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챙기기’ 법조계 법률 플랫폼 그림자

수백억 부어도 찬밥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생성형 AI의 발전은 모든 업계에 변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유독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업계가 있다. 바로 ‘법률 업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부터 생성형 AI까지 리걸테크 기업의 법조계 진출을 거부하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은 최근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았지만 여전히 찬밥 신세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나갈 태세다.

법조계에서 법률 플랫폼의 수용으로 인한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8년 전 로톡이 출시되면서 시작된 플랫폼 갈등을 넘어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진통 과정을 직접 경험한 주요 리걸테크 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계획부터 수립한 상황이다.

리걸테크
강력 반발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개발한 로앤컴퍼니는 리걸테크 기업이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등장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근로계약서 위험 조항 분석과 변호사 광고 등에 AI 기술을 적용, 다수가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하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고초를 겪었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은 변호사들에게 일정 광고료를 받은 후 법률 자문을 구하는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변호사 목록과 광고를 실어주는 리걸테크 서비스다.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 영역별 전문 변호사를 쉽게 확인하고 어려운 법률 용어에 대한 해석도 접할 수 있어 유용하다.


대한변협의 생각은 달랐다. 로톡이 광고료를 지불한 변호사를 법률 소비자에게 소개·알선했다며 변호사가 아님에도 법률사무를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견 차이는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리됐지만, 로톡이 판례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해 재차 고발이 이뤄졌다. 추가 고발마저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대한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 플랫폼 업체에 광고를 의뢰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이후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 123인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강행했다. 변호사법에 따라 대한변협이 내린 변호사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가 맡았고, 법무부는 2023년 9월26일 징계 처분을 취소하며 8년간의 기나긴 공방에 마침표를 찍었다.

법무부는 로톡 사태 이후 규제 공백 상태인 변호사 검색 서비스 정착을 위해 후속 조치인 ‘변호사 검색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을 지난 6월 공표했다. 가이드라인은 총 20개조로 구성됐다. 변호사 검색 서비스의 ▲검색 조건 ▲검색 결과 표시 ▲상담료·보수액 표시 ▲전문 분야 광고 ▲이용자 평가와 후기 등의 규정을 담았다.

로톡과 8년 넘게 협회와 갈등
정부·정치권 중재도 안 통해

구체적으로 출신 학교나 자격시험의 유형, 기수처럼 정형적·객관적·가치 중립적인 정보를 기준으로 변호사를 검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다만 공직자와의 인맥 지수 등 전관예우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검색 조건은 금지했다.

회원이나 유료 회원 변호사 등을 검색 순위 상단에 정렬하거나 글꼴, 글자 크기 등을 두드러지게 표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다만 같은 유료 회원 사이에서 지급한 광고비 금액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것은 법률 비용 상승을 고려해 막았다.


수임 전 변호사와의 위임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상담료’ 표시는 허용하되, 구체적인 위임계약 체결을 전제로 실제 법률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보수액을 사전에 표시하는 것은 금지했다.

변호사 등에게 ‘전문 분야’를 표방하는 광고 판매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각 변호사가 구매 가능한 전문 분야 광고의 개수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하기로 했다. 플랫폼 이용자가 전문 분야 광고의 공신력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각 변호사 등이 구입한 전문 분야 광고 목록과 분야별 실적도 공개하도록 했다.

실제로 법률서비스를 경험한 것이 객관적으로 검증된 이용자에 한해 변호사 평가를 플랫폼에 게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뒷광고’와 ‘음해성 후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객관적·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법률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별점 등 수치화된 형태의 평가 또는 종합평가를 금지한다.

정치권에서는 관련된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변호사법 23조 1항에 규정된 ‘광고 허용 매체’에 로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추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법은 신문·잡지·방송·컴퓨터 통신 등으로만 한정했다.

김 의원 등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했다.

다양한
법안 발의

김 의원 측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변호사 광고를 허용해야 법률서비스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 등은 “법률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변호사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유통되고, 이를 통해 사건 브로커의 폐단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한변협은 관련 규제를 풀어주려다 되레 사건 브로커를 양성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변호사법 23조는 사건 브로커가 기생할 소지를 제거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며 “이미 공공성과 공신력이 없는 사무장 등 비(非) 변호사가 온라인 플랫폼이란 형태로 사건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 없이 허용하면 변호사법이 저지하고자 한 사건 브로커를 오히려 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아 규제 완화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변협은 “온라인 플랫폼은 법령·판례 검색부터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법률 전략 수립, 변호사 소개·알선, 형량 예측까지 다양하다”며 “비 변호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법률서비스를 육성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법률정보기술산업 진흥 및 법률 소비자 편익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하 리걸테크진흥법)’과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법원AI공개법)’을 대표 발의했다.


리걸테크진흥법은 정부가 진흥 계획을 수립해 공공 데이터 개방, 전문 인력 양성, 창업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담았다. 현재 주요 선진국에서는 AI 소송 예측이나 법률 문서 자동 작성 지원 같은 혁신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자동화된 법률정보기술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의원은 법원AI공개법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최근 법원이 개발한 유사사건 판결문 추천 AI처럼 AI 기반 재판 지원 기능을 전 국민에게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해당 AI 모델은 지난 1월 개통된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사건번호를 입력하면 유사사건 목록을 추천하는 구조다.

이 의원은 “많은 선진국이 공개된 판결문 데이터와 AI를 접목해 산업 발전과 국민 편익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며 “이 법이 리걸테크 산업을 진흥하고 법률서비스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혁파와
반개혁파

정부와 정치권에서 리걸테크 기업을 정착화시키려고 노력 중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리걸테크 기업이 추구했던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혁파’와 AI의 할루시네이션 및 왜곡 등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개혁파가’가 계속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의 대표 선두는 기술을 통해 큰 성장을 이룬 법무법인 YK와 법무법인 대륜이다. 이들은 대형 로펌의 인적 네트워크나 브로커를 통해 사건이 처리되는 정보가 불투명한 ‘법조인 중심’의 시장에서 AI 기술을 이용한 마케팅과 브랜드로 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고객 중심’의 시장으로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법인 대륜 대표변호사들은 지난 29일 ‘대한민국 법조계 개혁과 미래를 위한 대륜의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법률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법률 지식 수준을 높이고 국민이 저렴하면서 빠르고 편리하게 수준 높은 법률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로펌과 변호사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정당하게 경쟁할 때 그 혜택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간다”며 “이런 경쟁을 인위적인 규제로 가로막는 것은 고객이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과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법조계의 성장과 발전이 멈추면 그 피해 또한 더 나은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기술 도입에 찬성했다.

그러면서 “반개혁 세력은 이 같은 합법적이고 시대에 부합하는 노력마저 조직적으로 매도하고, 심지어 변호사 사회 내부의 불만을 외부 개혁 세력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금 그들은 오히려 자유시장 확대를 경계하며 ‘변호사 수 감축’이나 ‘유사 직역 배제’ 같은 비현실적이고 소극적인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 법조시장을 확대하고 변호사에게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하려면 관행을 답습하기 보다 시대적 변화를 주도해야 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로펌업계 내분 일어
일본부터 진출 시작

반면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온갖 규제로 법률서비스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변호사협회는 리걸테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이 수단으로만 쓰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AI가 법률 문서 작성, 형량 예측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 부협회장은 “과거 군사정부에 AI가 나왔다고 하면 입력된 정보를 근거로 유신헌법이 맞다고 판결했을 것”이라며 “반면 호주제 폐지, 간통죄 위헌, 소수자를 위한 판결 등과 같은 획기적이고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는 판결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 신뢰의 문제도 우려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AI를 통해 예상한 형량이 1년인데 판사가 징역 3년을 판결한다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사법을 산업으로만 본다면 우리 사회가 70∼80년간 투쟁해 쟁취한 인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걸테크 기업 로앤컴퍼니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국내 리걸테크 투자 유치 금액으로 역대 최대다.

다른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도 지난달 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엘박스 역시 변호사를 겨냥한 AI 보조 솔루션 엘박스AI를 운영하고 있다. 엘박스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인 레전드캐피털이 자금을 넣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리걸AI 솔루션 앨리비를 운영하는 BHSN도 최근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불확실한 규제와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발전하고 1년 전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AI 솔루션 시장이 열린 이후엔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을 통해 받은 투자를 통해 국내보단 해외에 우선 투자한다는 계획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이 노리는 1차 해외 공략 지역은 한국과 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이다. 일본엔 벤고시닷컴 등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이 있지만 AI 적용은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투자 받아
해외 진출

로앤컴퍼니는 슈퍼로이어로 일본을 공략할 예정이고, 엘박스도 내년 진출을 준비 중이다. BHSN 역시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권 법률 AI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정근 BHSN 대표는 “미국 AI는 미국 데이터 중심으로 학습돼있다”며 “우린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 데이터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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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