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DDP서 맨몸으로 쫓겨난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

10억 날리고 15억 빚 “서울시가 내 삶 망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희망으로 시작한 일이 절망으로 끝났다. 꿈의 끝에는 텅 빈 공간만 남았다. 날린 투자금과 쌓인 빚이 어깨를 짓눌렀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워졌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자식이 눈에 어른거려 죽지도 못했다. 2017년부터 2026년까지, 김이경 카페 드 페소니아 대표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281 DDP 아트홀 ‘카페 드 페소니아(이하 페소니아)’ 앞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이들 뒤편 한때 페소니아가 있던 자리는 텅 빈 채였다. 비까지 내리던 이날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는 미리 준비해 온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김 대표의 딸도 함께 자리했다.

꿈 찾아서
상경했는데…

김 대표는 페소니아에 강제 집행을 단행한 서울시의 행정을 ‘관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비판했다. 민간이 운영하고 있던 공간을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회수했다는 주장이다. 또 서울시가 김 대표를 압박하기 위해 카드 압류 등 갖은 수를 사용한 것은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법률적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목 디스크 등으로 거동이 약간 불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했고 현 상황에 의문을 드러냈으며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디자인재단이 김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등에 대한 1심 소송 결과를 근거로 지난 11일 페소니아에 대한 강제 집행을 단행했다.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자 김 대표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목이 멘 듯 여러 차례 목소리를 가다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목 디스크 때문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던 도중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다. 법원에서 사람들이 왔다고 했다. 택시를 돌려 카페로 갔더니 한 사람이 의자 하나씩만 들고 가도 모든 집기를 다 치울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이 와 있더라. 제발 이러지 말라고, 조금만 더 기한을 달라고 빌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탁금 3억원을 내라는 말을 (3월)9일에 들었는데 사흘 만에 그 큰돈을 소상공인이 어떻게 마련하겠나. 그사이 서울시가 카드를 압류했고 코로나19도 있었다. 너무한 게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리저리 노력했지만 결국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카페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2017년 아트홀 카페 차려
지난 3월11일 강제 철거

이날 김 대표는 특수 협박,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강제 집행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살기 싫다, 죽겠다’고 말하거나 가위를 꺼낸 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그는 “누구를 붙잡고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내 눈앞에서 내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니까 너무 절망스러웠다. ‘여기서 살고 싶지 않다. 죽어버리겠다’라고 하니까 누가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지방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서울에 올라온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입시 학원을 운영하던 김 대표는 2016년 서울 여행을 왔다가 DDP의 텅 빈 공간을 보게 됐다. 당시 통로로 사용되고 있던 자리였다. 그는 “안내데스크밖에 없는 걸 보고 ‘여긴 뭐지, 뭐 하는 곳이지’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2017년 해당 공간에 대한 입찰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디자인재단이 공간을 운영할 사업자를 모집한 것이다. 당시 선정된 곳이 우일TS라는 업체다. 입찰을 따낸 우일TS는 김 대표와 전대차 계약을 맺는다. 다시 말해 서울디자인재단과의 계약자는 우일TS고 실제 운영은 김 대표가 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운영 방식이 2020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으로 뽑는 시점이다. 그는 “그 위법한, 잘못된 입찰로 인해 그다음 계약 전환 과정(2020년)에서도 문제가 생겼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2023년 퇴거 요청, 2026년 강제 집행까지 모두 2017년 입찰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2020년 첫 계약이 만료된 이후 계약을 다시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공유재산 유상 사용·수익 허가(연장)’라는 이름의 계약서를 받았다. 기존 계약을 3년 연장하는 내용으로, 지금까지 김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계약서이기도 하다.

코로나도
견뎠는데…

김 대표는 “(계약 내용이) 위·수탁에서 사용수익 허가로 바뀌고 갑과 을에서 사용자와 수익자로 바뀌고 그랬다. 왜 (이전과) 다른 계약서를 가지고 왔는지 물었을 때 공유재산법 같은 얘기를 했는데 일반인은 그런 걸 잘 모르지 않나. 이게 아니면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인식도 못 하고 ‘이렇게라도 해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에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계약의 대가는 3년 뒤에 나타났다. 2023년 해당 계약을 근거로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시는 페소니아에 퇴거를 요청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 조금씩 카페가 정상화되던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서울시 등은) 공유재산 물품관리법을 내세우면서 1회밖에 연장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위·수탁 계약 기간이었던 2017년부터 소급 적용해, 2020년에 3년 연장 계약을 맺은 걸로 갱신이 완료됐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면 공유재산의 허가 기간은 사용 허가를 받은 날부터 시작되니까, 2020년에 최초 계약이 돼서 2023년에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추가로 5년은 더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서울시 측과 페소니아는 10건이 넘는 소송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시 측은 페소니아가 무단으로 공간을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법 점유, 알박기 등의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페소니아는 계약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또 2020년 계약 전환 과정에서 서울시 등이 공청회나 전수조사 등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불리한 계약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퇴거 요청 이후 우리가 나가지 않자 2025년 초부터는 카드 사용을 막은 것도 모자라 다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던 타지점의 보증금까지 압류했다”며 “서울시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엄청난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페소니아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현금으로만 결제가 이뤄졌다고 한다.

2023년 이후 억울함만을 호소하던 김 대표가 실제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경부터다. 그는 “2년 동안에는 민사로만 대응해서 절차니, 뭐니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 행정소송의 존재를 알게 됐고 공유재산 문제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2025년) 처음 알았다. 서울시가 우리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단순 계약 만료가 아니라 행정처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처분이 없었다. 절차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나만?
호소해도…

그러면서 “서울시의 논리대로라면 계약서에 있는 기간이 딱 끝나면 서울시에 있는 모든 공유재산을 다 불러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소니아만 다른 업체들과 계약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도 그 시기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곳은 다 사용수익 허가로 돼 있는데 우일한테만 괄호 치고 연장이라고 돼 있었다. 또 다른 곳은 절차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는데 우리만 과정과 상황에 대한 안내 없이 수의 계약으로 묶어 놨다. 위법한 절차”라며 “다른 업체는 10년으로 계약 변경이 이뤄졌는데 우리만 위법한 구조 그대로 3년으로 묶어뒀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월에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공공시설 임대·관리 부당 행정 서울시청 및 강남구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공공의 이름으로 시민을 몰아내는 행정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별다른 반향은 없었고 이후 한 달여 만에 페소니아는 철거됐다. 김 대표는 10억원 이상을 손해 봤으며 서울시의 퇴거 요청(2023년) 이후 진 빚이 15억원가량이라고 주장했다. 11명에 이르던 직원의 월급도 아직 다 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 이자만 한 달에 600만~700만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소송을 하는 데 2억원가량 썼다. 그 돈이면 카페를 하나 차리고도 남는다. 또 버티는 과정에서 들어간 직원 급여 등 개인 돈으로 끌어다 쓴 것을 따지면 또 매장 하나를 차리고도 남는다. 이걸 버틸 수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몇이나 되겠나. 차라리 그냥 때려치우고 나와서 새로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고 전했다.

2023년 계약 전환 과정
“절차 위법했다” 주장

이어 “이런 악법한 구조로 소상공인을 절차도 없이 밀어내는데도 이길 수가 없다. 나와 시민은 서울시에 세금을 내고, 서울시는 세금이 엄청 많지 않나. 그러니까 변호사를 쓰고 공무원끼리 협조하면 내가 그 조직을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너무 막막하다. 뭘 해서 빚과 이자를 갚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거나 우체국에서 오는 문자 같은 걸 받을 때마다 가슴이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어떤 소송이 또 들어올지, 압류가 들어올지 하루하루가 진짜 너무 견디기 힘든 삶”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를 묻자 “시작을 했으니까”라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전까지는 그냥 억울하다고 생각해 싸웠는데 2025년에 절차가 위법이라는 걸 알고 싸우는 방향을 바꾸게 됐다. 남들에게 이 잘못된 구조를 알리지 않으면 누가 들어오더라도 망하고 나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선택적 행정 아니냐. 필요 없을 때는 더 쓰라고 허가해 주고 필요하면 소송으로 빼앗고. 이런 구조면 공유재산 운영은 안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가만히 나둬도 소상공인이 고사하는 시기다. 지난 18일에 같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마음 편히 장사하고픈’이라는 모임이 있다. 민간 임대차 보호법 10년을 이끈 단체다. 근데 그 단체에서 지금 너무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장사가 잘돼야 자리를 두고 나간다, 안 나간다 소송이 벌어지는데 지금은 가만히 놔둬도 망하기 때문에 소송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에게 퇴거는 죽음과 같다. 나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을 바꾸든지, 소상공인을 보호해 주든지 해야 한다. 그래서 견디는 거다. 내가 더 잃어버릴 게 있나”라고 했다. 이어 “애들이 눈에 밟힌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공부도 해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한다. 빚만 남겨주고 갈 순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

김 대표는 “2023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실을 두 번 방문했다. 코로나 기간 3년 동안이나 견뎠다, 이렇게 자영업자를 쫓아내면 안 되고 직원들의 삶까지 망가뜨리면 안 된다, 재난 관련 법을 적용해서 계약을 연장해 달라, 갱신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아니라 오세훈 시장이 직접 나한테 나가라고 하면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 그러니 시장님이 목소리를 내달라고까지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치돼있던 공간을 살려서 돈을 투자하고 활성화해 놨더니 그제야 활용도를 찾고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게, 절차도 없이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게 오 시장이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인지 모르겠다. 오세훈 시장하고 1대 1로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 오세훈 시장의 말이 맞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반대’ 서울시 입장
“페소니아 측 억지”

서울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취재에 ‘법대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강제 집행을 진행한 주체는 서울시가 아니라 법원이며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도소송 1심 판결문에 자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는 김이경 페소니아 대표와 전대차 계약을 맺은 우일TS가 위탁 목적물(페소니아 공간)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는 2023년 3월27일에 만료됐다고 판시했다. 서울시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원에서 서울시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며 “페소니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실 등을 통해 각종 자료 요구가 이어졌는데, 막상 자료를 받은 이후에는 별말씀이 없다. 페소니아 측 주장대로 소상공인을 쫓아낸 게 아니라 법원에서 판결했고 그에 따라 법원에서 집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대로 처리했다”

이어 “페소니아 측에서는 서울시가 소송을 남발하고 언론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적반하장이다. (서울시가) 명도 소송을 제기한 것은 그분들이 안 나갔기 때문에 저희가 공무원으로서, 재단 직원으로서 법에 의해서 한 거다. 무단으로 점유하고 나가지 않는데, 저희가 가만히 있어야 되나”라고 말했다.

또 “연 10억원의 매출이 나오는 곳에서 사용료를 한 푼도 안 내고 3년 넘게 무단 점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소송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거야말로 직무유기다. 사용료를 내지 않으니까 변상금을 부과하고 나가지 않으니까 명도소송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이 해당 공간을 홍보관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페소니아를 쫓아냈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 그러려고 했다면 이렇게 3년 이상 소송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끌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송도 저희가 제기한 것보다 페소니아 측에서 제기한 게 더 많다”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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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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