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 시동’ 떨고 있는 유튜버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1:24:05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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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욕했다간 잡혀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거짓 영상 제작 및 유포로 논란을 빚은 유튜버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정치권 개입이 시도됐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른바 ‘사이버 레커 정보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유튜버들은 정보의 공익성마저 침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최근 사이버 레커로 지목된 유튜버 뻑가의 신상이 미국법원의 소송 결과에 따라 일부 제공됐다. 앞서 구글 측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법적 요청에 협조한다고 밝혀왔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원을 확보하려면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전용기 의원은 “과도한 절차적 장벽이 존재해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석했다.

절차적 장벽
과도함 존재

일각에선 사이버 레커로 규정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정치인의 부정행위를 폭로한 유튜버마저 반대 진영서 사이버 레커로 규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인에게 일어난 이슈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해 시청자의 후원을 유도하는 유튜버를 사이버 레커라고 한다.

교통사고 현장에 난폭하게 출동해 사익을 추구하는 사설 구난차인 ‘레커(Wrecker)’에 비유한 것이다.

익명 뒤에 숨어 활동하던 유튜버 ‘뻑가’는 사이버 레커로 지목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뻑가의 신상은 BJ 과즙세연(인세연)과의 법적 공방 과정서 드러났다. 그는 과즙세연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성관계를 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도박을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포했다.


이에 대해 과즙세연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뻑가를 고소했다.

소송을 대리한 정경석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뻑가의 개인정보 일부를 제공받았다”며 “이에 따라 그의 신원이 밝혀졌다. 현재 뻑가는 한국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남성 박모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독자 114만명을 보유한 뻑가는 주로 타인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기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특정 인물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비판하는 영상을 다수 제작하면서도 본인의 신상은 감춰 모순적 행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누가 죄인?’ 정치권 개입 시도
신상 탈탈···정치적 악용 우려

그의 콘텐츠 중에는 ‘반 페미니즘’ 성향의 영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인터넷 방송인 BJ 잼미(조장미)를 남성 혐오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며 저격 영상을 제작했다. 이로 인해 잼미와 그의 어머니가 심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뻑가는 사과 영상을 올린 뒤 활동을 중단했으나 약 6개월 후 영상을 업로드하며 복귀했다.

신상이 공개된 뻑가는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를 음해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해 최대한 강력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어차피 수익도 막혔고, 잃을 것이 없는 상황서 총력을 다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000개가 넘는 유튜브 채널 영상 중 96개의 동영상만 남기고 삭제했다. 지속적인 악의적 콘텐츠 제작에도 불구하고 뻑가의 신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미국 소송을 통해 그가 30대 박모씨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현지 변호사 선임 비용은 8000만~90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에 속해 피해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 의원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로부터 사이버 레커의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해외 플랫폼을 악용한 사이버 레커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로 수사 대상이 된 익명 유튜버의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익명과 폭력
협박과 갈취

전 의원은 입법 토론회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련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들과 협력해 법률 개정을 위한 국회 입법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토론회를 통해 해외 플랫폼과 협력해 가해자의 신원 확보 절차를 개선하고, 피해자가 더욱 신속하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이 ‘사이버 레커 정보공개법’ 추진에 나서자, 일부 유튜버는 ‘족쇄 채우기’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튜버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취지는 알겠으나, 사이버 레커의 기준이 모호하다. 누군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이버 레커 취급받고, 신상이 공개된다는 것은 공익성마저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여당 정치인을 비판하면 권력을 쥔 여당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며 “해당 정치인의 비리가 사실임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될 수 있기에 유튜버의 신상 공개 청구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익과 자율성 침해 우려에 관해 전 의원은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피해 입힌 익명 유튜버의 신상 정보를 온 국민이 아닌, 최소한 수사기관에서만큼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재차 설명했다.

사이버 레커의 영향력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앞서 100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박정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구제역 등이 최근 유죄 판결받은 가운데, 허위 사실과 음모론은 추가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쯔양은 매체와 인터뷰서 “중국 간첩설부터 정계 연루설 등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저는 중국에 가본 적도 없고, 진짜 전혀 아무것도 없다. 정치로 저와 연관을 지으시면,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정치 유튜버
무사 못할 것”

구제역의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법무법인 황앤씨)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쯔양이 ‘중국 간첩과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을 퍼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쯔양은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쯔양은 “(사생활에 대해)너무 공개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쪽에서 그런 루머들을 만들어내니까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검찰과 정치권에도 배경이 있는 거물이라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제가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있다면서 검찰 측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고 그쪽과 관계가 있다더라”라며 “어떻게든 저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법원은 지난달 20일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구제역에게 징역 3년, 최모 변호사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공갈 혐의 공범으로 기소된 유튜버 주작 감별사(전국진)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또 구제역 등의 공갈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카라큘라(이세욱)와 크로커다일(최일환)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240시간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구속된 구제역은 변호사를 통해 쯔양의 인터뷰에 대해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통해 “JTBC 보도에는 마치 제가 ‘쯔양이라는 이름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쯔양이 중국 인민망과 관련 있고 비밀 경찰’이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처럼 전달됐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발언의 일부만 짜깁기 한 것으로 실제 맥락과 전혀 다르다”며 해당 보도를 정정했다.

김 변호사가 전달한 당시 발언 전문에는 ‘쯔양의 소속사 관계자들, 그리고 이번에 5000만원 구제역하고 협의 본 사람, 이런 사람들이 청년 페이 등 중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들이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쯔양-구제역 사건에 ‘중국 간첩설’
조만간 공익·자율성 사라질 수도?

아울러 김 변호사는 “위 발언 취지는 쯔양이 직접 중국 인민망이나 비밀 경찰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이 아니라, 쯔양이 출시한 정원분식 위·수탁 운영과 소속사 이사와 협업 중인 박현철 액터코퍼레이션 대표 겸 S&S컨설팅 운영자가 왕해군, 동방명주 등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 당사자들과 연관돼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현철이 운영하는 S&S컨설팅에는 쯔양 소속사 이사인 최소원이 이사로 등재돼있으며 박현철은 ‘청년페이 코인’으로 논란이 일었던 한국청년위원회 이사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더 나아가 동방명주와 왕해군이 중국 인민망과 연관됐다는 보도가 쏟아지던 당시, 박현철은 왕해군과 접촉해 논란이 된 김두관 민주당 전 의원의 행사를 지원하는 게시물과 사진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며 쯔양이 중국 인민망 비밀 경찰서 의혹 당사자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제역 등은 지난 2023년 2월 쯔양 사생활, 탈세 관련 의혹을 제보받고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또 두 사람은 사생활을 빌미로 지인의 식당을 홍보하라며 촬영을 강제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네(쯔양)가 고소를 남발해 소상공인을 괴롭힌다는 영상을 올리겠다”며 쯔양을 협박하기도 했다. 이에 보석 석방으로 풀려났던 구제역은 다시 구속됐다.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구제역과 최 변호사는 항소했다.

지난달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제역 측은 전날 법원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최 변호사 측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과정서 주작감별사와 크로커다일, 카라큘라도 구제역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서 각자 확보한 쯔양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서로 통화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밀 경찰
의혹 연루

최 변호사는 쯔양에게 “유흥업소 경험 등 과거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언론 대응 등 자문 명목으로 약 23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쯔양 탈세 의혹 등을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 측에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최 변호사는 구제역에게 쯔양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쯔양 전 남자 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A씨(사망) 지시로 해당 정보를 제공한 것처럼 A씨 유서를 조작해 유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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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