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문화로서의 범죄, 범죄로서의 문화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5.04.05 00:00:00
  • 호수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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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문화와 범죄와 범죄 통제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범죄에 대한 대응 모두가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공유된 의미와 묘사로 형성된다는 주장이 부각된 것이다.

범죄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학문적 영역을 ‘문화 범죄학(Cultural Criminology)’이라고 부른다. 문화 범죄학에서는 문화를 범죄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범죄를 하나의 문화로 본다.

범죄로서 문화를 보는 관점에서는 ‘문화 상품(Cultural Products)’, 문화적 관행, 또는 문화적 신념이 어떻게 범죄화 되는가를 시험한다. 이 관점은 ‘일탈적’이거나 ‘범죄적’이라고 간주되는 것을 형성하는 권력관계의 역동성과 사회적 편견을 강조한다. 특정한 형식의 미술, 음악 등의 표현을 범죄화하는 것이다.

한때 힙합 음악을 비행이나 범죄, 적어도 일탈로 간주했던 적이 있었다. 더 극단적으로 보면 일부 국가서 벌어지는 ‘명예 살인(Honor Killing)’이나 ‘여성의 할례(Genital Mutilation)’ 같은 특정한 문화적 관행이 범죄로서 문화를 보는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반대로 문화로서의 범죄는 범죄 그 자체가 어떻게 자체적인 규범, 가치, 하위 문화를 가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이해되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이다. 강령, 상징, 관행을 갖고 있는 범죄적 부문화, 범죄 하위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나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인식의 형성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범죄를 하나의 문화로 보는 관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관점에 초점을 맞추고 범죄 현상을 들여다보는 것을 학계에서는 문화 범죄학이라고 하며, 문화 범죄학은 범죄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만들어진 것이며, 범죄에 대한 의미와 묘사는 범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의 형성에 핵심적인 것이다.


또 언론 보도, 하위 문화적 규범, 권력관계와 같은 문화적 역동성이 범죄와 범죄통제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언론의 범죄 보도 방식은 대중의 의사 및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사회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특히 문화적 갈등이 때로는 범죄의 원인이라고도 하는데, 어떻게 이 문화적 갈등이 특정한 집단이나 특정한 문화적 관행에 대한 범죄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문화적 요소가 어떻게 폭력을 수용하도록 인도하는 걸까? 폭력의 하위 문화란 폭력을 수용하는, 폭력을 용인하는 정도나 수준이 매우 높은 경우, 즉 어지간한 폭력은 폭력으로 인식하지도 않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런 일부 문화에서는 폭력이 삶의 정상적인 부문,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 심지어 힘과 권력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가부장적 사회서 가정 폭력이 자기 가정, 가족을 통제하는 남성의 권리로, 그리고 명예와 평판이 중시되는 문화에서는 폭력 행위가 자신의 명예를 보호하거나 회복하는 수단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대중 매체 및 언론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는데, 각종 미디어의 폭력 묘사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폭력 행위를 정당화시키거나 심지어 우상화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이나 목표 성취의 방식으로 폭력이 효과적이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면, 현실서도 폭력에 대한 수용을 훨씬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폭력에 대한 문화적 수용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복잡한 문제다. 당연히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폭력을 예방하고, 비폭력 문화를 조장하는 전략과 정책의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최근 문화 범죄학과 더불어 소위 ‘평화 창조 범죄학(Peacemaking Criminology)’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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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