도 유사한 제도는 존재한다. 법률구조 제도, 소송 비용 보험 등 다양한 형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판결금을 국가가 선지급하는 구조는 일반적이지 않다. 대부분은 비용 지원이나 리스크 분산에 머물러 있다. 즉, 판결 이후의 ‘결과 보장’까지는 제도가 확장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아직 설계되지 않은 영역으로 공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공백은 기회다.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법의 ‘집행 보장’ 영역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늦게 접근한 분야다. 이 공백을 먼저 채우는 국가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이 영역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설계의 선도다. 제도는 먼저 만든 국가가 기준이 되며, 후발국은 그 기준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의 시도는 단순한 정책을 넘어 국제적 기준 설정의 의미를 가진다. 제도 경쟁에서도 먼저 움직이는 국가가 주도권을 가진다.

정의는 결과여야 한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정의는 선언이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판결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완성된 정의가 아니다. 종이 위의 승소는 실제 삶을 바꾸지 못한다.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법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법의 권위는 결과를 통해서만 유지된다.

국가는 선지급의 효율성을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영역에서 이 방식을 채택해 왔다. 이제 사법이 그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적 전환의 시점이다. 사법만이 예외로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이제는 같은 원리를 적용할 때다.

이것이야말로 선진국의 조건이다. 정의가 작동하는 구조, 신뢰가 순환하는 시스템.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국가가 완성되는 방식이다. 정의가 현실에서 구현될 때 사회는 안정되고 경제는 신뢰 위에서 성장한다. 결국 강한 국가는 정의를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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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