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야구인생 50년' 김응룡의 새로운 도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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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갔다고?…코끼리 카리스마 죽지 않았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프로선수가 못하면 죽어야지."
김응룡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첫 마디다. 과연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위업을 달성한 '우승청부사'답다. 김 감독은 제자 이종범을 불러들이는 등 코치진을 새로 꾸리며 한화의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오랜 공백과 고령이라는 핸디캡을 뚫고 최약체 한화를 강팀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내년 시즌 '만년 최약체' 한화의 반란이 기대된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이 돌아왔다. '코끼리' 김응룡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독수리 군단의 제9대 사령탑으로 낙점된 것이다.

지난 8일 한화이글스 구단은 언론 발표를 통해 김 감독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3억원에 연봉 3억원(총액 9억원)에 계약했음을 알렸다. 이로써 김 감독은 2004년 말 삼성 라이온즈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8년 만에 구장으로 복귀했다.

김응룡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은 지난 10일 대전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첫걸음을 뗐다. 대전구장에 도착한 김 감독은 한화프런트의 안내를 받아 구장을 천천히 둘러본 뒤 노재덕 단장과 한용덕 수석코치, 송진우 코치 등 구단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다시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설레고 기분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지도자'
메가톤급 복귀

이어 구단 운영에 대해서 그는 "그동안 한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줬다"며 "선수들을 돈 주고 영입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신인선수들을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데려오기보다는 신인발굴을 통해 내실을 다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 함께할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프로선수라면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본인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프로가 못하면 죽어야지"라고 말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 감독은 이날 코치진들과 오찬을 가진 후 서산 2군 구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평생 야구 하나만을 붙들고 살아왔다. 반세기 세월 동안 선수에서 감독, 또 구단사장으로 오로지 한우물을 파 온 외길 인생이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해 '우승청부사'로 불릴 만큼 최고의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김응룡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1963년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야구 선수권대회였다. 김 감독은 부산상고를 나와 남전(현 한국전력), 미창(현 대한통운)에서 투수와 1루수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 그는 실업야구 최고의 강타자로써 한국 대표로 발탁됐고 1루수와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당시 열린 일본과의 경기 결승에서 8회 초 2점짜리 홈런을 날리는 등 한국팀의 3타점을 올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노하우 전수
오랜 공백과 고령 핸디캡 극복할까

이후 김 감독은 새로 창단된 크라운맥주로 이적했고 크라운맥주가 한일은행에 합병되며 한일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60∼70년대 각종 대회 홈런왕은 모두 그의 차지 였을 정도로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김 감독은 1972년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치고 한일은행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감독이 된 첫해에 전국 선수권 대회와 실업 여름철 리그에서 우승했다. 1980년 대통령배 실업 리그도 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으로서 능력을 입증받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김 감독은 기아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3년 김 감독은 프로야구 첫 우승을 맛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후 총 9차례나 해태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키며 사령탑으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감독은 2001년 해태의 라이벌이자 한국시리즈 무관에 허덕이고 있던 삼성라이온즈로 거취를 옮겼다. 이듬해 김 감독은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사자군단의 한을 해소했다.

반세기 야구인생
한우물만 팠다

사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이 이끌던 해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세 번이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호랑이만 아니었다면 사자의 한국시리즈 무관행진은 좀 더 일찍 끝났을지도 모르는 것. 그 중심에 있던 김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자 해태를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김 감독은 개인 통산 12회 한국시리즈 진출에 10회 우승 기록, 단일팀 18년 집권에 9회 우승 기록이라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메달의 기쁨을 안기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4년 선동열 감독에게 삼성 지휘봉을 넘긴 뒤 삼성 구단의 CEO로 승격했다. 야구 현역 출신으로 구단 CEO 자리까지 오른 것은 지금까지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2010년 삼성 구단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야구계 원로로서의 삶을 즐겼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관심은 꺼질 줄 몰랐다.

그 결과 올해 김 감독은 현역 감독 복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검증된 감독을 찾고 있던 한화와 뜻이 맞아 한화의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한 것이다.

'명장'만난 독수리 비상 준비 "반란 기대"
이종범 불러들여 '만년 최약체' 체질개선

앞서 지난달 20일 김 전 감독은 KBS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해 21년에 걸친 긴 감독 생활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복귀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을 "11세의 야구 소년 김응룡입니다"라고 소개해 아직도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날 김 감독 양옆으로 반가운 얼굴들이 나란히 눈에 띄었다. 1990년대 프로야구를 주름 잡았던 야구스타 이종범, 양준혁이었다.

현역시절 김 감독은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재밌는 어록을 남겨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야구 외적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 감독은 이날 예능 프로에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줬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묻는 말에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절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감독이 초조해하면 선수들이 불안해할까 싶어 항상 신경안정제를 몰래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입원하게 될까봐 감독 시절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은퇴 후 첫 건강 검진에서 혹이 7개가 발견돼 암 직전 상태였다"며 털어놓기도 했다.

김응룡-이종범
15년만의 결합

평상복을 입을 땐 부처지만 유니폼만 입으면 불같은 성격으로 변한다는 김 감독은 감독 시절 심판에게 항의하다 18번이나 퇴장을 당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팬들을 위한 쇼맨십이기도 하지만 10점 차로 져도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함께 출연한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3번이나 우승했는데 칭찬 한마디 없으셨다"고 하자 "네가 나보다 야구를 잘하는데 무슨 칭찬을 하겠느냐"고 센스 있게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과 이종범의 인연은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일고-건국대를 졸업하고 1993년 해태에 데뷔한 이종범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가 다름 아닌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MVP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김 감독에게 7번째 우승컵을 선물했다.

선동열이 일본으로 진출하고, 김성한이 현역 은퇴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1996∼1997년에도 이종범은 불방망이와 날쌘 발을 뽐내며 해태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즉 김 감독과 이종범이 함께 한 1993∼1997년 5년간 무려 3번의 우승을 일궈내며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 것이다.


김 감독은 해태 부임 당시 이종범에 대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잘하는 선수"라며 "나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데 무슨 조언을 하겠나"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는 또 "20승 투수와도 바꿀 수 없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며 이종범을 곁에 두고 싶은 가장 훌륭한 제자로 추켜세웠다. 이종범도 그런 김 감독에게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라며 무한한 존경심을 나타낸 바 있다.

"프로가 못하면 죽어야지"
한화구단 첫 방문서 으름장

김 감독은 이종범의 LG코치행이 와전된 소식으로 알려지자 그를 직접 만나 한화 코치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구단으로부터 코치진 선임 전권을 부여받은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찾아 나선 사람이 바로 이종범인 셈이다. 이종범도 스승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종범은 지도자 데뷔를 정든 타이거즈가 아니라 연고가 없는 이글스에서 시작하게 됐다.

지난 10일 한화는 "이종범과 연봉 5000만원에 코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김 감독은 "이종범은 타격이든 주루든 수비든 뭐든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한 방 있는 선수가 중요했지만 요즘은 뛰는 야구로 추세가 바뀌어 발 빠른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종범은 주루코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범은 특히 현역 선수시절 주루플레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한 시즌 단일경기 최다도루 6개(1993년)를 비롯해 단일시즌 최다도루 84개(1994년), 한국시리즈 7연속 도루성공 (1993년 한국시리즈 삼성전) 등의 압도적 기량으로 '바람의 아들'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화는 최근 4시즌 간 3차례나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최약체 팀이다. 김태균, 류현진 등을 제외하면 정상급 선수는 거의 없고, 심지어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도 있다. 또 한화는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맛이 떨어지는 팀으로 불린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기울면 승부를 포기해버리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성적 부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팀에 패배적인 분위기가 드리운 것이다.

정신 재무장 강조
"내년엔 일낸다"

하지만 김응룡·이종범 체제에서는 용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의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이종범의 끈질긴 근성을 앞세워 한화 선수들의 정신 재무장이 기대되는 것이다. 야구는 정신력과 집중력의 스포츠라는 점에서 정신무장은 필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김 감독의 스타일은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자율야구에 가까웠다. 김 감독이 이끈 해태(현 기아)와 삼성은 스타선수들이 적지 않게 포진된 만년 우승 후보팀이었고 김 감독은 지금까지 강렬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어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김 감독이 스타군단 지원 없이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한화를 새로운 팀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승제조기'와 ‘만년 최약체’의 만남. 내년 시즌 '꼴찌의 반란'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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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