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다른’ 트럼프 총격 교훈

똑같은 사건…미국은 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과 미국의 대선후보가 공격당했다. 한 명은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렸고 또 다른 한 명은 귀 부근에 총을 맞았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피습 직후 대응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6개월 차이로 벌어진 사건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을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총에 맞는 사건이 일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5분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서 마련된 야외무대서 연설 중이었다.

시스템 뒷전

총격은 유세가 시작된 지 5분 만에 일어났다. 여러 발의 총소리가 울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발언대 밑으로 급히 몸을 숙였다. 이후 경호원 여러 명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연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총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했다. 총격범은 사살됐다.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등이 일제히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열된 정치적 온도를 낮춰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동정론’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실제 피습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 폭력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놨다. 이어 “관련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일제히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정치테러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테러를 강력히 규탄하며 극단 정치·증오 정치를 근절하기 위해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테러를 규탄하며 끔찍한 증오 정치의 유령에 배회하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도 “어떤 이유로든 폭력과 테러는 용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SNS를 게재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과 관련해 올해 초 일어난 민주당 이 전 대표 피습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2일 부산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 시찰 후 이동하던 도중에 괴한의 흉기에 찔렸다. 

이 전 대표 피습사건은 ‘의료체계’ 문제로 확산됐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피습 직후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소방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서울‧광주‧경남 등 지역 의사회서 이 전 대표의 헬기 이용과 서울대병원 전원 결정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소방 헬기 이용은 특혜고 서울대병원 전원은 지역의료를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었다. 

이들 의사회는 환자의 상태가 위중했다면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서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소방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전원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외상 응급의료체계이자 의료전달체계를 이 전 대표 측이 어겼다는 것이다. 

소방헬기·서울대병원 전원 재조명
야권 “트럼프도 고발해라” 목소리


당시 민주당은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부족의 해결책으로 ‘지역 의사제’와 ‘지방 공공의대 설립’ 입법을 추진 중이어서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당 대표가 나서서 지역의료를 ‘패싱’하면서 지방의료의 붕괴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은 트럼프 총격 사건이 일어나면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미국 CBS와 의료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직후 유세 현장서 약 17㎞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총알이 오른쪽 귀를 관통하기만 해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점에서 레벨1 외상센터가 아닌 레벨2 외상센터로 이송된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례는 미국의 응급의료체계가 어느 정도 안정화돼있다는 증거”라며 “또 이송 과정서도 헬기가 아닌 차량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외상체계 개념이 제대로 지켜졌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선후보라는 중요 인물임에도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 대표 피습사건과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서 드러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허점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에 대한 외신 보도와 이 전 대표에 대한 국내 보도, 수사 상황을 비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인 강선우 의원은 SNS에 “트럼프의 ‘닥터헬기’ 이재명의 ‘닥터헬기’. 그런데 외신 보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혜 논란, 우리랑 참 많이 다르죠”라고 적었다. 강 의원은 “트럼프도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시죠”라며 “혐오의 이유를 합리화하지 말자”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선원 의원은 “암살 테러를 당한 트럼프-미국과 이재명-한국 차이”라며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미국연방조사국(FBI) 발표와 이 전 대표 수사 과정을 비교해 “(이 전 대표는)현장 청소로 증거 인멸이 의심되고 암살범 신원을 비공개했다”며 “윤석열-김건희 정부와 국정원은 무엇을 했던가”라고 따졌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헬기를 탔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현장서 17㎞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됐다. 17㎞면 헬기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가세했다. 조 전 대표는 SNS에 “트럼프 암살 미수 직후 바이든 대통령을 위시한 여야 정치인과 진보‧보수 불문 언론 모두 암살 시도를 규탄하고 트럼프의 안부를 걱정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경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비밀경호국에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한국에서는 이 전 대표의 목에 칼이 찔리는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민의힘과 수구 언론은 앰뷸런스 헬리콥터 사용을 물고 늘어졌다”며 “그리고 이 전 대표 측이 부산지역 의료진을 폄훼했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공격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정쟁 도구로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비슷한 사건에 대해 대처가 달랐다는 것은 어느 한쪽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전 대표의 사건이 일어나고 6개월이 지났지만 의료전달체계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변화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의 싸움 도구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