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기회 놓친 4년 중임제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나라 선거 일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과거 12월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3월로 바뀌면서 20년마다 같은 해에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총선)나 지방선거(지선)가 대선과 간격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2022년만 해도 대선 85일 만에 지선이 있었다. 그리고 현행 일정대로라면 대선과 총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는 2032년엔 대선 한 달 뒤 총선을 치러야 한다.

대선과 지선이 같은 해에 짧은 간격으로 치러지면 대선서 승리한 정당이 지선서도 승리할 확률이 높다. 2022년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후 지선서도 승리했다. 대선과 총선도 마찬가지로 짧은 간격으로 치러지면 한 정당이 독식하기 쉽다.

사실 대선과 지선은 한 정당이 독식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은 한 정당이 독식하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제대로 각각의 역할을 하지 못해 삼권분립이 무너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엔 그래도 4~6개월의 간격이 있어 대선 후 총선이나 지선에 대해 숨고를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일정이라 문제다.

현행 지선도 문제다. 지방정부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인데, 지선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을 동시에 뽑는 시스템이라 지방자치단체장선거서 승리한 정당이 지방의회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모 그룹 J 부문장과 요즘 회자되고 있는 탄핵과 개헌 얘기를 나눴다. 당시 우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같은 해에 치러지는 대선과 지선, 대선과 총선서 한 정당이 독식할 선거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걸 공감했다.

우리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의원의 선거를 분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가졌다. 즉 2년마다 번갈아가며 대선,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묶고, 총선, 지선도 묶어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 정당이 행정권력을 잡더라도 우리 국민이 2년 후 치러지는 국회의원과 지방 의원을 뽑는 선거서 중간평가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정당이 국회의원과 지방 의원 선거서 승리해 입법권력을 잡더라도 2년 후 치러지는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서 중간평가를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제를 고치려면 개헌을 해야 하는데,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회 재적 의원 2/3 통과와 국민투표라는 절차도 있지만,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 대선후보 시절엔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다가도 대통령이 되고 나면,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까 봐 외면하고 임기 말엔 하고 싶어도 다음 정권에 누가 될까 봐 못 하는 게 개헌이다.

사실 1987년 이후 손도 못댔던 개헌이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꼭 필요했었다. 그리고 대선과 지선을 같은 해에 치르면서 탄생한 현 정부 임기 초기가 4년 중임제 개헌 기회였는데 놓친 셈이다.

현 정부가 들어설 때 21대 국회 후반부를 책임진 김진표 국회의장도 취임 당일부터 줄곧 4년 중임제 개헌 의지를 밝히면서 수십차례에 걸쳐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임기 초에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장서 승자독식의 선거제 개혁을 해야 하고 개헌도 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내가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개헌은 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 정부 임기 초에 개헌 기회를 놓친 국회가 이제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 중심으로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하자는 내용의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안타깝다. 범야권서 탄핵보다 빠르게 대통령이 물러날 수 있고 또 탄핵의 역풍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필자는 현재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져 있고, 특히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는 상황서 여당이나 대통령이 흔쾌히 개헌 카드를 반길 리 없는 데도 밀어붙이는 범야권에 한마디 하고 싶다.

진짜 국민을 생각한다면 임기 1년을 단축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카드와 필자와 모그룹 J 부문장의 생각처럼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나눠 중간평가도 하고 견제와 균형의 정치도 실현할 수 있는 선거제 개편 카드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명태균씨 폭로로 궁지에 몰린 대통령을 몰아내는 형태의 임기 단축 개헌은 나라 망신시키는 꼴이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혹시 민주당과 범야권이 개헌을 통해 야권 입맛에 맞는 진보적 7공화국을 세우자는 속셈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

개헌을 윤 대통령 퇴진 운동과 결부시켜서도 안 된다. 임기 2년 단축 카드를 꺼낸 게 기간을 조율해 남은 임기 2년 6개월 중 1년6개월 임기를 보장하고 1년을 단축하는 4년 중임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한 행위라면 역시 안 된다.

만약 윤 대통령이 차기 대선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1년 임기 단축 및 4년 중임제 개헌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경우도 한동훈 대표나 차기 대선후보와 임기 후 보장이 약속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어서 윤 대통령이 개헌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4년 중임제 개헌은 대통령 임기 초에 해야 하고, 총선이나 지선과 같은 해에 치르는 대선서 탄생한 정부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1년 임기를 포기하고 총선이나 지선과 대선을 같이 치르면 되기 때문이다.

지선과 같은 해(2022년)에 치러진 대선서 탄생한 윤정부의 개헌은 불발됐지만, 총선과 같은 해에 치르는 2032년 대선서 당선된 대통령은 임기 초에 1년 임기를 단축하는 4년 중임제와 대선,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묶고, 총선, 지선을 묶는 개헌을 꼭 추진했으면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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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