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용’ 김문수 반쪽 공약 해부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02 07:20:41
  • 호수 15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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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없이 결론만…공허한 약속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의 정책공약집엔 현실성이 없거나 모순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공약들이 다수 게재돼있다. 의석 107석 규모의 소수 여당으로서 공약을 실천할 방법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난 26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을 발간했다. 대선을 8일 앞두고 발간됐기 때문에, “늦게 나온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양당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선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공약집을 발간했다.

국민의힘은 ▲미래 성장 엔진 ▲활력 경제 ▲튼튼 뿌리 경제 ▲잘 사는 국민 ▲모두 함께 발전 ▲대한민국 혁신 ▲든든 국가안보 ▲국민 안심 안전 ▲빈틈없는 복지를 9대 정책 분야로 삼았고, 공약집엔 총 307개의 세부 공약들이 담겼다.

9대 분야
307개 세부

국민의힘의 대선 공약엔 현실적으로 모순이 될 수 있거나 불가능한 내용이 일부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포퓰리즘과 땜질 처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치 관련 공약으로는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폐지가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 정수 감축은 일반인이 정치를 비판하면서 홧김에 덧붙이는 말에 불과하다. 이 주장엔 최소한의 수요·공급 논리조차도 결여됐다. 공급이 줄어들면, 그 가치는 올라간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면, 국회의원의 권위는 더욱 올라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가결하려고 했다. 정원을 늘려 권위를 낮추려는 시도였다.

고대 로마에선 권력자들이 원로원을 장악하기 위해 정원을 늘리거나 줄였다. 루키우스 술라는 원로원 정원을 300명서 600명으로 2배나 늘렸다. 여기엔 “자본가 계급을 원로원에 편입시켜 원로원의 권위를 강화해 평민을 억제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다시 900명으로 늘렸다. 카이사르에겐 “자신의 추종자와 이민족 유력자를 편입시켜 원로원의 권위를 낮추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반대로 아우구스투스는 600명으로 줄였다. 아우구스투스에겐 “원로원의 권위를 보장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추종자를 원로원으로 보내 잠식한다”는 목적이 있었다.

정략적 목적이 아닌 국민의 순간적인 환심을 살 목적으로 국회의원을 줄이는 것엔 일반적인 수요·공급 논리의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 국회의 권위를 낮추고, 기능을 원활하게 하려면 정원을 늘리고, 예우·혜택을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은 ‘방탄 국회’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반발을 의식한 공약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에 병력을 보내 일부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해서 불체포특권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입증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모두 진영 내 강성으로 통하고 있다. 두 후보의 존재가 불체포특권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구체적 대책 제시 없는 정책들
현실성 없거나 모순으로 해석


공수처 폐지는 최소 3년 동안은 추진할 수 없다. 공수처를 폐지하려면,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총선은 지난해 진행됐고, 공수처 폐지 의견을 제시한 국민의힘·개혁신당의 의석수는 합쳐도 110석에 불과하다. 아울러 김 후보는 스스로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개헌하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만약 김 후보가 당선돼 임기 단축 약속을 지킨다면, 절대로 지킬 수 없는 공약이다.

지방자치 관련 공약과 관련해선 ▲지방의회 투명성 확보를 위한 의정활동 정보공개 확대 ▲지방의회의 법령 위반사항 감사는 신뢰도가 특히 낮은 지방의회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 시도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이다. ▲국세에 편중된 조세 구조 개편 ▲지방교부세 제도 개선 시도도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려고 한다는 취지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부담 축소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종부세는 지방교부세의 일종인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이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이 지난해 6월 공개한 행정안전부의 ‘기초자치단체별 부동산교부세 현황’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대폭 감면 결과, 부동산교부세는 2023년 4조9601억원으로 집계돼, 2022년보다 2조6068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종부세에 대해선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이기 때문에 상당한 논쟁거리였다.

원래 김 후보 측은 “종부세를 폐지해 재산세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가, ‘부담 축소’로 한발 물러섰다. 종부세에 대해선 축소하는 만큼 같이 줄어들 지방교부세에 대한 구상도 함께 밝혔어야 한다.

또 국민의힘은 “주민 권리 제한·의무 부과 관련 조례의 법률위임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오랜 대원칙을 깨겠다는 의미다.

이는 지방자치제에 대한 통제 수단을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단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연방법·주법이 분리된 연방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적
불가능?

경제 분야는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공인중개사에 주택 임대차 표준 계약서 설명 의무 부과 ▲대학생 대상 청년 기숙사 추진·대학가 반값 월세 존 ▲중소기업의 매력 있는 일자리화 공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중 양도소득세·취득세 중과 폐지와 재초환 폐지는 앞서 언급한 종부세 부담 축소 공약과 함께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공약들은 윤석열정부서도 시도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는 정부의 대책과 반대로 움직인 지 오래다. 민주당 집권 시엔 다주택자를 겨냥한 세금 인상·규제로써 물량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 채 시장이 더욱 경색된 측면이 있다.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새누리당 집권 시엔 세율 인하 등 경기 활성화에 집중했지만 ▲다주택자·가계 부채의 증가 ▲주택가 상승이란 결과를 낳았다. “거래가 활발해지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은 정론이지만, 다양한 악순환으로 연결된단 현실은 바꾸기 어려웠다.

김 후보가 윤정부의 정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인중개사에게 주택 임대차 표준 계약서 설명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인중개사법은 이미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대상물 확인·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공인중개사가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것이 발각된 이후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에 전반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여론은 “중개 사고 시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는 거래 완료 시 “중개 사고 발생 시 최고 1억원까지 보상한다”는 취지의 공제증서를 발행한다. 하지만 공제증서에 적힌 1억원은 중개 사고 1건당 1억원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공제보험이 1년 동안 보상해 줄 수 있는 최고한도액이다.


여론이 요구하는 것은 ▲중개 사고에 대한 책임 강화 ▲범죄행위에 대한 엄벌이지만, 공인중개사의 수가 많아서 정치권서 쉽게 제도화하기 어려운 점은 존재한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약 11만명이고, 자격 보유자도 약 5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유권자다.

대학생 대상 청년 기숙사 추진과 대학가 반값 월세 존은 양립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가 지난 2023년 10월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2.8%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수용률은 18.2%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낮은 대표적인 원인은 인근 주민의 반발을 거론할 수 있다.

인하대는 지난해 7월 기숙사 건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인하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약 12.6%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 중 인하대 학생이 포함됐던 것도 기숙사 건립을 추진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간마다
빈틈 발견

하지만 인근 원룸 소유주와 상인은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이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근거는 ▲원룸 공실률 상승 ▲지역상권 침체 ▲생존권 위협 등이었다.

이는 인하대 인근에서만 발생한 상황이 아니다. 주민 반발 없이 기숙사를 늘리는 것에 성공한 한양대도 불과 몇 년 전까진 주민 반발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그러자 한양대는 공실 우려가 있는 소형 임대주택을 선정해 학생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상생 학사’ 제도도 함께 운용했다.

이 사업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참여해 연 1%의 저리로 보증금을 대출해줬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 임대사업자와의 상생 방안을 고려한다”는 취지만 담은 채 구체적 구현 방법은 간략하게라도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방법을 거론하지 않은 채 기숙사 설립과 대학가 반값 월세 존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중소기업의 매력 있는 일자리화’에 대해서도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문제만 언급했다. 대기업과 비교해 급여가 낮다는 것이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급여 외 각종 노동 환경 등에서 갑질과 각종 악·폐습이 근절되지 않고, 일부 대표이사들의 가족 기업화 등 문제도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근절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분야에선 ▲남녀 불문 군가산점제 도입 ▲사이버모욕죄 신설 ▲미디어의 선정성·폭력성 근절 ▲병원 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 공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군가산점제를 남녀 불문하고 도입하겠다”면서 여성 희망 복무제를 함께 내세웠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1999년 군가산점제에 대해 위헌을 선언했던 이유엔 “여성에 대한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군 복무가 원천봉쇄된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도 침해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수요·공급 논리도 모르나
기숙사와 반값 월세 공존?
군가산점제 불가능한데도?

‘남녀 불문’이란 전제를 붙인다고 해서, 위헌 결정을 받아 사라진 군가산점제를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가산점제는 젠더 갈등의 시초였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장애인에 대한 평등권 침해 문제는 고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이버모욕죄 신설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이미 2008년 고 최진실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최진실법’이란 이름을 붙여 시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엄청난 비판을 받았고,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실존하는 형법상 모욕죄에 대해서도 폐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다. ▲정당한 비판 차단 ▲표현의 자유 침해 ▲국가형벌권 남용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법조계 일각에선 모욕죄 고소를 남용해 합의금 수령을 사업화한 기획고소가 만연해 있다. 따라서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대해선 전방위적인 반대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미디어의 선정성·폭력성 근절을 위해 과태료·암행 조사·AI를 이용한 적발 추진 등에 대해서도 검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게임과 관련해선 지난 2022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심의 대상 게임의 내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등급을 선정해 검열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은 선정성·폭력성 검열 기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단속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공약도 제시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경증 환자를 상대로만 진행되다가 지난해 7월부터 중증 환자도 대상에 포함했다. 서비스가 적용되는 병실엔 보호자의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보호자가 간병의 부담서 벗어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중증 환자 전담 병실엔 ▲수술 환자 ▲치매·섬망 환자 ▲복합 질환자 등 환자들이 입실할 수 있다. 전담 간호조무사는 환자 40명당 1명이 배치됐다가, 최근엔 최소 12명당 1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서비스 확대를 위한 필수 전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 의료현실서 보호자가 간병의 부담을 떠안은 이유는 고질적인 간호 인력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서비스 확대 이전까지 중증 환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던 이유도 간호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

간호 인력 확충 방안을 설명하지 않는 한 이 공약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임기 중 3년은 소수 여당이다. 스스로 약속한 임기대로라면,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구도에 노출된다. 따라서 김 후보는 집권 시 야당과의 협치 방법을 자세히 언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협치를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모든 공약이 공허하게 들릴 위험이 있다.

협치는
모르쇠

약점을 지나치게 언급하지 않으면, 현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공약 자체의 모순보다 더 심각한 것은 현실 부정이다. 물론 김 후보도 지난 27일 대선후보 토론회서 “만남과 대화를 통한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 ‘만남과 대화’의 방법은 구체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 김 후보가 설명해야 하는 것은 그 ‘만남과 대화’ 구상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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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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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