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동아시아의 시계, 다시 한국을 향한다

중국 흔들리고, 일본은 움직이는 순간의 한국

최근의 한·중·일 관계는 오래된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미·중 기술 전쟁 속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은 방위비 증액과 자위대의 군사화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 한국은 미·일 안보 체제에 편입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놓지 못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세 나라가 따로 흘러온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시계 위에서 함께 움직여온 궤적이다. 우리는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를 분리해 배우지만 실제로 이 셋은 한 번도 따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 중국이 중심을 잡고 일본이 주변에서 팽창하며 한반도가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구조는 수천년 동안 반복돼 왔다.

지금 우리가 보는 미·중 충돌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한국의 외교적 모호성도 이 오래된 시계가 다시 한 바퀴를 도는 장면일 뿐이다.

중국이 안정돼있을 때 동아시아는 비교적 조용했다. 한나라와 당나라, 명나라 시절에는 국제 질서가 단단했고 주변국들은 그 틀 안에서 자율성을 누렸다. 중심이 단단하면 주변은 흔들리지 않고, 패권이 분명하면 충돌도 줄어든다. 그래서 이 시기 동아시아는 교역과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중국의 안정은 곧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무너질 때마다 동아시아는 즉각 요동쳤다. 907년 당나라가 붕괴하자 중앙 질서가 사라졌고, 그 공백 속에서 고려와 일본은 전례 없는 독립성을 얻었다. 해상 교역이 폭증하고 각국은 독자적 정치와 문화를 꽃피웠다. 중국의 붕괴는 주변국의 해방이자 재편의 신호였다. 이 패턴은 이후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1911년 청나라가 무너졌을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백년간 동아시아를 지탱해 온 중화 질서가 붕괴하자 일본과 서구 세력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메이지 일본이었다. 일본은 더 이상 중국의 문화적 후손이 아니라 서구 제국과 경쟁하는 제국이 되기로 결단했다. 그 결과가 조선 병합과 만주 침략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강해질 때마다 전쟁은 필연처럼 따라왔다. 1592년 임진왜란은 일본이 처음으로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 진출하려 한 시도였다. 일본에게 조선은 목적이 아니라 통로였고, 진짜 목표는 중국이었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도 일본은 조선을 둘러싼 중·일 질서를 무너뜨리며 대륙 진출의 길을 열었다. 1937년 중일전쟁 역시 같은 궤적 위에 있었다.

이 모든 충돌의 중심에는 항상 한반도가 있었다. 중국 질서와 일본 야망이 맞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이 땅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강하면 한반도는 그 질서 속에 묶였고, 중국이 약해지면 일본의 침투를 가장 먼저 받았다. 그래서 한반도는 한 번도 평화로운 완충지대였던 적이 없었다. 늘 전쟁의 통로였고, 압박의 교차로였다.

지금의 동아시아도 이 구조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중국은 성장 둔화와 금융 불안, 인구 감소로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 과거의 청나라와는 규모가 다르지만, 패권이 흔들린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이런 순간에 주변 국가는 반드시 움직인다. 역사는 이 공식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일본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방위비를 급증시키며 장거리 타격 능력까지 확보하려 한다. 일본은 자신을 더 이상 전후의 평화 국가가 아니라 전략적 군사 국가로 재정의하고 있다. 중국이 흔들릴 때 일본이 영향권을 넓히려 하는 것은 오래된 본능이다. 지금의 일본 재무장은 그 본능의 귀환이다.

미국은 이 흐름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다. 그래서 일본을 동아시아 군사 질서의 핵심으로 세우고 한국을 그 축에 묶으려 한다. 한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전초기지이자 미·일 동맹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것은 외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구조의 문제다. 한반도는 다시 한번 패권 충돌의 중앙에 서 있다.

문제는 한국이 이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고 있느냐다. 많은 정치인과 관료들은 이를 단기 협상이나 일시적 위기로 본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907년은 중국 붕괴로 주변 질서가 풀린 순간이었고, 1911년은 중화 질서 붕괴와 제국 경쟁의 시작이었다. 1592년은 일본의 대륙 진출 선언이었고, 1895년은 그 야망이 패권으로 바뀐 전환점이었다.

중국이 흔들리고 일본이 움직이는 순간, 한반도는 언제나 시험대에 오른다.

지금 동아시아의 시계는 또 한 번 그 초침을 한국 쪽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는 다시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에 서 있다. 필요한 것은 특정 국가와의 거래가 아니라 이 구조를 읽고 버틸 수 있는 전략이다. 역사를 읽지 못하면 역사는 다시 우리를 지배한다. 동아시아의 시계는 지금도 째깍거리며 한국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이 구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살아남는 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일본 중 하나를 택해 줄을 서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동아시아의 균열이 커질수록 줄서기는 곧 종속이 된다. 한국은 동맹을 유지하되, 어느 한쪽의 전초기지로 고정되지 않는 전략적 완충국가로 자신을 재정의해야 한다.

이것이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살아남았던 방식이다.

경제 역시 같은 원리로 재편돼야 한다.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동시에 미국 기술과 금융에 매달리는 구조는 충돌이 커질수록 위험해진다. 한국은 미·중 어느 쪽에도 완전히 묶이지 않는 공급망과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AI 같은 전략 산업에서 한국이 빠지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해지는 나라가 될 때 비로소 선택권이 생긴다.

외교와 안보에서도 한국은 더 이상 수동적 위치에 머물 수 없다. 일본의 재무장과 중국의 불안정, 미국의 패권 유지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 시대에 한국은 스스로를 ‘경계 국가’이자 ‘중재 국가’로 설계해야 한다. 전쟁의 통로가 아니라 협상의 교차로가 되는 것이 생존 전략이다. 동아시아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지금, 한국이 역사의 피해자가 될지 설계자가 될지는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부 역시 이런 구조를 의식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을 축으로 비정치 분야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일 갈등의 정면을 피해 제도의 뒤편으로 물러서는 선택에 가깝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초 추진됐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끝내 무산된 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과 방일을 통해 관계를 각각 관리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자 틀에서 돌파구를 찾기보다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양자 관리로 내려온 셈이다. 이는 동아시아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지금, 한국이 흔들리는 톱니가 아니라 시간을 조율하는 기어가 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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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