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가 자영업자의 살길이다

자영업자 600만 시대, 직장에서 은퇴한 장년층과 취업을 못 한 청년층이 생계형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팍팍한 가계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자영업에 뛰어드는 여성 종사자도 늘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개인사업자 583만명(2001~2012년)의 정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업자의 46.9%가 3년내 문을 닫았고, 10년 생존율도 24.6%에 그쳤다. 창업을 준비할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서둘러 창업하고 그만큼 쉽게 망하는 악순환을 거듭할 뿐이다.

창업스쿨 다니며
3년간 창업 준비

이에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창업 희망자들은 이론에서부터 실무까지 철저한 사전준비와 교육을 거친 후 창업에 나서야 한다”며 “최소 6개월 이상을 투자해 가맹본사를 방문하고 창업지역 점포를 살펴본 후 신중하게 고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에 있는 국수전문점 ‘닐니리맘보’(www.nililee.co.kr)를 운영하고 있는 유대호(40) 사장은 1997년부터 올 초까지 16년간 샐러리맨으로 살다가 올 6월에 창업했다. 유 사장은 지금의 점포를 찾고 오픈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 그는 직장에 다닐 때부터 줄곧 창업을 고민하고 준비해 왔으며, 서울시가 주최하는 창업스쿨에 등록해 빠짐없이 출석하면서 창업시장의 흐름을 파악했고, 신문도 창업 면은 따로 스크랩해 가며 꼼꼼히 읽었다. 또한 자신의 적성과 자금사정을 고려해 외식업으로 업종을 정한 뒤에는 적당한 점포를 찾기 위해 부동산 경기를 유심히 살피면서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직접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업종을 정하고 아이템을 선정한 다음에 자신의 자금사정에 맞는 점포를 알아보는 것과는 달리 유 사장은 미리 점포를 알아보고 상권 분석을 한 뒤에 그 곳 사정에 맞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식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그는 본래 중화요리집 자리였던 지금의 점포를 발견하고는 이곳에서 어떤 아이템을 팔면 좋을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는 근처 삼성반도체와 주상복합건물에 입주한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점심 매출을 노리고, 또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이라는 점에 착안해 퇴근길에 가벼운 저녁식사나 주말 점심을 노리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국수와 덮밥을 파는 닐니리맘보를 선택했다.


이 곳 점포의 크기는 99m²(약 30평), 창업비용은 인테리어, 보증금, 권리금 포함해서 총 2억원 정도 들었다. 주 고객은 오피스 상권의 특성상 90% 이상이 직장인들이고, 점심과 저녁 매출의 비중이 7대 3 정도로 점심 매출이 월등히 높다. 인기 메뉴는 비빔국수와 잔치국수이고, 직화덮밥은 한 번 맛본 손님들이 계속 찾아 재구매율이 높은 메뉴이다.

오픈한 첫 달부터 지금까지 월 평균 매출 3000만원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유 사장은 “내가 선택한 지역에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뭘 원하고 필요로 할지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한 것이 실패확률을 줄인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며 “오랜 시간 창업을 준비하며 창업시장을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뒤에 한 창업이라서 ‘대박의 꿈’ 같은 건 없었고 ‘평생직장’ 내지 ‘미래를 위한 투자’ 라는 개념으로 창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가맹사업에 앞서 시범 운영하는 안테나숍은 수익성을 검증받고, 보다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카페형 치킨전문점 ‘감자자루치킨’(www.gamjajaruchicken.co.kr)을 운영하고 있는 (주)티제이월드 김태종(35) 대표는 2004년 피자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 그 곳에서 5년간 근무하며 가맹사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시작했고, 치킨전문점으로 업종을 정하고 난 뒤부터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1년간 근무하며 실무를 익혔다.

안테나숍 운영으로
수익성 검증 후 가맹 시작

2010년부터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간 김 대표는, 우선 십년간 쌓아온 인맥을 총 동원해서 기획, R&D, 인테리어, 유통, 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믿을만한 1인을 물색해 전략팀을 꾸렸고, 이후 브랜드 네이밍에서부터 메뉴개발, 브랜드 콘셉트,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등에 골몰하며 창업준비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가맹사업에 필요한 모든 게 다 정해지고 난 뒤에도 바로 브랜드 론칭을 하지 않고 작년 6월, 서울 하월곡동에 82㎡(약 25평) 규모의 안테나숍을 가동했다. 그는 R&D 팀이 자체개발한 대표 메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주시했고, 일반 치킨들과 매출 면에서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도 분석했다. 이후 그는 만 6개월간의 재무분석을 토대로 가맹사업을 해도 좋겠다는 확신이 서자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점 모집에 착수했다.

‘감자자루치킨’은 203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카페형 치킨전문점으로 특별히 인테리어에 공을 많이 들였고, 메뉴도 여성들의 입맛에 맞게 구성했다. 대표 메뉴로는 ‘쌈싸먹계’ ‘불쇼마늘치킨’ ‘매운바비큐치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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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