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AI 시대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숫자에 홀린 듯 보인다. 뉴스는 “출산율 0.7명” “지방 소멸” “국가 지속 가능성 붕괴” 등 자극적인 말을 반복하고, 정부는 세금과 예산을 쏟아부으며 아이를 낳아 달라고 읍소한다. 지자체는 집을 주겠다는 포스터를 붙이고, 현금을 주겠다는 현수막도 내건다.

그러나 지금 AI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는가”다. AI가 계획하고 로봇이 일하는 시대의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시작일지 모른다.

현금으로
해결될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단어는 ‘인구절벽’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0월 인구소멸지역 7개 군을 선정해 주민들에게 매달 15만원씩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도 “인구절벽으로 지방이 사라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며 마치 우리나라가 절벽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라도 된 듯 아우성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인구절벽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바로 ‘사람이 경제를 움직인다’는 전제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엔 이 말이 옳았다. 공장엔 노동자가 필요했고, 조립 라인엔 수많은 손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느냐가 생산력을 결정했다. 이때는 사람 수가 곧 국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AI 시대다. 공장에는 더 이상 수백명이 필요하지 않다. 로봇과 이를 관리하는 엔지니어 몇 명이면 충분하다. 생산 라인은 이미 자동화됐으며, 심야 물류창고는 불을 끄고도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가 됐고, 은행 업무도 사람 대신 키오스크와 AI 상담사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를 단순한 재앙으로 보는 건 과연 맞는 건가. 과거에서 못 벗어난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축소 사회’라는 정책 용어를 만들고, 유럽이 ‘인구 축소를 전제로 한 도시 재설계’를 논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는 사회가 무너진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돌아가는 체계를 설계하라”는 새로운 문명의 요구다.

인구절벽이 아닌 문명 전환점
종말 아닌 질문 바꾸라는 신호

정부가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사람이 줄면 나라가 멈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통계청의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 생산성 하락, 세금 감소, 복지 재정 고갈 등을 경고하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출산 장려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은 ‘사람이 일해야 세금을 내고, 세금이 복지를 지탱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경제 운영 체계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이미 그 프레임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사람 수가 GDP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기술 수준이 결정한다. 사람 대신 AI, 플랫폼, 데이터와 무형자산이 부를 창출한다. 소득세나 근로 기반 조세가 국가 재정의 중심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아이를 낳거나 전입하면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려 한다. 기업 역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자동화와 기계 도입으로 인원 감축을 스스로 추진해 왔다.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있음에도 정책은 여전히 ‘인구=노동력=국가 경쟁력’이라는 도식에 머물러 있다.

즉 사회의 운영체제는 이미 AI 기반으로 바뀌었는데, 정책은 아직도 윈도98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단적인 예로, 지자체는 지금도 ‘전입하면 현금 지급’ ‘출산하면 주택 제공’ 같은 1990년대식 정책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은 2024년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는 노동시장 위기가 아닌, 자동화에 기반을 둔 재구조화의 기회”라고 해석했다. 그들은 “사람이 줄면 미래가 없다” 대신 “사람이 줄어도 미래가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구 통계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통계를 해석하는 방식과 정책을 만드는 인식 자체의 업데이트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

이제 우리는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 바라보는 대신 새로운 문명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Synthetic Shrinkage Theory)’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은 ‘인구 감소는 기술 문명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는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사유의 틀이다.

즉 이 이론은 인구 감소가 과거의 ‘대량 인구,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가 끝나고, ‘선택적 노동, AI 자동 생산, 맞춤형 소비’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은 이상적인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독일·핀란드 같은 국가들은 인구가 줄어들자, 세금을 기업의 자동화 기계에 부과하는 ‘로봇세’와, 데이터 사용료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데이터 배당제(일정 생산성을 넘긴 자동화 기업에 사회 기여금을 부과하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AI 강국과 선진 복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정부도 “노동이 사라질 때 복지는 무엇으로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산업화 시대의 연금과 세금 방식’을 버리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는 인구 유입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수백만원을 주며, 전입하면 전세자금을 지원하고, 혼인 신고만 해도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붙어 있다. 사람이 오면 도시가 살아난다고 믿고, 도시가 살아나려면 먼저 사람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지자체가 살만한 곳이면 사람이 모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뿌려도 사람은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이 없어서 도시가 죽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죽어 있으니 사람이 없는 것’이다.

도시부터
돌아가야

AI 시대에 경쟁력 있는 지자체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없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도시다. 학생 수가 20명 미만으로 줄어든 농촌 학교가 과거엔 폐쇄 대상이지만, AI 튜터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도시보다 더 다양한 교육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일부 지역은 ‘작은 학교+원격 강의+지역 공동체’ 형태로 교육 모델을 재구성해, 폐교가 아닌 마을 대학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가 부족해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원격 진료 시스템과 응급 드론 배송 체계를 구축하면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의료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지자체 경쟁력의 중요 요소는 사람 수가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다. 지금 지방 소멸을 막는 길은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 없이도 유지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좋은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자연히 돌아온다. 지자체가 할 일은 출산율 경쟁이 아니라, 인구가 줄어도 괜찮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인구가 줄면 복지와 연금이 무너진다는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세금을 내서 많은 사람을 부양하는 구조를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인구 감소는 당연히 국가 재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제 세상을 유지하는 방식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달려있다. 자동화 공정, 알고리듬, 플랫폼, 데이터는 인간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사람의 노동에서만 세금을 걷는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건 노동 기반 조세에서 기술 기반 조세로 이동하는 일이다.

노동 중심 시스템 의한 통계·정책 틀렸다
복지·세금·연금 시스템도 다시 설계해야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했듯이 로봇과 AI가 사람 대신 일해서 생산성을 올린다면, 그 자동화 시스템이 낳는 이익 일부를 사회 전체를 위해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른바 ‘로봇세’ 또는 ‘AI세’의 논리다. 물론 기업은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기업도 근로자에게 이득이 되는 4대 보험과 세금을 내기 싫어했었다. 그것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제도화됐듯, 기술 또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사람이 줄어도 나라가 굴러가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출산율 1.0이 아니라 2.0이 되어도 답은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를 낳아라”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왜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됐는지”는 정작 묻지 않았다. AI 시대 인구 감소는 단지 수치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경제·복지·도시·노동 시스템이 이제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경고다.

AI는 이미 인간 없이도 돌아가는 공장을 만들었고, 자동화는 인간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명확해진다. 사람이 줄어도 괜찮은 나라, 적은 사람으로도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사람의 수가 아니라 사람 한 명의 가치를 경쟁력으로 삼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AI 시대에 진입한 세계는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인구수로 경쟁하는 나라 VS 사람의 존엄으로 경쟁하는 나라, 사람을 늘리는 나라 VS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드는 나라, 기술의 속도만 좇는 나라 VS 인간의 시간을 존중하는 나라. 우리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후자의 나라가 돼야 한다.

없어도 
돌아가는

AI 시대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바꾸라는 사회적 요구다. “사람을 얼마나 낳을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이 줄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AI 시대에 맞는 강소국이 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