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했던 ‘부부간 상속제 폐지’ 제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동의할 테니 먼저 처리하자”고 화답했다. 최근 정치권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오가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레 부부간 상속세 폐지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수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는 수평 이동이기 때문에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며 “여당이 상속세 일괄공제를 올리는 것도 동의하는 것 같으니 배우자 상속세 면제 폐지를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전날 권 비대위원장은 “함께 자산을 일군 배우자 간 상속은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아니다”라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배우자 상속에 과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유산세 방식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받은 만큼 세금으로 내도록 하겠다”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개국이 채택하는 방식으로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세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관심은 진정한 상속세 개편에 있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이 세금 깎아줬다’는 선전 구호를 만들려는 욕구뿐으로 이런 ‘무늬만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며 또다시 의회 폭거 본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부부 사이에 이혼 시 재산분할을 하고 그 재산분할에 대해선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서도 “사별해서 상속받으면 부부간에도 상속세를 내게 돼있는데 얼마나 불합리하느냐”고 거들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가 법안을 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논의하면 민주당도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협조를 구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는 현행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에 대한 공제 최저한도는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및 최대주주 할증 평가제도 폐지는 수용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가 여당 제안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본회의 처리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조만간 결론날 예정인 데다 인용 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각 결론이 나오더라도 윤 대통령이 즉시 직무에 복귀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재위서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갔다가 여야 간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맹탕 회동’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해 7월, 정부는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 1인당 공제 한도를 5억원으로 높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냈던 바 있으나 여야는 논의 테이블에조차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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