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보다 더한’ 극우 세력 반발, 왜?

탄핵 트라우마가 만든 결집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파면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23일. 123일 동안 나라는 서서히 두 쪽으로 갈라졌다. 2025년 대한민국 위로 2017년의 그 날이 겹쳐진다.

지난 4일 헌법재판관 8인의 일치된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결정됐다. 헌법재판관 전원이 탄핵소추 사유 5개를 파면에 이를 정도로 위법한 사안이라고 본 것이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8년 만에 만장일치로 파면된 대통령이 됐다.

분열의 씨앗

문형배 헌법재판 소장이 주문을 읽자 이를 대형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한 보수 지지자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대한민국은 망했다” “헌재를 부수고 들어가야 한다” 등 고함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법조인들은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을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함으로 봤다. 그럼에도 광장으로 뛰쳐나온 보수 지지층은 쉽사리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탄핵 반대 집회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부정하며 여전히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탄핵 심판 선고 닷새째인 지난 8일에도 일부 지지자들은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를 촉구했다.


진영 간의 갈등은 탄핵 이후에도 곳곳에 스며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족, 친구, 동료, 연인끼리 정치 이야기를 하던 도중 정치색이 달라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였다는 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때에도 보수 지지층은 분노했지만 지금처럼 탄핵 반대 여론이 높지 않았다. 8년이 지난 지금 유독 갈등이 심화한 이유로는 계엄으로 인해 ‘계몽’된 이들의 ‘박근혜 트라우마’가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됐다. 그런 트라우마가 크다 보니 이번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심리적 내전 상태에 이르게 된 건 보수와 보수 진영 유권자의 박근혜 학습 효과, 그리고 이에 따른 반작용 때문”이라고 봤다.

특정 집단을 겨냥한 혐오 표현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탄핵 정국서는 탄핵 찬성 세력과 탄핵 반대 세력이 한자리에 마주하는 경우가 잦았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 앞 그리고 남태령 시위 현장까지 경찰의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두고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파면 인정 못 하고 “윤카 어게인” 거리로
길어지는 심리적 내전…극으로 향하는 갈등

두 달 넘게 이어진 집회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STOP THE STEAL’ 팻말을 든 남성은 지나가는 여성을 향해 “호남 좌빨X”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탄핵 찬성 측에 선 이들 중 누군가가 태극기 부대를 향해 “보수 틀딱”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치적 갈등이 진영을 넘어 성별·지역·세대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이처럼 탄핵 집회가 혐오 집회로 둔갑한 데에는 새로 탄생한 ‘아스팔트 극우 전사’가 중심에 있다는 설명이다. 7년 전과 달리 개인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자극적인 발언이 곧 돈이 되는 악순환으로 굳어졌다.


지지층의 분노를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 심리’가 사회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매주 주말마다 곳곳서 집회가 열렸고 그들의 발언은 여과 없이 실시간 송출됐다.

‘말이 칼이 될 때’ 저자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혐오보다 정치적 분노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특정 대상을 희생양 삼고 있다. 어떤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 전가하는 형태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혐오를 당하는 집단이 사회서 소외당한 계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힘이 약하거나 만만한 상대를 선택한다”며 “그렇기에 혐오는 쉽게 다른 집단으로 옮겨갈 수 있다, 혐오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형사 처벌 방식만이 아니라 집단서 규제하는 방식도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정치인이 발언을 격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혐오를 부추기는 방법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종국에는 탄핵 반대 세력도 두 갈래로 쪼개졌다. 이른바 여의도파와 광화문파가 갈라지면서 또 다른 혼란을 낳은 형국이다.

새로운 보수 세력으로 주목받은 전한길 강사와 세이브코리아가 주도해 온 여의도파는 헌재 결정 이후 승복 메시지를 내고 집회를 중단했다. 반면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이 이끌어 온 광화문파는 “정치적 공세와 편향된 언론들의 여론몰이에 의해 이뤄진 부당한 결정”이라며 불복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설마 빨갱이야?” 성별·지역·세대별로 분열
여의도 VS 광화문 갈라선 까닭…사분오열 국론

여의도파의 승복 메시지에 광화문파는 전씨와 세이브코리아 대표인 손현보 목사를 겨냥했다. 조나단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손현보를 때려잡자” “날강도”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광화문에 모인 보수 지지층 역시 여의도파를 “좌파 프락치”로 부르며 각을 세웠다.

탄핵 반대를 외치던 두 세력이 갈라서게 된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쏠린다.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우후죽순 신흥 보수 세력이 생겨났고, 한정된 보수 지지층 파이를 나눠 먹기 위한 견제가 감정싸움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사회통합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정치인은 물론 경제, 종교 등 각계각층서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탄핵 정국 못지않게 국론이 갈라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보다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모두 함께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경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논평을 내고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국정이 조속히 정상화되고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뭉쳐야 산다?

지난 석 달에 걸쳐 굳어진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최 평론가는 “상처를 덮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듯 잘못된 것은 처벌해야 한다”며 “사회통합 메시지가 나오더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뚜렷한 해법은 없지만 우리 사회에는 마지노선으로 지켜온 헌법 정신과 40년 동안 도도하게 흘러온 민주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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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