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⑤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한류의 샘이 깊은 물

미리 말하자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이하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나무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아니다. 배우 한석규, 송중기 등이 출연했던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트장도 아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창기가 발행한 잡지 이름이다. 정기구독자만 무려 6만5000명에 달했던 잡지계의 전설이다. 물론 드라마와 공통점은 있다. 한류와 한글이다.

잡지 <뿌리깊은 나무>는 1976년부터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기까지 5년 남짓 발간됐다. 우리나라 최초 순수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선언한 잡지였다. 당시는 경제발전이 지상 과제였고, 우리의 것보다 서양의 것이 환대받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발행인 한창기는 창간사에서 “우리 문화의 바탕이 토박이 문화”라며, “토박이 문화가 역사에서 얕잡힌 숨은 가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토박이 문화

한류를 예언하듯 우리 한글과 문화의 가치를 눈여겨본 셈이다. 

뿌리깊은나무박물관은 낙안읍성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다. 한창기의 유물 6500여점을 중심으로 꾸렸다. 일상에 가까운 옛 물건이 많다. 그가 한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국 지사장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한편으로 놀랍고 어찌 보면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곧장 한창기실로 이동해 먼저 그의 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괜찮은 관람법이다. 

한창기실은 자그마한 전시실이다. 옛 집무실을 재현하고, 옷가지와 생활용품, 친필 원고 등의 유품들을 전시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뿌리깊은 나무> 전권. 호별로 전시 중인데 각 호는 표지만으로 단숨에 시선을 끈다. 지금이야 제목에 한글을 쓰고 잡지에 아트디렉터를 두는 게 마땅하지만, 그때는 표지에 사진을 싣는 것조차 무모해 보이는 파격이었다. 


창간호는 흰 쌀과 65세 농부의 거친 손이 대비를 이룬다. 1979년 5월호는 친정에 온 딸과 어머니가 우산 하나에 의지해 나란히 걷는 모습이다. 1980년 5월호의 표지는 한 젊은 기능공의 환한 모습이다. 동양인 최초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 고(故) 에드워드 김이 찍었다.

마지막 호는 이맘때인 8월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표지다. 

<뿌리깊은 나무>의 기사는 한창기실 내 키오스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호에는 종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예정된 폐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한창기의 집념은 <뿌리깊은 나무>의 폐간서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관점으로 여성을 이야기한 <샘이깊은물>, 여행서가 전혀 없던 시절의 인문지리지 <한국의 발견>, 목수, 길쌈아낙, 장돌뱅이 등 보통사람의 삶을 구술해 정리한 <민중자서전>, 우리 소리를 담은 23장의 음반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등을 연이어 제작했다.

‘한류’라 불리는 우리 문화의 뿌리가 이곳에 있다. 

<뿌리깊은 나무> 전권이 전시 중인 한창기실
희소 유물 등이 있는 다채로운 지하 전시실도

한창기실서 지하로 내려서면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나타난다. 상설전시실은 그가 수집한 유물 6500여점 가운데 600여점을 전시한다. 정순왕후국장반차도, 백자청화매죽문필통 등 희소 유물서 일반 서민이 쓰던 소반이나 책장, 고무신, 한글 소설까지 다채롭다.


첫 방문이라면 조선시대 한글 편지를 눈여겨볼 일이다. 헌종의 어머니 신정왕후가 정경부인 김씨에게 보낸 편지, 사촌 동생이 형님에게 보낸 편지 등이다. 시누이가 아우의 변비를 걱정하며 도토리를 쑤어 꿀에 타 먹으라 권하는 편지는 잔잔한 미소를 자아낸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정갈한 한글 필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은 <박물관 탐구하기 책자>를 챙겨 돌아보자. 전시 관련 질문이 있어 게임을 하듯 재밌게 돌아볼 수 있고, 답을 적어 매표소에 제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박물관 건물 맞은편에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백경 김무규의 고택 수오당이 자리한다. 수오당은 영화 <서편제>에 등장했는데 영화서 백경 김무규가 실제로 거문고를 연주했다.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역을 맡았던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기도 했다.

수오당 옆은 야외 석물 전시장이다. 목이 없는 석불과 옥개석만 올려놓은 석탑 등은 온전하지 않은 채라 오히려 ‘역사’적이다. 

순천의 다른 여행지를 같이 돌아보고 싶을 때는 순천시 관광지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낙안읍성, 드라마촬영장, 뿌리깊은나무박물관, 자연휴양림 등 6개소를 1박2일 동안 돌아볼 수 있는 관람권이 1만2000원이다. 

낙안읍성(사적)은 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이웃한다. 1410m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국가민속문화유산 가옥 9동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도 290여동의 초가집에 100여세대 230여명의 주민이 산다. 마을의 집과 집 사이로 난 돌담길을 천천히 산책하거나, 마을 민박집서 하루를 묵어가며 낙안읍성을 길게 누릴 수 있다.

특히 성곽 위에서 감상하는 마을 전경이 압권이다. 주말에는 객사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 오후 3시) 상설공연이 열린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생태도시 순천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올해는 지난 2023정원박람회 이후,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으로 새로 단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미로정원은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캐릭터가 자리 잡으며 ‘유미의 정원이 됐고, 동문과 서문을 잇던 강익중 작가의 ‘꿈의다리’는 색색의 조명과 미디어 콘텐츠를 결합해 우주선이 착륙하는 형상의 ‘스페이스 브릿지’로 정비했다.

4D입체영상관, 몰입형 맵핑 연출 등이 매혹하는 시크릿어드벤처도 들러볼 만하다. 여름에는 개울길광장도 제격이다. 개울 옆의 어싱길을 걷거나 마치 해변이나 계곡에 온 듯 개울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이색 피서법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시크릿어드벤처와 정원드림호 수상퍼레이드를 포함한 프로그램으로 짱뚱어, 칠게 등 순천만국가정원을 상징하는 8척의 캐릭터 배가 밤의 물길을 누빈다.

순천 나이트가든투어

스페이스 브릿지의 환상적인 야경 또한 배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평일에는 철도관사마을, 주말에는 철도관사마을과 원도심자유투어를 포함한다. 1일 20명 선착순이며 평일(18:20~21:10)은 1인당 1만4000~1만9000원, 주말(17: 00~21:10)은 2만4000원~2만9000원이다. 우천으로 수상퍼레이드가 취소될 경우 도보형으로 전환하고 승선료 부분은 환불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순천만국가정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낙안읍성→나이트가든투어
-둘째 날 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와온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두근두근 순천여행 www.suncheon.go.kr/tour
-낙안읍성 www.suncheon.go.kr/nagan
-순천만국가정원 https://scbay.suncheon.go.kr/garden
-나이트가든투어 www.nightgardentour.co.kr

운영 정보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운영 시간: 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전화
-순천시청 관광과 061)749-5798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061)749-8855
-낙안읍성 061)749-8831
-순천만국가정원 061)749-3114
-나이트가든투어 010-5707-2354(순천관광매니지먼트)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16~18회(05:08~21:48)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순천역 정류장서 68번, 순천역 서측 정류장서 61, 63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6회(06:10~23:30)운행, 3시간40분 소요. 순천버스터미널 정류장서 61, 63, 68번 일반버스 이용. 낙안읍성 3·1운동 기념공원 정류장 하차. 도보 441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순천시교통관제센터 061)749-5959, https://its.sc.go.kr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IC→지봉로→녹색로→민속마을길→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숙박 정보
-류황가원림: 순천시 조정래길, 010-9268-6524
-순천만에코촌 유스호스텔: 순천시 해룡면 생태배움길 061)749-4818, www.suncheon.go.kr/ecochon
-순천만숲펜션: 순천시 순천만길, 010-7570-1775, 순천만 숲펜션(xn--sk4b1n9b95sn3jj1kt5c.com)

식당 정보
-순천만전라도밥상(꼬막비빔밥): 순천시 순천만길, 061)745-2112
-겨비겨비(칼삼겹살): 순천시 오천3길, 061)743-1278
-브루웍스(카카오 쌍화차): 순천시 역전길, 061)745-2545, www.brew works.kr

주변 볼거리
순천만습지, 순천드라마촬영장, 송광사, 선암사,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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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