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서울달’ 뭐기에…

가스기구에 열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여의도공원에 설치한 비행기구 ‘서울달’ 사업이 여의도 주민들과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최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일부 주민은 시민의 휴식처와 자연 공간을 훼손하면서 설치된 만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서울달 운영 장소를 여의도공원으로 선택한 이유와 녹지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은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공원 130m 상공에 띄우는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을 두고 일부 여의도 주민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여의도 주민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여의도공원의 녹지 훼손과 서울달 설치에 대한 정보 공유 누락, 도심 속 계류식 가스기구의 안전성 문제 등이 지적됐다. 

전시행정

여의도에 거주 중인 커뮤니티 일부 회원들은 여의도공원에 열기구 설치에 따른 유원지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시민들이 조용히 산책하고 아이들과 소풍 나가는 공원 녹지에 매일 밤 10시까지 운행하는 상업용 열기구가 설치되면, 서울시의 계획대로 여의도공원은 유원지화가 되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30년 동안 잘 자란 나무들이 자리 잡은 여의도공원의 주 이용객인 주민과 인근 직장인에겐 설명회 한 번 없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형 열기구를 설치하려는 서울시 전시행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여의도공원 서울달 설치에 대해 지난 5월28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9일 동안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응답자 654명 중 반대 630명(96.3%), 찬성 24명(3.7%)으로 압도적 반대로 나왔다.


이에 일부 주민은 설문 결과를 토대로 구 의원실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면서 서울달 관련 현황 파악을 문의했고, 서울시에는 민원 제기와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로부터 부실한 답변을 받았다며 주민들은 반발했다. 주민들은 녹지인 여의도공원이 적합지로 결정된 구체적인 사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주민센터나 소식지서도 아무런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여의도공원은 인근에 산업은행 어린이집이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돼 안전성을 확보할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 체험시설인 헬륨 기구 ‘플라잉수원’ 사고를 근거로 들었다. 

녹지서 유원지화로 만들어
서울시, 사업 보고 못 받아

플라잉수원은 지난 2016년 12월 촬영용 드론이 날아와 부딪히면서 표면이 1m가량 찢어져 갑작스럽게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플라잉수원은 서울달과 같은 프랑스 업체로 ‘에어로필 사스’가 만든 ‘에어로30엔진’ 기종이다. 

또 여의도공원 녹지 나무들에 대한 보존 대책으로 이동 장소에 대한 협의 없이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했다며 다른 곳으로 옮긴 나무들의 행방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서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서 추진 중인 ‘서울달 사업’의 재검토와 공개 안전성 검증, 주민 대상 설명회 등의 개최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회·영등포구의회·민주당 서울시당 공동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해당 사업은 설치·운영과 관련한 안전성의 문제, 여의도공원의 녹지 훼손, 사업 진행 과정서 구의회 및 주민 소통 부재의 문제, 과도한 예산, 운영 및 안전지침, 보험 등 사고 예방 및 사고 이후 처리 지침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 담당 부서에서는 유관부서 및 기관, 관할 지자체 등 8개 부서에 의견 조회를 보냈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사업이 진행됐다고 설명했지만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영등포구의회 구의원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사전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서 서울시와 구의회 차원서의 대응 방안과 현재 상황서의 여러 문제점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 속에서 일부 여의도 주민들의 반발과 김 의원의 재검토 요구에도 서울달 사업은 이미 삽을 뜨고 난 뒤였다. 

주민과 마찰 언제까지?
“정보공개 후 의견수렴”

각종 우려 속에서 진행된 서울달 사업은 현재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여의도 주민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의원실 보좌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로부터 서울달 사업에 대한 보고는 받은 적이 없으며 추후에 직접 확인했다. 또 “현재 일부 주민들과의 마찰은 ‘있다, 없다’로 말하기보다는 여전히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 안에서 비행 가능한 곳이 별로 없어 비행이 가능한 장소들을 최대한 검토했고 사업지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안전한 기준을 제일 많이 판단했다”며 “시민들의 접근성과 사업성 등 여러 방면서 검토를 통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의도 주민들의 정보공개 누락에 대해서는 “서울시 홈페이지 상에 여의도 근린공원 조성계획 결정을 위한 열람 공고 계획을 올려 지난해 9월26일부터 14일간 공개하고 의견수렴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는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한 대처 프로세스는 있다”며 “서울달은 다중 격실 구조라서 한 군데가 찢어졌다고 해서 바람이 한 번에 빠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사업 부지 내 기존 수목(관목 13주, 교목 약 200주)에 관련해서는 “서울달 인근 부지에 전량 이식했으며, 매력정원(가든)을 새롭게 조성해 추가로 수목을 더 심어 결과적으로는 더욱 풍성해졌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반대


서울달은 서울을 찾는 관광객을 늘릴 목적으로 32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면과 케이블로 연결된 계류식 열기구로 최대 130미터 상공까지 올라가 15분 정도 하늘 위에서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회당 최대 30명까지 탑승 가능하며 정기 시설점검을 진행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지난 6일부터 8월22일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거쳐 8월23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정식 개장 이후 탑승 요금은 성인(만 19~64세) 2만5000원, 미성년자(36개월~만 18세) 2만원이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는 30%, 20인 이상 단체 또는 기후동행카드 소지자는 각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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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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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