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찰 주지 스님 성폭행 진실게임

“당했다” VS “도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주장과 반박이 뒤엉키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종교인의 성범죄 의혹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두고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일요시사>가 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 26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소재의 한국프레스센터서 사찰 내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경호원이 배치돼있었다. 20여명 남짓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모인 상태였다. 

서로 “피해”

2006년경 강원도 유명 사찰의 주지 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가 변호사와 함께 등장했다. A씨는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정유리 변호사는 “사찰서 발생한 성범죄로 인한 여성 인권유린, 범죄 은폐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범죄와 협박 등 2차 가해로 피해자의 인권을 유린한 사례”라며 “철저한 사실 규명과 피해자의 안전보호, 인권침해 방지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A씨가 입을 열었다. A씨는 2006년의 12월31일 차 안에서 B 스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에도 성추행을 당했고 사찰을 떠난 이후에도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B 스님이 자신의 위계를 이용해 자신을 억압하고 강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결혼 후 외국서 지낼 무렵 남편에게 성폭행 피해를 고백한 후 남편의 폭력과 의심으로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1년 딸과 함께 귀국한 후 B 스님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고 C씨 등을 통해 금전적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 스님은 C씨를 앞세워 협박성 발언을 하고 연락을 차단했다”며 “지난 5월경에도 C씨를 동원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내용의 거짓 서류에 서명하게 하고 응하지 않자 ‘맥을 끊고 찢어 죽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등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C씨의 협박으로 죽임을 당할 경우 혼자 남게 될 딸이 고통을 겪게 될까 봐 너무 걱정되고 무섭지만 힘들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에 법이 존재한다면 진실을 가려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 또 B 스님 같은 분이 조계종 승려로서 승복을 입고 있어서는 안 된다. 승려증을 반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의 말이 끝난 후 정 변호사는 질의응답을 받겠다고 했다. 첫 발언권을 얻은 건 B 스님을 대리하고 있는 정준길 변호사였다. 정준길 변호사는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질문 사항을 언급했다. 이 과정서 정유리 변호사의 제지, C씨의 발언 등이 섞이면서 기자회견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유리 변호사가 기자회견 중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20여분 만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A씨와 정유리 변호사가 자리를 뜨고 뒤이어 정준길 변호사가 발언을 시작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첨예한 입장차 기자회견도 파행 
쌍방 고소…조계종 절차 기다려

정준길 변호사는 “2021년 A씨가 갑자기 (B 스님에게)연락해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B 스님은 비행기 삯 200만원을 보내줬다. 그 이후 A씨가 딸과 살 곳의 보증금이 없다고 해서(C씨를 통해) 2000만원을 빌려줬고 또다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자 장학금 형식으로 매달 300만원을 지원해 주기로 하는 등 B 스님은 측은지심과 자비의 마음으로 A씨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더니 매달 300만원씩 주기로 한 것을 마치 맡겨둔 것처럼 한꺼번에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고민 끝에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2700만원을 빌려줬다. 그때가 2022년 초였는데 1년쯤 지나 지난해 8월에 다시 전화가 왔다. A씨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8월경 처음에는 (A씨가)B 스님과 남녀관계에 있다가 소문이 나서 환속한 것처럼 말하더니 지난 4월부터는 갑자기 B 스님을 성폭행 가해자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A씨의 환속, 결혼, 출산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의 말과 시기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준길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A씨는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기자회견까지 진행하면서도 정작 고소장 죄명에는 성폭행이나 강간죄를 포함하지 않았다”며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가 거듭 무리한 요구를 하니까 그 과정서 C씨가 강한 어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규명은 수사기관과 조계종의 몫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수사와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와 B 스님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서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B 스님은 현재 ‘묵언수행’을 하듯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상황서 B 스님이 한마디 하면 A씨 측에서 더 많은 말을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서 스님이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정유리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금전적인 부분, 명확하지 않은 시기 등 B 스님 측에서 주장하는 바는 성폭행 피해라는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요미수, 협박 등이 A씨의 성범죄 피해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나 성폭행이나 강간 혐의를 고소장에 적시할 순 없었지만 강요미수와 협박의 배경이 성범죄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엇갈린 주장

그러면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이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 폭로하고 고발하는 미투와 이번 사건이 비슷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피해자가 두려움에 말하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게 됐고 B 스님 측의 강요미수, 협박 등에 못 이겨 고소까지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A씨와 B스님 측은 쌍방 고소 상태다. A씨는 B 스님과 C씨를 강요미수와 협박 혐의로, B 스님 측은 A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양측은 조계종에도 진정을 제기해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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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