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검은손' 한국문화재단 실체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01 09: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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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저리가라…박근혜 판도라 열린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정수장학회는 대선 전 반드시 넘어가야 할 걸림돌이다. 최근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밀실 추진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런 와중에 항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박 후보의 또 다른 재단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바로 ‘비선 조직’으로까지 의심받았던 한국문화재단이다. 베일에 가려져있는 미스터리 재단의 실체를 파헤쳐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외곽 비밀결사대, 이른바 ‘신사동팀’으로 불렸던 한국문화재단의 실체가 공개됐다. 다음에서 정치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인 오주르디가 최근 공개한 포스트 <‘박근혜 재단’ 중 가장 은밀한 곳, 한국문화재단>을 통해 그간 단 한 번도 논의선상에 떠오른 적이 없던 한국문화재단의 역사와 정체를 벗긴 것이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재단이 그간 박 후보의 정치 행보에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온 실상도 드러났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국문화재단은 누리집도 없고 인터넷 검색도 쉽지 않다. 건물 안내판에도 간판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박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재단 4곳(정수장학회·육영재단·영남학원·한국문화재단) 중 가장 베일에 쌓여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미스터리 재단’의 출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7개월 전인 197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문화재단의 설립자는 라면회사인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 설립 당시 명칭은 ‘명덕문화재단’이었다.

전 명예회장은 1979년 3월 현금 5억 원 등 총 11억 원을 들여 ‘명덕문화재단’을 창설했고 설립 이듬해인 1980년 7월 전중윤 초대이사장을 포함한 설립 관계자 전원이 사퇴하고 박 후보가 이사장이 됐다.


만 28세에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은 박 후보는 2012년까지 줄곧 이사장을 맡아왔다. 32년 동안 한결같이 ‘이사장 박근혜’ 체제가 유지됐다면 사실상 재단 소유주가 박 후보라는 얘기다. 

간판도 없이 극 비밀리에 운영된 ‘신사동 팀’
삼양라면 전 회장의 재단 기부는 보은 성격?

당시 11억 원의 가치는 같은 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돈이라며 박 후보에게 청와대 금고에서 무상증여한 6억 원과 비교하면 액수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6억 원이면 대치동 은마 아파트 30여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어마어마한 재단이 박 후보의 손에 넘어간 걸까. 블로거 오주르디는 이어 삼양라면, 그리고 박정희와 JP를 연결고리로 미스터리한 한국문화재단의 실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에 따르면 재단 소유권이 삼양라면에서 박 후보에게 넘어간 배경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했던 전 명예회장이 보은 차원에서 맏딸인 박 후보에게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맡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상 기부행위라 봐도 무방하다.

삼양식품은 1961년 정부의 금전 도움을 받아 라면 제조기계를 도입했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 명예회장의 삼양라면 성공스토리는 남대문시장 꿀꿀이죽에서부터 출발했다.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자신이 일본서 먹어본 라면을 떠올린 전 명예회장은 ‘새로운 식품 사업계획서’를 들고 JP(김종필)를 설득했다.
JP를 통해 라면 샘플을 먹어 본 박 전 대통령은 라면을 좋게 평가했고, 이후 전 명예회장은  정부가 보유했던 미국 잉여농산물 구매대금 중 5만 달러를 조건부로 불하받아 라면기계를 샀다. 삼양라면은 불티나게 팔렸고 1964년부터 라면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재단과 삼양라면
그리고 박정희와 JP


5만 달러를 불하해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전 명예회장은 자신의 딸 셋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다닌 배화여고에 보냈다. 배화학원 이사장을 맡아 ‘육영수 여사 기념관’도 건립해 줬다. 이후 설립된 배화여자전문대학 후원 재단으로 명덕문화재단을 설립했다.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급서하자 전 명예회장은 그럴 줄 알고 재단을 넘길 준비라도 한 듯 1년도 안 돼 박 후보에게 명덕문화재단 전체를 양도했다.

명덕문화재단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문화재단은 2002년 박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 미래연합을 창당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탈당 선언문을 작성한 곳이 박 후보의 의원실이 아니라 한국문화재단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박 후보의 비공식 조직인 ‘신사동팀’에 관한 설들이 정가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주르디는 “‘신사동팀’의 거점이 한국문화재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팀을 이끈 인물은 ‘박근혜의 그림자’라고 불렸던 고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로 알려졌다”며 “정윤회는 최태민의 다섯째 부인의 딸인 최순실의 남편이다. 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으며, 육영재단에 관여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그가 지난 4·11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공익재단?
쿠데타 전진기지!

한국문화재단의 임원진도 박 후보와 관련 있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이사진 자료에 따르면, 최외출, 변환철, 김달웅, 김덕순 등 친박 인사들이 이사를 맡고 있다.

영남대 부총장이자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인 최외출 이사는 박 후보의 ‘국민행복캠프’ 기획조정특보이고, 변환철 이사는 친박 교수 모임인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김달웅 이사도 친박 성향 교수 연구모임인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의 상임대표를 맡고, 김덕순 이사는 정수장학회 이사도 겸하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4개 법인(정수장학회·영남학원·육영재단·한국문화재단)이 설립된 이후 감사 이상을 지낸 임원을 교차분석해보니, 지난 20∼30여 년간 22명이 재벌계열사처럼 순환 임명돼왔다”고 지적했다.

오주르디도 “재벌기업이 계열회사 임원을 순환시키는 것처럼 ‘박근혜 재단’ 4곳도 꼭 그 짝”이라며 “4곳 모두 거친 임원이 3명, 3곳에서 임원을 맡았던 사람이 3명, 2곳 16명 등이며 현재 임원을 맡고 있는 사람도 5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오주르디는 또 한국문화재단이 박 후보의 기부행위나 박 전 대통령 업적 홍보로 재단 비용을 지출해온 사실도 공개했다. 재단은 2004·2005년 문화 활동비 명목으로 박 후보의 미니홈피 접속 수 200만회와 300만회 돌파를 기념해 수 백만원에 상당하는 물품을 영아원과 어린이 시설에 지원했다.

학술연구비 명목으로 ‘박정희 치적 연대표 조사연구’ 등에 15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재단의 연구비 지원 5건 중 2건도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었다.


32년간 존속해오다 돌연 9월10일 등기 말소
육영수사업회에 증여 “대선 의혹 피하기?”

또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문화재단이 선정한 장학금 수혜자 수는 총 715명인데, 이 중 75%에 달하는 538명이 박 후보의 지역구나 다름없는 대구-달성에 치중해 지원했다. 이를 두고 오주르디는 “자신의 선거구에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박근혜’라고 적힌 장학증서를 집중적으로 뿌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주르디는 “정수장학회가 3만 명의 상청회원을 거느린 사실상 박 후보의 외곽조직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문화재단도 만만치 않다”며 “한국문화재단의 겉모습은 정수장학회보다 못할지언정, 박 후보의 정치적 ‘손발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수장학회를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문화재단이야말로 박 후보의 비밀 정치의 축이자 드러나지 않은 의혹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한국문화재단은 지난달 10일 갑작스러운 해산 등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25일 이사회 결의로 해산했고, 지난 9월10일 해산 등기를 마쳤다.

해산하면서 13억 여원에 달하는 재단의 자산은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육영수여사 기념사업회’로 넘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23일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문화재단은 지난 6월 법인을 해산하고 기본재산 13억원을 육영수사업회에 증여했다. 이에 따라 육영수 사업회의 기본재산은 24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제2의 정수장학회’논란을 피하기 위해 두 재단을 서둘러 통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이어 한국문화재단도 박정희 시대 재벌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설립 시 한 푼의 재산 기여도 없는 박 후보가 마땅히 사회 환원을 해야 할 재산을 육영수사업회로 넘긴 것은 논란도 피하고 재산도 지키기 위한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역시 “남의 들보는 잘 들추더니 32년간 몰래 지켜온 단체의 너무 큰 들보가 들킬까 겁이나 재빨리 합치셨군요” “안철수재단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을 적용했는데, 형평성이란 게 있나요?” “까도까도 나오는 양파네요. 어떻게 죄다 남의재산인지” “아버지의 과오만 물려받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버지 시절’
또 다른 유산 

한 블로거는 “우리 국민들은 하다못해 안전 띠 하나 착용을 미처 하지 못하고 가다가 걸려도 꼼짝없이 벌금 3만원을 내야하며 그 외에도 국민들은 그 어느 사소한 법으로 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그런데 정수장학회나 그 운영에 문제가 많은 육영재단, 한국 문화재단이라는 곳들이 박 후보를 위해 돌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러면서 ‘국민대통합’이라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같잖은 선거운동 및 표 구걸을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32년간 비밀을 지켜온 단체. 사회 환원으로 연결되지 않은 한국문화재단을 통합했다고 해서 특혜에 따른 상납 의혹, 재산 지키기 꼼수 등 들끓는 의혹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학 사업을 하는 한국문화재단과 개인 추모 중심인 육영수 여사 기념사업회의 사업통합목적을 두고도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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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