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딸 결혼 축의금 논란 최민희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03 11:35:36
  • 호수 1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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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100만원…돌려주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시끌했다. 그 기로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있다. 최 과방위원장은 국정감사 기간에 자녀의 혼사를 치르고, 회의 도중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 조치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내에서도 사퇴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두둔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잇달아 터지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하 과방위원장)의 언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주일 넘도록 '결혼식 축의금‘ 사태를 지켜보던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국정감사 이후 여러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야권은 이에 질세라 즉각 사퇴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슬그머니
비공개로

그야말로 수난 시대다. 지난달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화두는 따로 있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에 놓인 수많은 화환 사진을 공개하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정치인의 결혼식은 지인만 초대하거나, 화환이나 축의금은 사양한다는 문구를 넣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의 딸은 지난달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식이 올해 국감 기간에 치러진 점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다수의 피감기관을 두고 있는 국회 과방위원장이 국감 기간에 자녀의 혼사를 치른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그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서 과도한 축의금을 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각종 국회의 인사와 과방위 피감기관, 대기업과 언론사 등이 결혼식에 총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화환만 100여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청첩장에는 축의금 송금을 위한 계좌번호와 함께 신용카드 결제 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일자 곧바로 삭제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국감 기간 내 결혼식은 '수금 세리머니'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여론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통상적인 경조사 문화에서 현금 전달이나 계좌이체가 아닌 신용카드 결제 방식은 보기 드문 점, 대중에게는 수금 의도로 비칠 수 있는 걸 간과한 점 등이 주로 비판 대상으로 이어졌다. 청렴함이 요구되는 공직자 윤리의 기준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름, 기관, 액수 등 메시지 장면 포착
“부적절해 반환 보좌진에 지시” 해명

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축의금을 낸 인사의 이름, 소속 기관, 액수 등을 정리해 보좌진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900만원은 입금 완료, 30만원은 김 실장께 전달함’이 그 내용이었다.

최 위원장은 부적절한 축의금을 반환하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감에서 딸의 개인 SNS도 공개됐다. 지난해 9월에 올라왔던 웨딩 촬영 사진이 발견되자, 지난달 열렸던 딸의 결혼식과 1년이 넘는 공백을 두고 이해에 혼란을 빚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뿐 아니라 개인 정보 입력란에도 ‘2024년 8월14일부터 결혼’으로 적혀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계정은 조용히 비공개로 바뀌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최 위원장이 국감 기간에 맞춰 결혼식을 치른 것을 두고 ‘권력형 결혼 비리’라며 ‘결혼식을 일부러 미뤘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사퇴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최 위원장은 “2024년 국회 사랑재 예약에 실패해 올해 5월 새로 경쟁에 참여했으며, 10월18일 결혼식 날짜를 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즉, 결혼식 날짜는 딸이 직접 정한 것이며, 위원장 임기 시작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자역학을 비롯한 난해한 주제들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 준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평소라면 화환 수령을 제한하는 등 꼼꼼히 챙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딸이 결혼식 진행을 주도해 결국 본인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딸 결혼식을 위한 국회 사랑재 예약이 최 위원장 명의로 이뤄진 점, 과방위 피감기관과 기업들이 화환과 축의금을 보낸 사실에 잇따르는 비난은 막을 수 없었다.

국감 노린
세리머니?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혼주 본인의 잘못을 딸에게 전가한 후안무치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는 최 위원장 딸의 결혼 논란을 ‘뇌물죄 및 권력남용’으로 규정하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갑질 의혹’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주요 공직 인물이 가정의 대소사에 공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도 크게 들끓고 있다.

결국 위원장 측 보좌진은 아래와 같이 공식 SNS을 통한 입장 정리에 돌입했다.

▲첫째, “기업이나 피감기관에 청첩장을 전달한 적이 없다. ‘최민희가 대기업을 상대로 수금한다’는 말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며 사실무근이다. 딸은 20살 때부터 1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며 결혼식 날짜와 장소 역시 어머니의 관여 없이 스스로 선택했다. 결혼한다는 사실만 인지할 정도로 바쁜 국회 일정과 의정활동을 소화하는 덕에 정확한 날짜는 한 유튜버의 방송을 통해 명백히 인지하게 됐다.”

▲둘째, “결혼식 날짜를 일부러 국정감사 기간에 맞춘 것이 아니다. 2024년 9월7일에 2025년도 사랑재 예약이 처음 열렸을 때 딸은 선착순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후 기존 예약자가 2025년 5월18일 예약을 취소했고, 7일 뒤인 5월25일 총 26명이 참여한 선착순 경쟁에서 1위로 선정돼 10월18일을 배정받은 것이다.”


▲셋째, “허위 정보 유포에 단호히 응대하겠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공인이 아닌 가족을 향한 허위나 비방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 젊은 부부의 결혼식은 정치의 소재가 아닌 축복받아야 할 지극히 사적인 일이다.”

위원장직
사퇴 촉구

한편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은 위원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축의금은 이미 반환한 사실이 있다”며 두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번 받은 축의금을 돌려주면 괜찮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1회에 100만원, 동일한 사람에게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직무 관련이 있으면 100만원 이하여도 과태료 혹은 징계의 대상이 된다.

현직 과방위원장이 갑을 관계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고가의 축의금을 받은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 뇌물죄상 뇌물은 나중에 돌려주더라도 수뢰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뢰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함으로써 성립한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최민희가 받은 축의금은 ‘슈뢰딩거의 축의금’이라 축의금 상자를 낱낱이 까봐야 그게 뇌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깔끔하게 수사받자”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축의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뇌물죄 고발장을 대부분 작성해 제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박 대변인은 “과방위 국감 도중에 피감기관 대표를 퇴장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위 파악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 대표가 직접 나서 경위 파악을 위해 전화한 것 자체가 당 지도부의 염려를 표하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전화로 물은 사안은 지난달 20일 위원장이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 중 하루 전인 19일에 방송된 MBC의 과방위 국감 관련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지적한 것이있다.

이에 MBC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대답하자 위원장은 ‘왜 내 질문에 대해 평가하느냐’며 ‘이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요지로 질책한 뒤 그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이해충돌 논란에 갑질 의혹
김영란법·뇌물죄 수사하나

해당 보도는 '고성·막말에 파행만? ‘막장’ 치닫는 국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내용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방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언쟁과 위원장이 기자들을 퇴장시킨 내용이 골자였다.

최 위원장은 해당 보도가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했고, 위원장으로서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MBC 기자회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MBC 언론노조는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도 개인 SNS에 “MBC의 ‘친 국민의힘’ 편파보도가 언론 자유인가” “국민의힘 행태에 한마디 지적도 못하면서”라며 받아쳤다.

한국기자협회는 “권한을 남용해 언론 자유를 위협했다”며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지적하면서 최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 위원장이 잘못 대처했다는 데에 무게를 실었다. 박 의원은 “퇴장시킨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평가했다.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도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개인 SNS에 “방송사 간부는 지적당하면 안 되느냐” “MBC 보도본부장은 여전히 특권이며 성역인가” 라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국회에서든 어디서든 계속 지적할 것”이라는 등 퇴장 명령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 한차례 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사태를 두고 “면역세포가 적과 나를 구별하듯 사회도 허위 조작 정보를 구별해야 한다”며 “기존의 무차별적인 비판 방식은 오히려 사회를 해칠 수 있다”고 극암 치료 세포를 예로 들었다.그러면서 “시민들이 판단력을 잃지 않고 깨어 있는 조절 T세포처럼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무현 정신’을 되새기고 시민의 힘으로 언론을 정상화하고 사회적 건강을 지켜나가자”고 언급했다.

다시 터진
여 리스크

그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개인 SNS에 “여러 사람이 언론 보도를 보내온다. 노무현 정치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택하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가치를 해하는 것은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며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jen9@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민희의 굴곡진 인생

최민희 의원은 1960년 12월3일 서울특별시 동작구에서 태어났다.

혜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이하 민언협)가 창간한 월간 <말>에 1호 입사한 기자 출신이다.

같은 해 민언협 간사를 맡고 중앙위원과 사무국장을 지냈다.

민언협이 이름을 바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기획관리국장,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이름을 바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서 상임대표 자리에 올랐다.

최 의원은 언론 개혁에도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노무현정부 때 여당 몫 방송위원회 위원에 선임돼 2006년 7월14일부터 2008년 2월29일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돼 사라질 때까지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9번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더불어 민주당(이하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역임했다.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2월25일 오후 3시41분부터 9시2분까지 5시간21분 동안 발언했다. 당

시 준비한 자료가 A4용지 박스에 하나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분량이었는데, 발언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할머니들이 쓰는 장보기용 손수레에 실어서 끌고 나갈 정도였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남양주시 병에 출마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주광덕 의원에게 패해 2위로 낙선했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 등 인한 선거법 위반으로 2018년에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원심이 확정돼 2023년까지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였으나, 2021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대사면으로 복권됐다.

복권된 이후 8회 남양주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주 전 의원에게 패했다.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그보다도 더 큰 격차로 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22년 9월23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엔 차기 방통위 야당 추천 상임위원으로 내정됐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된 안형환 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추천 인사였기에 미래통합당의 후신인 현 여당 국민의힘 측에서 안 전 부위원장의 후임을 자신들이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무시됐다.

2023년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최 후보자에 대한 선임안이 가결됐다.

선임안 가결 후 최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지난 3월22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다. 방통위 상황이 녹록지 않아 어깨가 무거웠다.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데다 MBC 노조위원장과 사장을 지낸 최승호 PD 등도 최 의원 임명을 비판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었다.

결국 2023년 11월6일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이후 2023년 12월27일, 22대 총선 남양주시 갑 출마를 선언했다.

조응천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함에 따라 2024년 3월6일 임윤태 당시 후보를 경선에서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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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