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조국혁신당 어디로…

중심 잡을 인물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탄핵 정국서 가장 날카로운 목소리는 야당의 몫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앞세워 전진하고 있다. 반면 지난 총선을 앞두고 폭풍처럼 나타난 조국혁신당은 조국 전 대표의 수감 이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3.6% ▲국민의힘 40.0%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4.3%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선 직후 지지율 14%를 웃돌았던 혁신당이 불과 1년 만에 한 자릿수로 주저앉은 것이다. 해당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로 응답률은 7.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풀액셀

총선 이후 12·3 내란 사태를 거쳐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혁신당이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촉구하며 국회의사당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동안 혁신당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헌재까지 삼보일배했다.

지난 13일 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길 위에서 쓰는 논평’이라는 행사를 알리며 “2500걸음을 걷고 830배 절을 할 것이다. 삼보일배는 약자의 항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간절한 이들의 자신을 제물로 지내는 기도다. 옳은 길을 가게 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이렇게 바라고 있다. 우리의 삼보일배는 그런 국민의 염원을 모은 안테나 같은 것”이라며 “그 뜻이 헌법재판관 8인의 현인에게 가닿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대행을 비롯한 차규근 의원과 김보협 수석대변인, 그리고 강미정·윤재관 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지난 17일에는 ‘릴레이 1만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자 “헌재가 절차적 완결성을 도모하려는 것을 잘 알지만 (선고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권한대행은 “민주주의는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한다”며 “혁신당은 윤석열 파면을 위해 떠들기만 하지 않고 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삼보일배에 이어 존재감을 띄우는 동시에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수감 중인 조국 전 대표 역시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해 교도소 내에서 ‘1일 108배’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지지율 1년 만에 14%→4% 뚝
자꾸 묻히는 목소리…해법은?

갖은 노력에도 혁신당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 총선 당시 호남서 표를 싹쓸이하던 혁신당이 탄핵 정국서 갈피를 못잡는 데에는 조 전 대표의 빈자리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6일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서 통과된 지 겨우 이틀이 지나 정국이 어수선하던 때였다.

조 전 대표는 수감 전 “전직 당 대표로서 혁신당에 당부드린다. 내란 공범 국민의힘이 정권을 유지하는 일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막아야 한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조 전 대표의 수감 이후 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탄핵 정국이 절정에 다다른 지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직 혁신당 관계자는 “메시지의 문제가 아니고 조 전 대표의 부재가 불러온 한계”라며 “조 전 대표가 없는 상황서도 이 정도인 것은 혁신당 입장서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비례 12석으로 꾸려진 당의 중심을 잡을 인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당장 윤 대통령 파면이 내려질 경우 60일 내 치러질 조기 대선에 독자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서 당의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의 자원을 사용해서라도 조기 대선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이들과 재정의 소멸로 당이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혁신당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완전국민경선 형식의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식 제안했다. 정당의 모든 대선후보가 참여하는 ‘원샷’ 방식으로 1차 컷오프와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반 국민이 경선에 참여하는 만큼 다양한 변수를 노릴 수 있고, 군소 정당인 혁신당으로서는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아직도 풀지 못한 조기 대선 딜레마
재보궐 올인? 존재 이유도 물음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정작 민주당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윤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조기 대선을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과 불확실한 변수를 끌어들여 대선판을 흔들 이유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헌재의 선고기일이 미뤄지고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은 이 대표에게 모든 조명이 집중돼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혁신당 역시 플랜 B에 대한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인력 대다수가 천막 당사 또는 장외 투쟁에 투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든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당서 내세울 조기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한때 황운하 원내대표나 박은정 의원 등의 출마설이 돌았지만 풍문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0일 혁신당은 대선 기획단을 구성했는데 이 과정서 민정수석 라인을 중심으로 ‘황운하 패싱’ 논란이 일면서 시작도 전에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당은 가능성이 불분명한 조기 대선보다 앞선 4·2 재보궐선거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 이병노 전 군수의 당선무효형으로 열리는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 공을 들이면서 민주당 텃밭을 호시탐탐 노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재종 후보를 내세웠고 여기에 맞서 혁신당은 현 담양군의회 의장이자 3선 군의원 출신인 정철원 후보를 내보냈다. 지난해 10월 조 전 대표가 호남서 월세살이를 했음에도 재보궐선거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던 만큼 과거를 만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망망대해

일각에서는 모든 인력이 보궐선거에 쏠린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혁신당은 탄핵소추위원 대리인을 맡은 서상범 변호사를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 내보냈다”며 “탄핵을 위해 꾸려진 정당이 왜 탄핵에 힘을 쓰지 않고 또다시 재보선에 도전하는지 의문이다. 혁신당의 전략이 무엇인지 지지자들도 다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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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