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못 막는 전자발찌,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9 14:17:40
  • 호수 1490호
  • 댓글 0개

“처음엔 외출도 꺼렸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자발찌 부착’과 관련한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출소 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전자발찌까지 찬 상황에서 ‘도대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뭘까?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자발찌 착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성범죄로 징역을 살다가 전자발찌를 찬 상태서 출소 5개월 만에 모르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민호)는 지난 19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발찌 차고
다시 범행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10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수의 성폭력 전과가 있는 점과 위험 평가를 종합해볼 때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침입, 강간해 피해자의 공포심이 극심하고 성적 수치심으로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내원과 약물·상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범행 이전의 상태로 회복을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전과 포함해 형사처벌을 받은 게 수십회에 이르고 수사 단계에서 공격적이고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며 “조사 도중 경찰에게 거짓말하고 피해자에게 전화 시도하는 등 범행 정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월1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송파구서 처음 보는 여성을 집까지 쫓아가 도어락을 부수고 침입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을 피해 달아났던 그는 인근의 한 노래방서 붙잡혔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3시간 만에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범행 당시에도 A씨는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한 뒤 재범을 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전자발찌를 인증하면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자발찌 착용 사진과 함께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다닌다. 저거(전자발찌) 가려야 되니까. 인권침해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물론 여고생을 범한 건 잘못이긴 하지만 이미 징역 4년을 살고 나왔는데 또 이런 벌을 주다니”라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겨우 4년을 살고 저런 말을 하다니. 여고생 부모님 마음이 찢어졌을 것” “손모가지를 잘라야 저런 글을 안 쓰지” “저런 사람들이 교도소서 교도관들 힘들게 한다던데, 사실인 듯. 인권은 사람한테 있는 것이다” “대부분 범죄자가 이렇게 생각한다. 본인이 망가뜨린 인권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인권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출소 5개월 만에 또 성폭행
“인권침해 너무 심하다”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찬 상황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우선 전자발찌에 대한 효용성은 지속적으로 논의돼오고 있다.


전자발찌는 2008년 9월 특정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도입됐고, 이후 미성년자 유괴범과 살인범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대상자는 물론, 평균 부착 기간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률이 늘면서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경각심이 무뎌질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상자의 사회 복귀와 효과적인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심리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 활성화와 함께 전자발찌 가해제 활성화 방안과 부착 기간 단축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자발찌의 평균 부착 기간은 1년에서 무려 7년으로 증가했고, 법정 최장 부착 기간은 5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경합범 가중 시 2분의 1까지 가중이 가능해 최장 45년까지도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평균 3~5년을 부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장기간인 셈이다. 당초 특정 성범죄자로 한정됐던 부착 대상도 미성년자 유괴범과 살인범 등으로 확대돼 부착 대상자도 크게 확대됐다.

이 때문에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의 재범률은 2019년 90명(1.97%), 2022년 74명(1.68%), 2021년 74명(1.65%), 2022년 45명(0.99%)로 감소했지만, 전자발찌 착용자가 늘어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발찌 훼손자는 2009년 1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3명까지 늘어났다. 이 중 2명은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뒤 나중에 검거했다.

커뮤니티
착용 인증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가 말하는 전자발찌는 확실히 범죄 예방 효과가 있었다. 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전자발찌를 쓰면 어떻다더라’는 추측들이 난무한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인 30대 B씨는 전자발찌 부착 기간만 10년으로, 죄명은 강간상해다.

B씨는 “출소 전에 전자발찌를 착용하는지 몰랐는데 어쩌면 몰라서 다행일 수도 있다. 만약 알았다면 출소도 하기 싫었을 것”이라며 “출소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집에 왔는데, 재택장치 설치하고 일주일 동안 밖에 안 나갔다. 문 밖을 나가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끔찍한 것이 전자발찌라는 것이다.

A씨는 “차라리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기간만큼 감옥에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가족들과 같이 사는데 친척들이 오는 것도 말릴 수밖에 없다”며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도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내가 느끼기엔 밝게 빛나고 있는 형광등 같다. 걸어다니면 의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자발찌 착용 후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라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B씨는 “지금 생각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을 거고 나도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며 “나는 패배자다. 내가 내 인생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매번 고민한다. 다만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지만 나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은데, 아무 병원이나 가기가 좋지 않다. 진로 상담도 받고 싶어서 이런 것을 (나라에서)도와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감독 관리인력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전자발찌 착용자가 30배 넘게 늘어나는 동안 이를 관리하는 감독자는 약 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그들의
반발은?

법무부 평택보호관찰소(소장 권태호)는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을 받다가 훼손 후 도주했던 50대 남성 C씨를 체포했다. 붙잡힌 C씨는 결국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 5월29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해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C씨는 2014년 9월 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0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 성폭력 치료 강의 80시간을 선고받고 복역 중 만기출소한 뒤 지난 3월15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평택보호관찰소서 관리감독을 받고 있었다.


그는 출소한 지 닷새 만인 20일, 전남 남군 화원면 인근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3시간 만에 전남 목포시 소재 모텔서 검거돼 재판을 받아왔다. C씨는 복역 후 출소하더라도 부착 명령 20년 중 잔여 기간에 대해 전자발찌를 계속 부착해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전자감독제도 운영 성과 분석 및 효과적인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및 전국 57개 보호관찰 기관서 근무하는 직원 4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2%가 “부착 기간의 장기화로 대상자에 대한 지도·감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답했다. 

연성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좀 더 효과적인 감독을 위해 전자발찌 부착 최장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회 복귀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재범 방지에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착 기간을 산정해 전자 감독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연구위원은 ▲주기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전자 감독 지속 여부와 가해제를 결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집행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현실적인 가해제 심사기준을 정립해 가해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부착 명령 최장기간을 단축하고 부착 명령 집행이 종료되는 시기에 재범 위험성 평가를 해 필요한 경우 부착 명령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가해제 전 단계로 재택 구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구금이란 범죄자를 교도소나 교정시설이 아닌 범죄자 본인의 가택에 구금하는 것이다. 재택 구금은 과밀수용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대두된 1980년대 초 미국과 덴마크 등에서 도입됐다.

“재택 구금이 더 효과적” 주장도
김영진 ‘박병화·조두순 방지법’ 발의

무엇보다 재택구금은 비용절감의 장점이 있다. 재택 구금의 실시 비용은 구치소 구금 비용에 비교하면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고, 대상자는 직장에 출근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으며, 개인별 조건에 맞는 일정도 조절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가석방 또는 조기 석방의 조건으로 재택 구금이나 외출제한 등의 결합한 형태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가해제 전 단계서 중간 처우로 재택 구금을 도입하면 재범 우려 불식과 탄력적인 가해제 제도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른바 ‘박병화·조두순 방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9일, 김 의원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연쇄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특례시로 이사 오자 수원 내 시민사회단체서 퇴거를 강력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전자발찌 효과로는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해 국가가 적극 관리하는 거주지 지정 명령 제도를 도입할 것을 법안에 담았다.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은 해외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서 발생한 제시카 런스포드 사건로 인해 만들어진 ‘제시카법’의 경우 성범죄자가 학교와 공원 주변 600m 이내에 살 수 없도록 주거지를 제한하고 있고, 워싱턴주의 경우 출소한 아동성범죄자가 맥닐섬에 위치한 특별 구금센터에 거주하도록 제도화돼있다.

김 의원은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에서는 극심한 갈등과 불안을 겪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주지 
지정 명령

이어 “21대 국회서 법무부가 해당 법안을 너무 늦게 제출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거주지 제한이 기본권 침해·이중 처벌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법사위서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고, 법사위 위원들과 협의를 통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