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공수처, 윤 대통령과 싸움서 5:0 완승

최근 20여일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놓고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법원은 5번 모두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발부를 놓고 공수처와 싸웠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 부당하고, 공수처가 전속 관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피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택한 것이 위법이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은 대통령으로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하고 내란죄는 이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는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선거방해, 알선수뢰 등 12개 범죄로 한정돼있다. 그리고 공수처가 수사 과정서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도 포함된다.

결국 법원은 공수처가 경찰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대통령 관저 소재지 관할 법원(서울서부지방법원)에 청구하자, 공수처의 수사권에 문제가 없다면서 지난달 31일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헌정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대상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윤 대통령과 공수처 간 싸움서 첫 번째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법원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체포영장 이의신청도 지난 5일 기각했다. 법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이라 할 수 없다"며 두 번째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체포영장 유효 기간이 만료돼 공수처가 7일 체포영장을 다시 신청하자, 법원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재발부해 윤 대통령과 공수처 간 싸움서 세 번째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유효 기간도 1차 때 두 배인 14일을 줬다. 결국 법원이 3번에 걸쳐 공수처의 손을 들어준 후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됐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계속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관할이 아닌 서울서부지방법원서 발부한 체포영장도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이튿날 오후 11시경,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에 의해 이를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던 셈이다.

채포적부심이 기각되자 공수처는 탄력을 받아 윤 대통령이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재범 위험이 있다"며, 17일 오후 5시 40분경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법원은 18일 오후 2시 영장실질심사를 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대통령 통치행위고 국회를 마비시킬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로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9일 오전 2시59분 “윤 대통령이 죄를 범했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해 다섯번째 공수처의 손을 들어줬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도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 대상 처음이다.

법원이 판단을 내릴 때마다 반발해오던 윤 대통령 측이 구속영장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서울구치소 관할 지역인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마저 기각할 경우 재판과 탄핵 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청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위기다.

결국 윤 대통령과 공수처 간의 20여일 동안 싸움은 공수처의 5:0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2021년 1월21일 출범한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 기구로 국가인권위원회와 더불어 대통령의 업무 지휘를 받지 않는 차관급 독립 중앙행정기관이다. 원칙적으로는 수사권만을 가지나 판사,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갖는 사실상의 검찰 견제 기관이다.


이제 윤 대통령은 체포 기간 포함 최대 20일 동안 구금된 상태서 조사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수처는 대통령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구속 기한 만료 전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다만 구속될 경우 공수처와 검찰이 구속 기한을 10일씩 나눠 조사하기로 합의해 공수처가 10일 동안 조사할 수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 최대 기한(20일)인 내달 3일 전에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 윤 대통령은 1심 재판 기간 동안 최대 6개월 동안 구치소에 구금된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놓고도 헌법재판소와 싸움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5전5패를 기록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0일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 서류 수취를 거부하자 송달된 것으로 인정했고, 지난 15일엔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헌법재판관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탄핵 심판 변론기일 이의신청을 기각했고, 변론기일 변경신청도 거부했다. 12·3 비상계엄에 관한 수사 기록 증거 채택이 부당하다는 이의신청마저 기각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현재까지 사법기관과 싸움서 10전10패 한 것이다.

그러나 법률가인 윤 대통령이 헌재 변론서 이의신청을 계속 할 것이고, 법원 재판서도 가석방 청구 등 보장된 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10전11기, 11전12기 같은 기록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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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