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야구인생 50년' 김응룡의 새로운 도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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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갔다고?…코끼리 카리스마 죽지 않았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프로선수가 못하면 죽어야지."
김응룡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이 선수들에게 던진 첫 마디다. 과연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위업을 달성한 '우승청부사'답다. 김 감독은 제자 이종범을 불러들이는 등 코치진을 새로 꾸리며 한화의 체질개선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오랜 공백과 고령이라는 핸디캡을 뚫고 최약체 한화를 강팀으로 변모시킬 수 있을까. 내년 시즌 '만년 최약체' 한화의 반란이 기대된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이 돌아왔다. '코끼리' 김응룡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독수리 군단의 제9대 사령탑으로 낙점된 것이다.

지난 8일 한화이글스 구단은 언론 발표를 통해 김 감독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3억원에 연봉 3억원(총액 9억원)에 계약했음을 알렸다. 이로써 김 감독은 2004년 말 삼성 라이온즈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 8년 만에 구장으로 복귀했다.

김응룡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은 지난 10일 대전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첫걸음을 뗐다. 대전구장에 도착한 김 감독은 한화프런트의 안내를 받아 구장을 천천히 둘러본 뒤 노재덕 단장과 한용덕 수석코치, 송진우 코치 등 구단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다시 감독으로 부임하게 돼 설레고 기분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고의 지도자'
메가톤급 복귀

이어 구단 운영에 대해서 그는 "그동안 한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줬다"며 "선수들을 돈 주고 영입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신인선수들을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데려오기보다는 신인발굴을 통해 내실을 다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 함께할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프로선수라면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본인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프로가 못하면 죽어야지"라고 말해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김 감독은 이날 코치진들과 오찬을 가진 후 서산 2군 구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평생 야구 하나만을 붙들고 살아왔다. 반세기 세월 동안 선수에서 감독, 또 구단사장으로 오로지 한우물을 파 온 외길 인생이다. 그 결과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해 '우승청부사'로 불릴 만큼 최고의 지도자로 자리 잡았다.

김응룡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1963년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야구 선수권대회였다. 김 감독은 부산상고를 나와 남전(현 한국전력), 미창(현 대한통운)에서 투수와 1루수로 활약했다. 선수 시절 그는 실업야구 최고의 강타자로써 한국 대표로 발탁됐고 1루수와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당시 열린 일본과의 경기 결승에서 8회 초 2점짜리 홈런을 날리는 등 한국팀의 3타점을 올려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노하우 전수
오랜 공백과 고령 핸디캡 극복할까

이후 김 감독은 새로 창단된 크라운맥주로 이적했고 크라운맥주가 한일은행에 합병되며 한일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60∼70년대 각종 대회 홈런왕은 모두 그의 차지 였을 정도로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김 감독은 1972년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치고 한일은행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감독이 된 첫해에 전국 선수권 대회와 실업 여름철 리그에서 우승했다. 1980년 대통령배 실업 리그도 우승으로 이끌며 감독으로서 능력을 입증받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 김 감독은 기아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3년 김 감독은 프로야구 첫 우승을 맛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후 총 9차례나 해태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시키며 사령탑으로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감독은 2001년 해태의 라이벌이자 한국시리즈 무관에 허덕이고 있던 삼성라이온즈로 거취를 옮겼다. 이듬해 김 감독은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사자군단의 한을 해소했다.

반세기 야구인생
한우물만 팠다

사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김 감독이 이끌던 해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세 번이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호랑이만 아니었다면 사자의 한국시리즈 무관행진은 좀 더 일찍 끝났을지도 모르는 것. 그 중심에 있던 김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잡자 해태를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김 감독은 개인 통산 12회 한국시리즈 진출에 10회 우승 기록, 단일팀 18년 집권에 9회 우승 기록이라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메달의 기쁨을 안기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4년 선동열 감독에게 삼성 지휘봉을 넘긴 뒤 삼성 구단의 CEO로 승격했다. 야구 현역 출신으로 구단 CEO 자리까지 오른 것은 지금까지 김 감독이 유일하다.

김 감독은 2010년 삼성 구단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야구계 원로로서의 삶을 즐겼다. 하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고 관심은 꺼질 줄 몰랐다.

그 결과 올해 김 감독은 현역 감독 복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때마침 검증된 감독을 찾고 있던 한화와 뜻이 맞아 한화의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한 것이다.

'명장'만난 독수리 비상 준비 "반란 기대"
이종범 불러들여 '만년 최약체' 체질개선

앞서 지난달 20일 김 전 감독은 KBS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출연해 21년에 걸친 긴 감독 생활에서 벌어진 다양한 일화들을 털어놓으며 복귀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 감독은 자신을 "11세의 야구 소년 김응룡입니다"라고 소개해 아직도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날 김 감독 양옆으로 반가운 얼굴들이 나란히 눈에 띄었다. 1990년대 프로야구를 주름 잡았던 야구스타 이종범, 양준혁이었다.

현역시절 김 감독은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재밌는 어록을 남겨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야구 외적으로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 감독은 이날 예능 프로에서도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줬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묻는 말에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절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감독이 초조해하면 선수들이 불안해할까 싶어 항상 신경안정제를 몰래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입원하게 될까봐 감독 시절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며 "은퇴 후 첫 건강 검진에서 혹이 7개가 발견돼 암 직전 상태였다"며 털어놓기도 했다.

김응룡-이종범
15년만의 결합

평상복을 입을 땐 부처지만 유니폼만 입으면 불같은 성격으로 변한다는 김 감독은 감독 시절 심판에게 항의하다 18번이나 퇴장을 당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팬들을 위한 쇼맨십이기도 하지만 10점 차로 져도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정신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함께 출연한 이종범이 "한국시리즈 3번이나 우승했는데 칭찬 한마디 없으셨다"고 하자 "네가 나보다 야구를 잘하는데 무슨 칭찬을 하겠느냐"고 센스 있게 맞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과 이종범의 인연은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일고-건국대를 졸업하고 1993년 해태에 데뷔한 이종범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가 다름 아닌 김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 MVP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김 감독에게 7번째 우승컵을 선물했다.

선동열이 일본으로 진출하고, 김성한이 현역 은퇴하며 위기감이 고조된 1996∼1997년에도 이종범은 불방망이와 날쌘 발을 뽐내며 해태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즉 김 감독과 이종범이 함께 한 1993∼1997년 5년간 무려 3번의 우승을 일궈내며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 것이다.


김 감독은 해태 부임 당시 이종범에 대해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면 잘하는 선수"라며 "나보다 야구를 더 잘하는데 무슨 조언을 하겠나"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는 또 "20승 투수와도 바꿀 수 없다"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며 이종범을 곁에 두고 싶은 가장 훌륭한 제자로 추켜세웠다. 이종범도 그런 김 감독에게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라며 무한한 존경심을 나타낸 바 있다.

"프로가 못하면 죽어야지"
한화구단 첫 방문서 으름장

김 감독은 이종범의 LG코치행이 와전된 소식으로 알려지자 그를 직접 만나 한화 코치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구단으로부터 코치진 선임 전권을 부여받은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찾아 나선 사람이 바로 이종범인 셈이다. 이종범도 스승의 제안을 망설임 없이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종범은 지도자 데뷔를 정든 타이거즈가 아니라 연고가 없는 이글스에서 시작하게 됐다.

지난 10일 한화는 "이종범과 연봉 5000만원에 코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김 감독은 "이종범은 타격이든 주루든 수비든 뭐든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한 방 있는 선수가 중요했지만 요즘은 뛰는 야구로 추세가 바뀌어 발 빠른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종범은 주루코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범은 특히 현역 선수시절 주루플레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한 시즌 단일경기 최다도루 6개(1993년)를 비롯해 단일시즌 최다도루 84개(1994년), 한국시리즈 7연속 도루성공 (1993년 한국시리즈 삼성전) 등의 압도적 기량으로 '바람의 아들'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화는 최근 4시즌 간 3차례나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최약체 팀이다. 김태균, 류현진 등을 제외하면 정상급 선수는 거의 없고, 심지어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도 있다. 또 한화는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맛이 떨어지는 팀으로 불린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기울면 승부를 포기해버리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성적 부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팀에 패배적인 분위기가 드리운 것이다.

정신 재무장 강조
"내년엔 일낸다"

하지만 김응룡·이종범 체제에서는 용납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의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이종범의 끈질긴 근성을 앞세워 한화 선수들의 정신 재무장이 기대되는 것이다. 야구는 정신력과 집중력의 스포츠라는 점에서 정신무장은 필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김 감독의 스타일은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자율야구에 가까웠다. 김 감독이 이끈 해태(현 기아)와 삼성은 스타선수들이 적지 않게 포진된 만년 우승 후보팀이었고 김 감독은 지금까지 강렬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어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 냈다.

따라서 김 감독이 스타군단 지원 없이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한화를 새로운 팀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승제조기'와 ‘만년 최약체’의 만남. 내년 시즌 '꼴찌의 반란'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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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