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조산업이 왕회장의 귀환을 알렸다. 21년 만에 공식적인 대표이사 직함을 달기로 결정한 것이다. 승계 작업이 사실상 끝난 상태에서 결정된 사안인지라 궁금증이 커지는 분위기다. 일단 부족함을 드러낸 장남을 위해 부친이 직접 나섰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사조산업은 주진우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사조산업은 기존 ‘이창주-김치곤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주진우-김치곤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게 됐다.
느닷없는 소식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주 회장이 21년 만에 공식적으로 사조산업 경영 일선에 복귀했음을 의미했다. 주 회장은 1979년 9월부터 맡았던 대표이사직을 25년 만인 2004년 6월에 내려놓은 바 있다.
주 회장은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사조산업이 사실상 그룹의 사업을 관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 회장이 중간 지주사격인 사조산업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계속된 부침이 주 회장 복귀의 사유가 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사조산업은 2023년 영업손실 23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지난해 역시 영업손실 93억원 기록하는 데 그쳤다. 원양어업 부문 규제 심화와 국내 식품업계의 판도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관련 업계에서는 주 회장과 주지홍 부회장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주목하고 있다. 일단 주 회장이 내정을 챙기고, 주 부회장이 투자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구도를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 회장의 장남인 주 부회장은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 실장으로 입사해 2015년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을 거쳤다. 2022년 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투자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인그리디언코리아(현 사조CPK), 푸디스트 인수 과정을 주 부회장이 이끌다시피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23년 사조대림은 사조CPK 지분 100%를 3840억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소재 기업인 인그리디언의 한국 법인이었던 사조CPK는 전분당 부문에서 국내 2위 사업자다.
대표이사 선임 결정 공시
내정 챙기며 방패막이 역할
사조그룹은 지난해 VIG파트너스로부터 식자재 및 위탁급식 기업 푸디스트의 지분 99.86%를 2520억원에 인수했다. 사조오양과 사조CPK가 각각 800억원, 1720억원을 투입해 각각 지분 31.7%, 68.16%를 확보하는 조건이었다.
주 회장은 주 부회장이 이사회 멤버가 되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이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 부회장은 아직 사조산업 이사회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못하고 있다.

주 부회장은 이사회 진입 여부와 별개로 승계 작업은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주 부회장은 현재 사조시스템즈 지분 50.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조시스템즈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데, 주 부회장은 2022년 말 39.7%였던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을 2023년 말 50.01%로 10.31%p 끌어올렸다.
주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주 회장 덕분이다. 같은 기간 주 회장은 지분 일부를 주 부회장에게 증여했고, 이를 계기로 주 회장의 사조시스템즈 보유 지분은 17.9%에서 7.68%로 10.22%p 감소했다.
주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선 시기에 사실상 지분 승계 작업은 일단락됐다. 현재 사조그룹 지배구조는 ‘주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CPK·사조오양·사조동아원’ 등으로 이어진다.
주 부회장은 최근 사조산업 주식을 사들이며 그룹 지배력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순경부터 수차례에 걸쳐 사조산업 주식 매입에 나선 데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을 6.91%로 끌어올렸다.
왕의 귀환
관련 업계에서는 주 회장이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동안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조산업과 사조대림은 사조시스템즈의 자회사, 손자회사지만,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각각 10%, 9.78%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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