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달러는 언제까지 최선일까?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4.10.17 12:30:13
  • 호수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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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에는 환율 개념이 없다. 미국 이외의 모든 나라 환율은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언제나 가치 상대적이며 유동적이다. 그 가치의 변화는 한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도 하고 무역 경쟁서 도태시키기도 한다.

통화 경제서 달러화가 갖는 엄청난 ‘표준의 힘’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지만 그걸 이유로 대놓고 불평하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더 나은 시스템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건 미국의 경제, 군사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나라가 미국이란 절대 강자의 선의에 기대한 것도 아니다.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금 보유량 때문이었다. 미국이 아닌 미국의 금을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에 기초한 달러화 기축통화 제도는 1944년부터 1971년까지 불과 27년 동안만 유지됐다. 

미국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서 신뢰를 빼내서 ‘미국의 힘’의 원천으로 삼았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다른 나라의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 기여에 근거한 셈이지만 이 역시 모두가 만족했던 건 아니다. 불만이 있다고 해도 달러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더 나은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나라는 아직도 없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과연 세계 통화 시스템에 어떤 변화의 단초라도 제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기대가 시작된 이유는 비트코인으로 통칭되는 암호화(가상) 화폐(Cryptocurrency)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유하는 거래 원장은 오히려 거래의 안정성을 높였다. 그 지급 결제의 안전성 면에서는 결제통화로서 미국 달러화가 독점하고 있는 권위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달러 시스템에선 개인 간 또는 국가 간 국경을 넘는 모든 지급 결제는 중간결제은행을 거치며 달러 중개 시스템 안에서 모니터링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는 일정 수준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범죄의 목적이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 한, 보장돼야 하는 자유로운 거래와 결제에 필요한 비밀유지 기능은 달러 시스템보다 우월한 면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미국이 허용하지 않는 국가나 상품의 무역 거래가 불가능한 현실이 온전히 정당하지 않다면 달러화의 대체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전혀 의미 없는 것도 아니다. 선의를 가졌던, 악의를 가졌던 미국이 가진 의지에만 기대서 모든 나라가 영원히 교역을 하며 살게 될 거란 확신도 없다.

비트코인이 무슨 본질적 가치를 가졌냐고 의문을 갖거나 거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금과의 교환 약속을 버리고 종잇조각으로 전락한 건 달러화였다. 그러면서도 달러화는 본질가치를 의심할 수 없는 금의 가치(가격)까지도 지배하는 절대 통화가 됐다.

공정한 경쟁의 결과물로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풀어낸 달러화로 미국 경제는 ‘나 홀로 호황’을 이어왔다.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미국은 앞으로 더 많은 달러를 풀어내려 하지 않을까? 

군사력이 약해지거나 경제력이 약해서 로마제국이 멸망의 길로 들어선 게 아니다. 그 시작은 로마 금화에 가치 없는 금속을 뒤섞으면서부터라지만, 먼저 무너진 건 권위가 아니라 신뢰였다. 금이 권위를 회복하고 화폐 가치의 기준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혼돈의 시대가 온다면 암호화폐가 아니라도 또 어떤 화폐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훨씬 크지만 달러가 아닌 금과 암호화폐의 미래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용래는?]

▲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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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