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섯 번째 피소 박은수

사기로 얼룩진 일용이 인생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원일기> ‘일용이’가 또 사기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벌써 다섯 번째다.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부인해왔듯,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사기 사건 연루에 대중들은 그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드라마로 불리는 MBC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역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14일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연예기획사 대표 A씨로부터 박은수를 상대로 사기 혐의 고소장을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2500만원
안 갚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박은수에게 2500만원을 빌려줬으며, 박은수가 이를 갚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은수가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4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전적이 있으며, 그중 일부는 실형 선고까지 받았다.

2008년, 박은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영화기획사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뒤 공사비 8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한 인테리어 업체 이사는 박은수가 영화사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계약을 체결했고, 시공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은수가 사무실 임차 시점부터 수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재산도 없었던 점을 들어 공사비 지급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0년 박은수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은수는 해당 판결에 대해 “동업자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준 입장”이라고 해명했으며, 이후 tvN, eNEWS와의 인터뷰서 “사기 혐의로 기사화되며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2009년에 발생한 연예인 지망생 사기 사건이다. 박은수는 지인에게 “당신의 아들을 내가 지도해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게 도와주겠다”며, 영화사 설립을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박은수가 당시 영화사 설립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공사와 사무실 비용 등을 이유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은수의 편취 수법, 금액, 피해 변상 여부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은수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전액을 변제하고 합의한 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1개월간 구금돼있던 동안 반성의 기회를 가진 점을 참작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6년에는 또 다른 사기 혐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전원주택 분양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경기 안성시 일대에 전원주택을 개발하던 한 업체는 박은수의 연예인 인지도를 활용해 분양 희망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자 했다.

박은수는 2015년 7월, 분양 사무실서 고소인을 직접 만나 “나도 인근 주택을 10억원에 매입했고, 현재 12억원까지 올랐다”고 발언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고소인은 이를 믿고 2억7000만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박은수가 실제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돈 빌리고 안 갚아” 기획사 대표 고소
“공연 출연료일 뿐” 발끈…맞고소 예고

박은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나는 실제로 5개월간 거주했으며,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후 예술인 공동체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2016년 경, 그는 예술인 타운 프로젝트 설명회에 참석했고, 설명회 직후 일부 분양 희망자에게 “돈은 나중에 달라”며 전원주택 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분양 사업은 무산됐고, 분양자 일부는 박은수를 고소했다. 박은수는 이 역시 “고마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석한 것이며,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방송서 “그땐 여관에 살고 있었고, 동생뻘 되는 지인이 하자기에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은수는 이 4건의 사기 사건 중, 2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도 박은수는 분실 카드 사용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2024년, 박은수는 경기도 소재의 한 주유소서 누군가가 잃어버린 카드를 습득해 이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해당 카드 습득 장면을 확보했고, 사용 내역과 사용 시점 등을 조사했다. 이 사건에 대해 박은수는 “아내의 카드인 줄 알고 사용했으며, 이후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용한 금액은 전액 변제됐고, 경찰도 상황의 경중을 고려해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서 “남편은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고, 습득과 신고는 내가 했다”고 밝혀 박은수의 해명과는 다소 다른 내용을 전했다.

그러면서 “밤중에 회를 사러 갔다가 횟집 마당서 카드를 주운 후 경찰에 신고했다”며 “애초에 카드를 사용한 적도 없이 바로 신고했고,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남편이 잘못 이해하고 말을 전달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80억 날리고
지하방 전전

박은수의 인생은 드라마 속 캐릭터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서 그는 ‘일용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김수미, 김혜정과 함께한 가족 연기는 당시 한국 농촌 가정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서민적이고 정감 넘치던 모습과 달리, 현실의 박은수는 여러 번의 사기 사건에 휘말려 사기꾼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박은수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과거 사기 혐의에 대해 입을 열었다.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며 살아가는 최근 근황과 과거 사기 사건으로 인한 고통을 털어놓았다. 당시 방송서 박은수는 자신이 연루됐던 여러 건의 사기 사건을 떠올리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죄가 됐다. 악의는 없었는데 지인의 제안을 그냥 믿고 수락했던 게 큰 화가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인테리어 사업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그는 “술집 운영 당시 이미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인테리어 사업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은 지인의 말만 믿고 시작하게 됐다”며 “50억 넘게 손해를 봤고, 1년도 안 돼 모든 걸 잃고 여관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업이 망하고 돈이 없어지자 지인이 인테리어를 해주고 돈은 나중에 달라고 했는데, 결국 그 일로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돈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고소당했고, 그는 “1억도 안 되는 돈이 없어서 인생이 망가졌다”고 자책했다.


이어 예술인 타운 추진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설명회에 갔다가 전원주택을 보여주며 돈은 나중에 달라고 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건에 연루돼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심경을 덧붙였다.

 사건 때마다
“그런 적 없다”

연예인 지망생 관련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박은수는 “받은 돈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했다. 세상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사기 사건 이후 몇 차례 드라마 섭외가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박은수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상황서 드라마를 찍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겠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일도 하면서 스스로 반성했고, 내 자존심으로는 그 10년이 금방 가더라. 그런데 처자식한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 때문에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며 “아내가 갑상선 암을 앓았고, 처자식이 많이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기 사건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며 여관, 지하방을 전전했다고도 했다. 당시 지인의 도움을 받아 머물던 집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은수는 “며느리가 베트남으로 가기 전 내 기초 생활수급 신청을 대신 해줬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온몸이 멀쩡한 데가 없는데도 병원 갈 때마다 정부서 병원비를 다 내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딸과 밥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며 딸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1000만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전달한 일화도 전했다.

박은수는 “딸이 5000원 이상 되는 옷은 사지도 않는다”면서 “어느 날 딸이 1000만원짜리 통장을 건네줬다. 걔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박은수가 돼지농장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년 넘게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서 일용이로 사랑받던 그는 무거운 사료 포대를 옮기며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20kg짜리 사료 포대를 옮기다 지쳐 주저앉은 그는 “운동할 땐 50kg도 들었는데, 이젠 20kg도 버겁다”며 토로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나이 차도 커서 금세 기진맥진한 그에게 농장 일은 쉽지 않았다.

4건 동종 전과 이어 이번에 또…
<전원일기> 종영 후 사건 반복

방송을 통해 근황이 알려지면서 박은수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그동안 괜히 바보처럼 혼자 숨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그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자 “이제는 나 혼자 침묵할 일이 아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후 박은수는 돼지농장서의 근무는 방송 이후 사장에게 누가 될까 우려돼 그만두기로 했다.

“면역력이 약한 돼지들이 혹시라도 사람들 발길 때문에 전멸할까 걱정된다”며 조용히 일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많은 걸 배웠고 일을 하며 안정이 됐다”며 “식구들에겐 미안했지만, 그 시간도 나에겐 소중한 시간이었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돼지농장서 나와 지인이 운영하는 술 공장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서 “내가 했던 잘못은 반성한다. 이젠 거짓 없이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은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돼지농장에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클레먹타임’에 출연한 박은수는 자신이 겪은 경제적 상황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상서 그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믿고 무턱대고 시작한 일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70억, 80억, 100억 가까운 돈이 한순간에 날아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약 8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며, 이로 인해 집도 절도 없이 여관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장으로서 장모까지 모시고 있었던 그는 “오갈 데 없는 상황서 농장을 크게 운영하던 동생뻘 지인이 ‘우리 농장에 와서 계시라’고 말해 그곳에 머무르게 됐다”고 밝혔다.

박은수는 자신을 둘러싼 ‘사기’ 의혹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사기를 쳤다는 말이 돌았지만 내가 일일이 ‘나는 아니다’라고 해봐야 말이 먹히겠냐”며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방송서 사실을 조목조목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찰나에 MBN <특종세상> 제작진의 연락을 받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세상에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걸 찍는 바람에 다 커버가 됐다”며 “가장 미안한 건 가족, 처자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면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나에겐 ‘하루빨리 잘돼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출연료 일부”
 억울함 호소

한편, 박은수는 현재 자신의 사기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즉각 반박하며 한 매체와의 전화 통화서 고소인 A씨에 대해 “A씨가 공연을 기획하면서 출연을 부탁했고, 나는 출연에 응한 것뿐”이라며, “출연료로 일부 금액을 지급받았지만, 공연이 적자를 보자 모든 돈을 다시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는 연락도 없었고,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나는 무고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와 박은수를 각각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전원일기’ 일용이는?

‘양촌리 청년회장’으로 나왔던 일용이는 전형적인 시골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원래는 잠깐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현실감 있는 성격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끝까지 출연하게 됐다.

작품 속 일용이는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특히 아내와 다툴 때는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본인은 어머니 말을 잘 듣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시어머니를 조금만 덜 챙기는 듯하면 금방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까지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

이는 예전 한국 사회서 흔히 볼 수 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예전에는 여자 친구도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며, 가끔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고 꾸준한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환경서 시작했다.

원래 양촌리에 살던 친구들과 달리, 어머니와 함께 외지에서 들어와 땅도 없이 남의 밭을 빌려 일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조금씩 일을 해서 돈을 모으고 땅을 사면서 자리를 잡아간다.

일용이의 이야기는 시골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많은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었다.

일용이는 고집 센 성격에 옛날식이지만, 농약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항상 “사람이 먹는 건 건드리면 안 된다”며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몇 년마다 농약 관련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용이는 그때마다 바른 소리를 하며 양심적인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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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