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울린 ‘스드메’ 대대적 탈세 조사 후폭풍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18 11:07:36
  • 호수 1519호
  • 댓글 0개

웨딩·조리원·유치원 칼 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세청이 터무니없는 가격과 불투명한 계약으로 20·30세대의 결혼·출산 의지를 꺾는 ‘스드메(웨딩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 밖에 산후조리원, 영어유치원 등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웨딩 서비스 업체 24곳, 산후조리원 12곳, 영어유치원(영유아 영어학원)과 저학년 영어학원 10곳 등 46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소득 탈루 혐의 금액은 총 2000억원가량에 달한다. 

열리는 금고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관행을 점검하고 조사 대상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결혼과 출산, 육아 비용이 급등하면서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상생활과 미래에 직결된 비용의 증가는 2030세대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 불합리한 업계 계약 관행과 만연한 추가 비용 부과 등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산후조리원은 직장인 평균 월급을 훌쩍 넘는 이용료에도 예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영어유치원은 연간 대학 등록금의 3배가 넘는 원비를 부과하고 있다. 국세청은 고비용 시장 구조서 세금 회피 업체가 있다고 봤다.


이들 업체는 매출 누락과 사업장 쪼개기, 비용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해 왔다. 스드메 업체들은 불투명한 계약과 추가금 폭탄으로 소비자도 기만했다. 예비부부들은 계약 후 추가금 견적서가 날아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스드메 시장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가격 횡포가 만연해 있다. 이렇게 소비자의 과도한 지출을 유발해 높은 수익을 올린 업체들은 차명계좌나 사업장 쪼개기 등의 수법을 사용해 납세를 회피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처음 계약 시 안내한 기본 계약 내용 외 추가금을 여러 차명계좌에 이체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스튜디오 웨딩 촬영으로 유명한 A 업체는 촬영 후 수정본 구입비, 액자비, 추가 사진비 등을 현장서 추가하면서 대표의 친인척 등 차명계좌로 현금을 이체하도록 유도했다.

또, A 업체의 제2촬영장을 당시 유학 중이던 자녀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소비자들이 촬영 대금으로 지급한 매출을 이곳으로 분산했다. 이후 자녀가 정상적인 사업소득이 있는 것처럼 위장, 자녀의 소득으로 아파트를 취득하도록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A의 수익 누락 규모 정밀 검증 및 사주와 자녀 명의의 자산 취득 거래와 관련한 자금출처의 적정성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현금 매출이 사주 일가 쌈짓돈으로
100억 상당 부동산·주식·유학비로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고급 웨딩드레스 B 대여점은 드레스 선택을 위한 샘플 착용 비용인 ‘피팅비’를 현금으로만 받았다. 대여 드레스 브랜드에 따라 차등 발생하는 추가금도 10% 할인을 제시하며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누락했다.


이런 수법으로 매출을 누락한 대표는 이를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주식 취득자금으로 유용했다. 또, 사주가 직접 부담해야 할 거주지 인테리어 공사비 및 고급 회원제 PT, 골프장 이용료 등 업무와 관련이 없는 비용을 경비로 처리하기도 했다.

사주 일가는 영업시간 중 캠핑장이나 원거리 피부미용실, 골프연습장, 영화관을 이용하는 등 실제 근무하지 않고 있음에도 고액의 가공 급여를 지속적으로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B 대여점의 실제 수익 규모를 철저히 검증하고, 매출 분산 거래 및 경비 계상 적정성 여부에 중점을 두고 엄정히 조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산후조리원은 이용료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산업이다. 일부 산후조리원은 1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이용료를 책정해 젊은 부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도 한다. 산모 85% 이상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임신과 동시에 ‘예약 전쟁’에 뛰어들 정도로 공급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유명 C 산후조리원은 현금 할인 가격을 내세워 대다수 산모가 현금 결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일부 산후조리원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소비자들에게 기본요금은 물론, 마사지 등 부가서비스 요금도 현금으로만 받아 매출서 누락했다. 사주 일가는 과다 수취한 임대료 등을 미국·유럽 등 고가의 해외여행 비용으로 유용하고, 법인카드를 백화점 명품관이나 사우나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고가 임대차를 비롯한 C 산후조리원과 사주 일가 간의 거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금결제 요구 기본
이중장부도 수두룩

영어유치원은 사교육 진입 연령을 낮추고 부모와 아이들을 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시장이다. 영유아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대학 등록금을 훌쩍 넘는 고액 유치원비 지출을 부추기고 있다. 국세청은 가공거래 및 허위 경비 계상 혐의 등을 받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교재비 등을 탈루해 자녀를 해외 유학 보내고, 허위 거래로 비용을 빼돌린 D 영어유치원은 고가의 원비를 요구해 왔다.

또 수강료 외에 별도로 결제해야 하는 레벨 테스트 비용, 교재비, 재료비, 방과 후 학습비 등을 현금으로만 받아 챙기면서 이를 세금신고에 누락해 소득을 은닉했다. 아울러 D 영어유치원은 사업과 전혀 연관이 없는 사주 배우자의 업체로부터 마치 실제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꾸며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수했다.

그 외에 사주 일가는 여러 대의 고급 외제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한 후 사적으로 사용하며 관련 비용은 업무용 경비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비정상적 현금 결제 유도나 비용 부풀리기 등 결혼·출산·유아교육 시장의 부조리한 관행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 대상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등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세세히 검증하는 등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19~2023년 5년 치 기록을 탈탈 털 예정이다.

탈루 혐의 관련 거래 금융 추적, 이중장부 확인, 거짓 증빙에 대한 문서 감정 등을 통해 불투명한 수익 구조와 자금 유출 과정을 세밀하게 확인하고, 현금영수증 미발급 사례가 확인될 경우 가산세(미발급 금액의 20%)를 철저히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탈탈 
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30세대가 직면하는 어려움이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와 직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젊은 세대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며 세금을 회피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생 안정을 위해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생활 밀접 분야서의 불공정 관행이나 악의적인 탈루 행위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고비용 시장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