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통령의 SNS 정치, 화면? 역사? 어디에 남을까

속도는 환호 만들고, 시간은 결과 남긴다

정치는 메시지의 경쟁이자 속도의 경쟁이다. 누가 먼저 말하느냐, 어떤 문장이 더 널리 퍼지느냐, 어떤 장면이 오래 남느냐가 정치의 체급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연설문이 기록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타임라인이 역사를 만든다.

정치는 이제 화면에서 먼저 판단되고, 여론은 클릭의 속도로 굳어진다.

지난 7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의 ‘고액 자산가 탈한국’ 보도자료를 고의적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사익을 위한 왜곡이라며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경고도 뒤따랐다. 약 4시간 후 대한상의가 통계 검증이 부족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이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질타한 지 하루 만인 8일 정부는 대한상의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 절차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정치의 무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는 기자회견보다 휴대전화 화면에 먼저 등장하는 지도자다. 발표보다 게시가 빠르고 브리핑보다 문장이 앞선다. 정치가 플랫폼 위에서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시대, 그는 그 중심을 점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말의 타이밍 자체가 리더십이 된다.

과거 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을 떠올리면 낯선 장면은 아니다. 정치 입문 초기에 그는 직설적인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복잡한 설명 대신 한 문장으로 답을 제시하는 방식은 지지와 반발을 동시에 키웠지만 존재감을 넓히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 기억 때문에 오늘의 SNS 메시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SNS는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선다. 그것은 이미 통치 방식의 일부로 기능한다. 정책의 배경을 설명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반대의 프레임을 정면 돌파한다. 언론이라는 중간 과정을 우회해 직접 도달하는 느낌을 만든다. 그만큼 메시지의 체감 온도는 높아진다.

정치가 전달이 아니라 즉시 반응의 영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이 방식은 강력한 해방감을 준다. 기다림 없이 반응이 나오고 복잡한 해설 없이 방향이 제시된다. 싸워야 할 대상이 또렷해진다. 정치적 에너지는 빠르게 한곳으로 모인다.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 역시 극대화된다.

최근 이 대통령의 이른바 ‘사이다 SNS’가 보여주듯 지도자와 같은 전선에 서 있다는 심리적 거리의 축소가 만들어진다.

이 대동령이 SNS에 올린 부동산·금융·외교 관련 메시지는 단호한 문장으로 하루의 의제를 다시 배열하는 힘을 보여줬다. 게시물이 올라오는 순간 무엇을 먼저 논의해야 하는지가 재정렬되고, 정치의 우선순위가 빠르게 이동한다.

임기 초 SNS에 올라온 “주식으로 장난치면 패가 망신”이라는 표현도 경고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메시지는 길지 않았지만 파장은 컸다. 관련 집단은 즉각 긴장했고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몇 줄의 문장이 투자 심리와 관망의 분위기를 빠르게 재편했다.

지도자의 의지는 압축된 형태로 명확히 전달됐고, 정책 당국이 어디를 주시하는지도 분명해졌다.

특히 부동산을 둘러싼 메시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반복돼 왔고, 올해 연초 들어 더욱 집중됐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조될수록 정책 방향은 한층 선명해졌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공유되자 시장은 규제 강도를 먼저 계산하기 시작했다.

매수와 매도의 판단이 미뤄지는 사이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을 내놓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강남권을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는 신호도 감지됐다.

대외 관계를 다루는 메시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예컨대 캄보디아를 언급하며 한국을 건드리면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경고가 나왔을 때, 그 메시지는 국가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국내적으로는 국민에게 든든함을 주며 결속을 강화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는 한국이 스스로의 이익과 안전을 지킬 준비가 돼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들 사례는 하나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대통령의 SNS 글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곧바로 행동을 부르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시장은 거래 속도를 조절하고, 부동산시장은 관망에 들어가며, 외교 당국은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따져 본다.

글이 올라오는 순간 관련된 사람들의 판단이 달라진다. 온라인에 적힌 말이 현실에서 움직이는 순서를 바꾸는 장면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린다. 직접 말하고 즉각 반응하며 지지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이 닮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전투의 무대로 삼는 이 리더십은 결단력과 속도를 증명하는 강점을 갖지만, 숙성과 조정의 공간을 줄인다는 점에서 불안 또한 함께 키운다.

힘이 빠르게 모이는 만큼, 그 반대편의 저항도 같은 속도로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에서의 발언이 상징적 충돌이나 정치적 퍼포먼스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훨씬 구체적인 행정 신호로 읽힌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올라오는 순간 부처는 대응을 준비하고 시장은 위험을 계산하며 이해관계자들은 손익을 따지기 시작한다.

게시물 하나가 정책의 예고편처럼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형성돼있다는 게 미국과 다르다.

SNS 정치의 장점은 분명하다. 의제를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할 수 있고, 논쟁의 출발점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지지층의 결집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온라인의 에너지가 현실 정치로 곧바로 이어진다. 지도자는 매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속도를 쥔 쪽이 결국 국면을 끌고 간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단점 역시 분명하게 존재한다. 한번 공개된 메시지는 기록으로 남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수정하기 어렵다. 상황이 달라져도 톤을 낮추는 순간 그 변화는 입장 후퇴로 읽히기 쉽다. 협상의 공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선택지는 눈에 띄게 제한된다.

정치가 스스로 숨을 고를 수 있는 회색지대가 빠르게 사라진다. 유연성이 줄어들수록 지도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

지난 8일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연이은 SNS 정치를 두고 “국정은 임의로 지웠다가 남길 수 있는 일기장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게시와 삭제가 반복되는 소통 방식이 기록 관리 원칙을 흐리고, 비공개 메신저 중심의 논의는 검증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면을 장악하는 정치가 자칫 휘발성 통치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정치가 빨라질수록 숙성의 시간은 얇아진다. 정책은 본래 복잡하고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SNS는 긴 설명 대신 즉각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선과 악, 찬성과 반대가 순식간에 갈리며 협상과 타협은 화면 밖으로 밀려난다. 표현은 늘 결단처럼 들리고 기대는 빠르게 높아지지만 준비와 수정의 시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간극이 커질수록 실망과 비용 또한 함께 자라난다.

끊임없는 발신의 압박 속에서 정치는 숨을 고르기 어려워진다. 하나의 이슈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의제가 밀려오고, 사회는 매일 결집과 반발을 반복한다. 진영은 단단해지지만 유연성은 줄어든다. 서로를 설득하기보다 서로를 확인하는 정치가 익숙해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공동체의 체력은 더 빨리 소모되고, 피로는 구조처럼 누적된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SNS에 얼마나 많은 문장을 남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바꾸었느냐다. 조회 수와 박수는 흘러가지만 제도와 결과는 오래 남는다. 타임라인은 지나가도 삶 속의 변화는 기록으로 축적된다. 정치의 평가는 언제나 그 자리로 되돌아오며, 진짜 결론은 화면이 아니라 시간 위에 쓰인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속도가 리더십을 증명하는 시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때로는 속도를 늦추는 용기도 함께 보여주기를 바란다. 빠른 문장이 지지를 모을 수는 있지만,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조정과 결과이기 때문이다.

화면을 장악한 지도자로 기억되기보다 시간을 통과한 변화로 남는 대통령이 되기를 국민은 기대한다. 속도는 권력을 만들지만, 지속은 신뢰가 만든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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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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