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원짜리 임금 지급’ 갑질 업주 대출 사기 피해담

10년 만에 나타난 그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과거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10원짜리 동전 수천개’로 지급해 논란을 일으켰던 PC방 업주 김씨가 10년 만에 또다시 등장했다. ‘갑질 업주’로 불렸던 김씨가 이번에는 지인 명의를 이용한 대출 사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따금 만나 술 한잔도 하던 친구였어요.” 피해자 A씨는 울분을 토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A씨는 김씨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서로 가정사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A씨에 따르면 2021년 가을, A씨는 김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김씨는 “PC방 세금 문제로 명의를 바꿔야 한다”며 “3년만 이름을 빌려주면 18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과거 김씨가 운영하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고, 그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잘나가는 사업가’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인천 재력가?

결국 A씨는 고민 끝에 명의를 빌려주기로 했다.

김씨는 곧장 A씨를 부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계약서에는 ‘시설대여(리스) 계약’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캐피털을 통한 장비 리스 계약이었다. 리스 계약은 캐피털사가 창업자 대신 장비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PC방·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초기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가 많이 이용한다.


캐피털사는 이용자 신용도와 사업자 정보를 심사해 대출 실행 여부를 결정하며, 장비업체는 납품 후 수령 확인서를 캐피털사에 제출하면 대금을 지급받는다. 김씨의 첫 번째 계약 당시 금액은 2억4205만원, 실제 실행 금액은 2억3000만원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22년 3월, 김씨는 A씨에게 다시 한번 연락해 왔다.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 이번만 더 도와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A씨는 마지못해 한 번 더 서명했다. 두 번째 계약 금액은 2억9110만원, 실행 금액은 1억6000만원이었다.

하지만 A씨 통장으로 돈이 들어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씨가 ‘캐피털에서 내 계좌로 바로 받는다’고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기나긴 기다림에도 김씨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계약서상 사업장 주소로 찾아갔다. 기재된 시흥 삼미시장 인근과 인천 남동구의 주소에 PC방은 흔적조차 없었다. A씨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PC방이 들어설 자리도 아닌 작은 건물이었다”고 말했다.

리스 계약은 보통 기기 납품을 전제로 한다. 캐피털사가 장비 공급업자에게 돈을 지급하면 이용자(명의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실제 장비를 납품받은 사실이 없었다. 이후 A씨에게는 연체 안내 문자와 독촉 전화가 쏟아졌다.

지인 명의 빌려 대출금 갈취
과거 인천 일대 사업장 운영

그는 “대출이 시작되자마자 문자메시지가 왔고, 김씨에게 보여주면 ‘오늘 처리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결국 A씨 명의로 된 대출금은 모두 연체 처리됐다. C캐피털사는 ‘계약 해지 예고문’을 보냈다. A씨는 “도장은 김씨가 가지고 다녔다”며 “물건 수령증 같은 서류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약속한 1800만원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같은 수법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해외에서 일하던 B씨는 A씨를 통해 김씨를 알게 됐다. “명의만 빌려주면 18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동의했다. 2022년 7월8일, B씨 명의로 C캐피털과 두 건의 리스 계약이 체결됐다.

금액은 각각 1억8000만원과 1억2000만원이었다. 대출금은 B씨 계좌로 한번 들어왔다가 즉시 김씨 계좌로 이체됐다. B씨가 실제로 받은 돈은 600만원뿐이었다. 이후 연체 문자와 독촉이 이어졌다.

B씨가 항의하자 김씨는 “내가 알아서 한다”며 오히려 “그거 무시하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약속된 돈을 받을 수 없었다.

현재 A씨와 B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소를 진행한 상태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은 계약 당시 김씨가 제출했던 사업자 등록증이 위조됐다는 점이다. B씨는 “캐피털 직원과 공모한 것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씨 또한 계약 당시 김씨가 “캐피탈 직원과 잘 아는 사이”라며 “계약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추정되는 피해자는 10명 이상이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진술서에 언급된 피해자만 7명, 고소를 원하지 않아 조용히 넘어간 피해자들도 있었다. 모두 김씨의 요구로 명의를 빌려주고 같은 방식으로 대출 계약을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추가로 확보한 김씨가 당시 관리하던 사업장 리스트에도 같은 이름이 보였다. 일부 피해자는 ‘동업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3년이 지났을 때 PC방을 인수할 수 있는 영업권을 주겠다”는 말에 속았다는 것이다. 실제 PC방 명의를 넘겨받았다가 임차료 연체로 건물주에게 소송을 당해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은 이도 있었다.

또 일부 피해자는 계좌 압류 통보까지 받았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인감도장을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입을 모았다. 리스 계약을 제외한 모든 서류는 김씨가 처리했다는 것이다.

밀린 월급 전액 10원짜리로
10년 전 갑질 사건 ‘파묘’

지난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일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김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김씨가 지인 명의를 이용해 C캐피털을 통해 허위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대출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두 명에게 각각 3억9000만원과 3억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 김씨가 피해자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실행하고 이를 유용했다”고 적시했다.


A씨는 “대출금을 받은 적이 없는데 내 이름으로 빚이 남았다”며 “지금도 독촉 문자가 계속 온다”고 토로했다. 문제가 된 리스 대출 채권은 이후 C캐피털에서 다른 캐피털사로 양도됐다. 새 채권사는 일부 피해자 계좌를 압류하고 지급명령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수년간 같은 수법으로 주변 사람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재력 과시’ 때문이었다. 김씨는 과거 인천 일대에 30개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C방, 노래방, 베이커리, 골프장 등 업종도 다양했다. A씨는 ”외제차를 타고 다녀 자산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산이 60억원이 있는데 50세 이전에 100억원을 만들어 일을 안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재력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A씨는 “당시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했고 겉보기에는 재력가로 보였다. 그래서 의심 없이 명의를 빌려줬다”고 말했다.

A씨는 “김씨는 이미 과거에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고 밝혔다. 2014년 부천 원종동에서 PC방을 운영하던 당시, 아르바이트생 임금을 모두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다. 당시 ‘임금체불 신고를 당하자 보복성으로 지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현재 피해자 상당수는 신용불량 상태에 놓였다. 연체 통보와 압류로 생활이 무너졌고, 일부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A씨는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서 “고소 후 한동안 연락이 닿았지만 이제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늑장 수사

김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목격담도 들려왔다. B씨는 “이 와중에 같은 수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직도 김씨는 활보하고 다니는데 수사는 더디게 흘러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요시사>는 김씨에게 대출 사기 혐의에 대해 물었지만 “재판 중인 건 있지만 밝힐 수가 없다”고 답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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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