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집착…신종 스토킹 범죄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0.19 20: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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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널 가질 거라 생각했어”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싫다는 사람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범죄 스토킹. 한 때 사랑했다 헤어진 연인관계에서 혹은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에게 빈번히 발생하던 스토킹이 최근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특정인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사이버 스토킹에서부터 조직으로 이뤄지는 집단스토킹까지 등장했다. 일방적이기에 더욱 두렵고 잔인한 그것. 소름끼치는 신종 스토킹 범죄 실태를 들여다봤다. 

스토킹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인기의 부산물로 치부하기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속적으로 전화를 거는 것부터 시작해 무작정 집을 찾아오거나 일상을 훔쳐보는 일, 상대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가 하면 심지어 만나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단지 이성간의 문제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리고 인터넷상에서도 널리 퍼져 모든 사람의 관심사와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공간을 훔쳐보는
집요한 시선

올해 초 뷰티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던 A(27·여)씨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A씨는 한 네티즌의 블로그 이웃신청을 자연스러운 사이버 친구 맺기라고 생각하며 수락했다 예상치 못한 수난을 겪어야 했다.

사이버 친구신청은 블로거 활동을 하다보면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 네티즌은 A씨에게 지속적으로 쪽지를 보내고 프로필에 게재된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취하는 등 친구 이상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A씨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취했고, ‘블로그 포스트 업데이트는 언제 하는 거냐’ ‘이번엔 소녀시대 윤아 콘셉트의 화장을 해봐라’ ‘가슴이 더 노출되도록 사진을 찍어 올려라’ 등의 음란 발언을 보냈다. 당황한 A씨는 개인정보를 모두 비공개로 바꾸고 친구관계를 끊었지만 그는 또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A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익명 뒤에 숨은 얼굴…사이버스토킹 늘어
개인정보 사적으로 악용 후 잘못된 구애

A씨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정보를 모두 파헤쳐 찾은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사생활 침해를 받았다”며 “결국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닫고 휴대폰 번호도 바꿨다. 취미로 즐겨하던 블로그 포스팅도 이제는 너무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B(30·남)씨도 지난해 사이버 스토킹을 당하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한 네티즌이 B씨의 미니홈피에 드나들며 1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는 B씨에게 “사랑한다” “너 없으면 나는 죽는다”라는 협박성 말을 지속적으로 내뱉었다.

B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로부터 스토킹이 계속되어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바꿨다”며 “그로인한 정신적 피해로 SNS 활동은 물론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사람들까지 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있다”고 털어놨다. 

택배 물건 한 번
받았을 뿐인데…

이 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학생 C(22·여)씨는 얼마전 대리판매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한 후 판매점 직원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C씨는 연락처를 알려준 적이 없었지만, 해당 직원으로부터 ‘남자친구가 있느냐’, ‘시간나면 커피나 같이 마시자’ ‘주로 어디서 노냐’ 등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던 것.

해당 직원은 C씨가 휴대폰을 개통할 당시 작성한 가입서류의 고객정보를 외워뒀다가 스토킹을 했으며, 이 사실을 안 C씨의 부모가 해당 판매점에 항의를 하고 나서야 C씨는 스토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택배 물건을 받았다가 스토킹에 시달린 경우도 있었다. 대학원생 D(28·여)씨는 학교 근처로 이사 후 택배기사로부터 몇 개의 물품을 받으며 원룸 카드키 관련한 몇 마디의 말을 주고받았고 이후 끔찍한 스토킹을 1년간 겪어야 했다. 택배기사는 D씨의 동선을 파악해 택배차량을 이용 미행, 몰카를 촬영하거나 심지어 학교 내 도서관까지 침입해 지켜보는 일들을 일삼았다.

D씨는 “‘저러다 말겠지’ ‘제풀에 지쳐 그만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상황은 악화됐다”며 “이후 타 택배회사 물품도 그 사람이 대신 배달 해주고 내가 이동하는 동선마다 다양한 택배회사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뭔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있다간 무슨 일이라도 당하겠다 싶어 결국 집에 들어와서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E(25·여)씨는 영어학원에서 토익강의를 듣다 강사로부터 스토킹을 당했다. E씨는 지난 7월 토익점수를 올리기 위해 강남의 유명 토익강의를 신청했다. 주로 뒷자리에서 강의를 듣다가 처음 앞자리에 앉아 강사와 마주한 날, 강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E씨는 “갑자기 그날따라 수강증 확인을 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때 이름을 외워 연락처를 알아낸 것 같았다”며 “그때부터 ‘남자친구가 있느냐’, ‘저녁에 시간 되느냐. 밥 한번 먹고싶다’ ‘영어 과외를 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가 매일같이 왔다”고 말했다.

E씨는 답장을 하지 않으려다가 수강료를 낸 수업은 마저 들어야 하기에 정중히 거절하는 문자를 한 차례 보냈다. 그러나 강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럼 언제 만날 수 있느냐’ ‘오늘 예쁘게 하고 왔더라. 어디 약속 있냐’ 등의 문자를 보냈고 결국 E씨는 학원을 그만뒀다.     

행위의 연속성이
빚어내는 공포

스토킹이 우리나라에서 더욱 다양한 유형으로 번지는 이유는, 관련 처벌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서양 국가들은 오랫동안 대두되었던 유명인들의 스토킹 사건들 때문에 스토킹 관련법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전 국가가 반(反)스토킹법을 제정했고, 1998년부터 시행된 연방 반스토킹법은 사이버 스토킹까지 처벌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 또한 2000년부터 스토커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스토킹 방지법의 경우 지난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 발의된 적이 있지만 스토킹을 어디까지 범죄행위로 규정할지를 놓고 논란만 거듭하다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 법안 역시 폐기될 위험에 처해있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의 개개행위를 개개범죄로 나누어 판단하지 말고, 스토킹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과연 어느 단계까지를 공포심 조장으로 보고 어떻게 행위 유형을 정해야 할지가 어려운 데에다가, 대중의 인식이 아직 일정 수준으로 오르지 않아 논의만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만 스토킹 과정에서 법을 어겼을 경우 예를 들면 인터넷의 경우 지속적으로 메일을 보내거나 음란영상을 보낼 경우 정보통신 관련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가 범죄? 스토킹 부추기는 사회
가해자가 ‘약자’ 정작 피해자 고통엔 냉담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키운다고 주장한다. 한 스토킹 피해자는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크고 작은 스토킹 사건들이 초기에 규제되지 못하고 끈질긴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마련이다. 스토킹을 한번 당해 본 사람은, 그것이 단순한 애정표현, 인연의 거듭됨이 아니라, 극악스러운 범죄의 하나임을 절실하게 알게 된다”며 “스토킹이 무서운 이유는 그 행위의 연속성이 빚어내는 공포다. 집 앞에서 기다리는 스토커가 음험한 눈빛으로 바라볼 때 스치는 공포를 안 당해본 사람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을 망상 장애의 일종이라고 말한다. 즉, 가해자들은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 ‘현재는 나를 모르지만 이렇게 따라다니면 언젠가는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일방적인 환상을 가지고 계속 멈추지 않고 집착하는 것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망상장애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망상을 갖고 있는 부분 외에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그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에서 이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환자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다”며 “이들은 장기간의 치료로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관련법과 치료가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문의는 “스토킹이라는 현상을 일반인들이 볼 때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강자로, 스토킹을 하는 가해자들이 약자로 비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작 스토킹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에 여론이 냉담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열정에 감동 말고
관점의 변화 필요

이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 속담처럼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쫓아다니는 것은 용기이거나 애정의 표현으로 관대하게 봐주었던 사회문화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스토킹으로 비화될 수 있는 남성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게 뭔 죄라고’ 혹은 ‘복에 겨워서’ 라는 말을 내 뱉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스토킹은 단지 이성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동성 간에도 인터넷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더 이상 열 번 찍어 대는 나무꾼의 열정에 감동할 것이 아니라, 그 도끼질에 원하지도 않는데 꺾여 버리는 나무의 관점에서 바라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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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