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못 막는 전자발찌,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9 14:17:40
  • 호수 1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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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외출도 꺼렸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자발찌 부착’과 관련한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출소 후 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전자발찌까지 찬 상황에서 ‘도대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뭘까?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자발찌 착용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이유를 붙이더라도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성범죄로 징역을 살다가 전자발찌를 찬 상태서 출소 5개월 만에 모르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 성폭행한 40대 남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민호)는 지난 19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발찌 차고
다시 범행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20년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아동·장애인 관련 기관 10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다수의 성폭력 전과가 있는 점과 위험 평가를 종합해볼 때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침입, 강간해 피해자의 공포심이 극심하고 성적 수치심으로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내원과 약물·상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범행 이전의 상태로 회복을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전과 포함해 형사처벌을 받은 게 수십회에 이르고 수사 단계에서 공격적이고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며 “조사 도중 경찰에게 거짓말하고 피해자에게 전화 시도하는 등 범행 정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월1일 오후 1시50분쯤 서울 송파구서 처음 보는 여성을 집까지 쫓아가 도어락을 부수고 침입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을 피해 달아났던 그는 인근의 한 노래방서 붙잡혔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해 3시간 만에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간 혐의로 체포했다. 범행 당시에도 A씨는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한 뒤 재범을 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전자발찌를 인증하면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자발찌 착용 사진과 함께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다닌다. 저거(전자발찌) 가려야 되니까. 인권침해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물론 여고생을 범한 건 잘못이긴 하지만 이미 징역 4년을 살고 나왔는데 또 이런 벌을 주다니”라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겨우 4년을 살고 저런 말을 하다니. 여고생 부모님 마음이 찢어졌을 것” “손모가지를 잘라야 저런 글을 안 쓰지” “저런 사람들이 교도소서 교도관들 힘들게 한다던데, 사실인 듯. 인권은 사람한테 있는 것이다” “대부분 범죄자가 이렇게 생각한다. 본인이 망가뜨린 인권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인권은 너무 소중하게 생각한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출소 5개월 만에 또 성폭행
“인권침해 너무 심하다”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찬 상황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어떤 심리일까? 우선 전자발찌에 대한 효용성은 지속적으로 논의돼오고 있다.


전자발찌는 2008년 9월 특정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도입됐고, 이후 미성년자 유괴범과 살인범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대상자는 물론, 평균 부착 기간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률이 늘면서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부착 기간이 장기화할 경우 경각심이 무뎌질 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상자의 사회 복귀와 효과적인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심리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 활성화와 함께 전자발찌 가해제 활성화 방안과 부착 기간 단축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전자발찌의 평균 부착 기간은 1년에서 무려 7년으로 증가했고, 법정 최장 부착 기간은 5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경합범 가중 시 2분의 1까지 가중이 가능해 최장 45년까지도 부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평균 3~5년을 부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장기간인 셈이다. 당초 특정 성범죄자로 한정됐던 부착 대상도 미성년자 유괴범과 살인범 등으로 확대돼 부착 대상자도 크게 확대됐다.

이 때문에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의 재범률은 2019년 90명(1.97%), 2022년 74명(1.68%), 2021년 74명(1.65%), 2022년 45명(0.99%)로 감소했지만, 전자발찌 착용자가 늘어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자발찌 훼손자는 2009년 1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3명까지 늘어났다. 이 중 2명은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뒤 나중에 검거했다.

커뮤니티
착용 인증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가 말하는 전자발찌는 확실히 범죄 예방 효과가 있었다. 교도소 수감 시절부터 ‘전자발찌를 쓰면 어떻다더라’는 추측들이 난무한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인 30대 B씨는 전자발찌 부착 기간만 10년으로, 죄명은 강간상해다.

B씨는 “출소 전에 전자발찌를 착용하는지 몰랐는데 어쩌면 몰라서 다행일 수도 있다. 만약 알았다면 출소도 하기 싫었을 것”이라며 “출소 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집에 왔는데, 재택장치 설치하고 일주일 동안 밖에 안 나갔다. 문 밖을 나가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오히려 감옥에 있을 때보다 더 끔찍한 것이 전자발찌라는 것이다.

A씨는 “차라리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기간만큼 감옥에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가족들과 같이 사는데 친척들이 오는 것도 말릴 수밖에 없다”며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도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지만, 내가 느끼기엔 밝게 빛나고 있는 형광등 같다. 걸어다니면 의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자발찌 착용 후 범죄를 저지른 것을 후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바라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B씨는 “지금 생각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을 거고 나도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며 “나는 패배자다. 내가 내 인생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매번 고민한다. 다만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지만 나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은데, 아무 병원이나 가기가 좋지 않다. 진로 상담도 받고 싶어서 이런 것을 (나라에서)도와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감독 관리인력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 실제로 전자발찌 착용자가 30배 넘게 늘어나는 동안 이를 관리하는 감독자는 약 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그들의
반발은?

법무부 평택보호관찰소(소장 권태호)는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을 받다가 훼손 후 도주했던 50대 남성 C씨를 체포했다. 붙잡힌 C씨는 결국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 5월29일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해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C씨는 2014년 9월 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0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 성폭력 치료 강의 80시간을 선고받고 복역 중 만기출소한 뒤 지난 3월15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평택보호관찰소서 관리감독을 받고 있었다.


그는 출소한 지 닷새 만인 20일, 전남 남군 화원면 인근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가 3시간 만에 전남 목포시 소재 모텔서 검거돼 재판을 받아왔다. C씨는 복역 후 출소하더라도 부착 명령 20년 중 잔여 기간에 대해 전자발찌를 계속 부착해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전자감독제도 운영 성과 분석 및 효과적인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 및 전국 57개 보호관찰 기관서 근무하는 직원 4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6.2%가 “부착 기간의 장기화로 대상자에 대한 지도·감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답했다. 

연성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좀 더 효과적인 감독을 위해 전자발찌 부착 최장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조속한 사회 복귀를 촉진한다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회 복귀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재범 방지에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착 기간을 산정해 전자 감독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연구위원은 ▲주기적인 위험성 평가를 통해 전자 감독 지속 여부와 가해제를 결정하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집행률 기준을 완화하는 등 현실적인 가해제 심사기준을 정립해 가해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부착 명령 최장기간을 단축하고 부착 명령 집행이 종료되는 시기에 재범 위험성 평가를 해 필요한 경우 부착 명령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가해제 전 단계로 재택 구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구금이란 범죄자를 교도소나 교정시설이 아닌 범죄자 본인의 가택에 구금하는 것이다. 재택 구금은 과밀수용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대두된 1980년대 초 미국과 덴마크 등에서 도입됐다.

“재택 구금이 더 효과적” 주장도
김영진 ‘박병화·조두순 방지법’ 발의

무엇보다 재택구금은 비용절감의 장점이 있다. 재택 구금의 실시 비용은 구치소 구금 비용에 비교하면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고, 대상자는 직장에 출근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도 있으며, 개인별 조건에 맞는 일정도 조절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가석방 또는 조기 석방의 조건으로 재택 구금이나 외출제한 등의 결합한 형태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가해제 전 단계서 중간 처우로 재택 구금을 도입하면 재범 우려 불식과 탄력적인 가해제 제도 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른바 ‘박병화·조두순 방지법’을 발의했다. 지난 9일, 김 의원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지정 등에 관한 법률안’과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연쇄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연쇄 성범죄자 박병화가 수원특례시로 이사 오자 수원 내 시민사회단체서 퇴거를 강력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전자발찌 효과로는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해 국가가 적극 관리하는 거주지 지정 명령 제도를 도입할 것을 법안에 담았다.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거주지 제한은 해외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서 발생한 제시카 런스포드 사건로 인해 만들어진 ‘제시카법’의 경우 성범죄자가 학교와 공원 주변 600m 이내에 살 수 없도록 주거지를 제한하고 있고, 워싱턴주의 경우 출소한 아동성범죄자가 맥닐섬에 위치한 특별 구금센터에 거주하도록 제도화돼있다.

김 의원은 “박병화·조두순과 같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각 지역에서는 극심한 갈등과 불안을 겪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주지 
지정 명령

이어 “21대 국회서 법무부가 해당 법안을 너무 늦게 제출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거주지 제한이 기본권 침해·이중 처벌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법사위서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고, 법사위 위원들과 협의를 통해 신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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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