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꺼낸 케이팝 민낯

김건희보다 ‘하이브 국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래 위에 쌓은 성은 작은 파도에도 휘청였다. 방파제가 사라진 탓이다. 화려한 외형을 걷어내니 텅 빈 내부가 보였다. ‘눈 가리고 아웅’하고 덮어둔 모순이 성 전체를 휘감고 있다. 반짝이는 빛에 취해 외면했던 민낯이 ‘하이브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과연 케이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모두가 ‘김건희 국감’을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주인공은 ‘하이브’였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발돋움한 하이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말 그대로 ‘난타’당했다. 국회의원의 지적은 누리꾼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모회사와 자회사 대표 간의 갈등서 시작된 사태가 케이팝의 바닥을 들춰냈다. 

숨은 의장

지난달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에는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그룹 뉴진스의 하니 팜,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 겸 어도어 대표이사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나갔다.

같은 달 24일에는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이사가 종합국감 증인으로 섰다. 

‘하이브 국감’은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 간의 갈등이 일종의 나비효과를 일으킨 결과다. 민 전 대표가 단기필마로 하이브와 전투를 벌이다 뉴진스가 합류했고 팬덤인 버니즈가 뒤를 받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의 문제 제기에 버니즈를 비롯한 일부 케이팝 팬이 힘을 보태자 민-합(민희진-하이브) 혹은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은 케이팝의 구조적인 문제, 즉 본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국감서 하이브 관계자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대표들을 신문하는 과정은 케이팝이 얼마나 허술한 지지대 위에 위태롭게 쌓아 올린 성인지를 드러냈다. 창작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부터 아티스트의 노동자성,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팬덤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포함한 케이팝의 모순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티스트는 그 노력을 등에 업고 전면에 나서는, 게임으로 따지면 일종의 플레이어다. 이때 게임과 다른 지점은 이 플레이어를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점이다. 팬은 돈과 시간, 마음을 다해 아티스트를 지지한다. 아티스트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지만, 팬은 그 자리서 케이팝을 떠받치는 축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팬덤을 대하는 연예기획사의 태도는 팬덤을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불렀던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ATM’ ‘불가촉 천민’ 등으로 신분이 격하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7일 문체위 국감서 제기된 ▲음반 밀어내기 의혹 ▲포토카드 판매 ▲아이돌 굿즈 판매 관련 공정위 제재 등의 안건은 연예기획사가 소비자이면서 팬인, 갑이면서 을의 지점에 있는 팬덤을 상대로 어떤 갑질을 해왔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위버스컴퍼니는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제재에 대한 연장선상서 집중 질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버몰을 통해 아이돌 굿즈, 음반 등을 판매하면서 ▲법이 정한 청약 철회 기간보다 짧은 임의의 기간을 설정하거나 ▲상품 개봉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없으면 환불을 거부하는 등 청약 철회를 제한하고 ▲제품 수령 가능 시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 등의 행위로 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4개 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 경고,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지적받은 판매사업자는 위버스컴퍼니·와이지플러스·에스엠브랜드마케팅·제이와이피쓰리식스티 등으로 이들이 받은 과태료는 1050만원이었다. 


하이브 관계자 줄줄이 소환
직장 내 괴롭힘·과로사 의혹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이날 국감에 출석해 공정위 제재 사항을 수용하고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직접 아이돌 굿즈를 사서 개봉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서 제품의 하자가 드러나 최 대표의 답변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티스트와 창작자, 직원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문체위 국감에서는 안무가의 열악한 처우가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른바 3대 엔터로 불리는 SM‧YG‧JYP 대표에게 케이팝서 안무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세 대표는 현재 안무가가 창작자로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등 계약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지난달 15일 환노위 국감은 뉴진스의 멤버 하니 팜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하니는 지난 9월11일 뉴진스가 진행한 유튜브 방송서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번지면서 국감에 출석하게 된 것이다. 

쟁점은 아티스트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현재 노동법에 따르면 아티스트, 즉 연예인은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 노동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다. 김 대표 역시 구성원과 아티스트라는 말로 구분하면서, 구성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노동법에 따라 신고 조치 등이 가능하지만 아티스트는 하이브의 내부 가이드라인인 ‘상호 존중 행동규범’에 따라 구성원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9월 사망한 하이브 직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사무실서 일하던 이 직원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수면실에 갔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해당 직원의 사인이 ‘과로사’일 수 있다면서 하이브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검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해당 직원이 ‘개인 질환’으로 사망했다면서 유족과 합의해 부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하이브의 ‘으뜸기업’ 선정 논란으로 번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024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하이브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에는 대통령 인증패가 수여되고 통합고용세액 공제를 비롯해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정기 세무조사 유예, 신용평가 우대, 사증 체류 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심사에서 하이브에 대해 ‘수평적 소통을 지향’한다고 평가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과로사 의혹 등이 나오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문체위 종합감사는 하이브 국감의 ‘화룡점정’이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꺼내든 ‘음악산업리포트’는 케이팝 시장을 뒤흔들었다. 타 소속사 아티스트는 물론 관계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이 가득 담긴 하이브의 내부 문건은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사라진 업계 1위 기업의 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어디에 있나?


국감 중간에 업계 동향을 긁어모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유출자를 단죄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행위는 국회의원의 질타를 받을 정도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하이브는 CEO 명의로 사과문을 냈지만 여론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서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방 의장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케이팝 팬덤의 부정적인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