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장마가 시작된 가운데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치구별로 장마철 대비에 힘을 쓰고 있지만 인력과 시간의 한계로 사각지대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침수 피해로 막힌 빗물받이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침수 피해를 막고자 서울시가 추진한 대심도 빗물 터널이 지연되면서 장마철마다 상습침수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7월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장마 시즌이 도래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여름 장마로 인한 홍수 피해 사고 소식이 들린다. 이에 철저한 대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철저한 대비?
서울 자치구별로 이번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안전점검을 추진해 나가고 있지만 도로 내 빗물을 모아 공공하수도로 유입시키는 빗물받이가 여전히 쓰레기 등으로 막혀 장마철 침수 피해 등의 우려가 커진다.
빗물받이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나 담배꽁초들이 배수 통로 바닥에 마구 버려져 폭우 때 빗물이 빠지지 않아 역류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빗물이 범람하거나 저지대 도로가 침수되는 주원인으로 배수시설 막힘이 꼽힌다.
배수구는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청소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흙이나 낙엽 등 퇴적물과 쓰레기로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여름 장마철의 침수 피해는 대부분 빗물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어난다. 빗물은 도로변의 빗물받이 배수구로 먼저 내려간 뒤, 빗물관을 통해 근처 하천으로 방류된다.
그런데 담배꽁초가 쌓여 배수구를 막고 있으면 그 주변은 금세 빗물이 차오르게 된다.
지난 25일 <일요시사>가 서울시 상습침수지역으로 피해가 컸던 사당역·강남역·신대방역 일대를 돌며 빗물받이 상태를 확인했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22년 8월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이 침수되거나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사당역 일대 도로의 빗물받이는 낙엽만 무성했고 빗물이 흐르는 데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사당역 인근 상가 거리에 대다수 빗물받이는 담뱃갑이 버려져 있거나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다.
점심 식사 후 음식점서 나온 직장인들이 빗물받이 바로 옆에서 담소를 나누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역대급 호우 예고
배수 관리는 엉망
인근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재작년 물난리 때 비가 많이 와서 가게까지 물이 들어왔다”며 “가게 밖에 있는 빗물받이를 봤는데 제 기능을 못해 물이 넘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강남역 일대 도로변의 빗물받이는 이미 청소를 한 듯 낙엽만 보였다. 특히 빗물받이에 쓰레기 유입을 방지하는 거름망이 씌워져 있었다.
그러나 강남역 인근 음식점과 골목길 바닥은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로변 빗물받이는 관리가 된 듯 보였지만 인근 상가나 골목길은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신대방역은 도로부터 빗물받이까지 각종 쓰레기와 담배꽁초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후 도림천 인근 주택가를 둘러본 결과 반지하층 창문에 물막이판을 설치해 장마철 침수를 대비하고 있었지만 빗물받이 관리는 다소 미흡해 보였다.
빗물받이 바로 옆 담배꽁초 수거함 안에는 꽁초로 가득했고 물막이판이 설치된 주택 앞 빗물받이도 마찬가지였다.
도림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구청서 신경을 많이 써주고 있지만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치워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긴다”며 “이번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관리가 잘 되어 있어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림천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든다고는 알고 있는데 언제 구축될지 몰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제 기능 못해 비 오면 넘쳐흘러
청소해도 시간 지나면 다시 쌓여
관악구청 치수과 한 관계자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기 전에는 저지대 취약 지역에 주 1회 정도 청소하고 있으며, 빗물받이에 퇴적물이 쌓인 경우 일대를 조사해서 청소 가능한 한도 내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민원이 접수가 되면 현장에 가서 증설 작업해 주는 부서가 따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순찰을 시행해서 접수되는 건으로 장마가 끝날 때까지 계속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8월 폭우 피해 이후 서울시는 강남역과 광화문, 도림천에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터널은 시간당 100㎜ 호우가 쏟아져도 수해를 막을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빗물 배수시설 공사는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해 말 해당 지역에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은 지하 40~50m 아래에 큰 터널을 만들어 많은 비가 내릴 경우 빗물을 보관해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빗물 배수시설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완공 시점도 애초 2027년 말이던 게 2028년 말로 미뤄졌다. 배수시설 착공이 늦어진 것은 비용 문제로 공사를 맡겠다는 건설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공고를 냈지만, 사전심사를 신청한 시공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3개 빗물 터널의 총사업비로 1조2052억원을 책정했다가 공사 업체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며 1조3689억원으로 재조정하고 최근에야 수의계약 체결 절차를 시작했다. 3개 사업 모두 지난 3~4월에 걸쳐 단독입찰로 최종 결정됐다.
착공 지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역, 광화문 빗물 터널 사업에는 각각 5386억원, 3298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같이 진행된 도림천 지하방수로 사업비는 5005억원이다. 상습침수지역이던 인근 양천구와 강서구 일부 지역은 지난 2020년 완공된 빗물 터널 덕분에 침수 피해서 벗어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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