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통과 ‘공중협박죄’ 파장

줄줄이 대충 처벌 받고 뒷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현역·신림역 살인 사건 이후 모방범죄를 하겠다는 온라인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검찰과 경찰 등은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약 2년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었다. 수많은 피의자가 낮은 처벌을 선고받고서야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

지난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도 믿지 못했다. 곳곳에서 이른바 묻지마 범행이 일어났고 온라인 상에서는 살인 예고가 계속해서 나왔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수많은 법안을 입법예고했고 검찰과 법무부도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2년이 지나서야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뒤늦게…

‘온라인 살인 예고’ 등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징역형 처벌이 가능해졌다.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서 이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공중협박죄’를 신설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상습범에 대해서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7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기존 협박죄의 법정형보다 더 무겁다.


공중협박죄 신설은 지난 2023년 신림역·서현역 살인사건 등 이상동기 범죄가 빈발하고, 인터넷 방송과 게시판 등을 통한 공중협박 행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행법의 한계가 지적됨에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서현역·신림역 살인 사건 직후부터 5개월 동안 온라인 살인 예고로 189명을 송치받았으며 이 중 32명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 언론에 알려진 온라인 살인 예고와 폭탄 테러 예고 게시글만 50여개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게시자를 특정할 수 없는 온라인 살인 예고 글도 많았다”며 “이를 다 합산하면 세 자리 수는 거뜬히 넘을 만큼 사회가 혼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당시 공중협박과 관련해 규율을 규정할 수 있는 규정은 ▲살인 예비죄 ▲협박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꼽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해당 규정으로 공중 협박을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살인 예비죄의 경우 단순히 범죄를 실현할 의사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실행 행위를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준비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구체적 준비 행위가 없이 살인을 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것만으로는 살인 예비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었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살인 예비·협박·공무집행방해 한계

또 협박죄에 관련해서는 게시글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법리적으로 문제였으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판례상 직무집행을 방해할 의사가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또한 곤란하다고 봤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법무부는 지난 2023년 8월 대검찰청의 공중협박 관련 법률 개정 건의를 받아들여 형사처벌 규정을 정보통신망법 등에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온라인 공중협박 게시글 유통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근거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서도 온라인 협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5개나 발의됐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위협하거나 이 같은 위해를 가할 것을 가정해 공중을 협박하는 공중협박죄를 형법에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영식·홍석준·김용판 전 의원 등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내놨다.

김영신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공중을 위협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생명에 대한 위협을 발생하게 하거나 사람을 감금·약취·유인하거나 인질로 삼는 행위를 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규정이 담겼다.

홍 전 의원의 개정안에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시하도록 했다.

21대 국회 모두 폐기
“재작년 통과됐어야”

김용판 전 의원은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하거나 사람의 신체를 상해해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행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을 금지하도록 했다.

정우택 전 의원은 공중협박죄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신설하려고 했다. 그는 공중을 위협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특정강력범죄를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에 대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모두 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결국 온라인 살인 예고로 검거된 후 재판에 넘겨졌지만 실제 범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피의자들의 처벌 수위가 낮게 나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 살인 예고글을 올린 30대 남성은 1심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2023년 “대림역서 특정 지역 출신 사람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작성한 30대 남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제22대 국회 들어 박 의원이 법안을 재발의한 후 지난달 27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온라인 협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1년 6개월여가 지나고, 수많은 피의자들이 낮은 처벌을 받은 이후에야 온라인 협박죄가 신설되고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재작년에 통과됐더라면 작년에도 공중협박 범죄 억제 효과가 생겼을 텐데, 늦었지만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테러 행위를 엄벌해 국민의 편안한 일상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첫 판결은?

공중협박죄의 첫 판결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한 판사를 살해하겠다는 게시글 작성자로 예상된다.

앞서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월 “헌법재판소·법원·국회·경찰 등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 대상 흉악 범죄를 예고하는 글·영상 게시는 심각한 범죄”라며 “흉악 범죄 예고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작성자 등 3명을 검거하고, 이 같은 사건 55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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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