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 “아동학대 혐의 현재 수사 중…죄송하고 송구”

26일, 홈페이지에 사과 공지문
부모 측 “합의금? 2차 가해 중”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손축구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손웅정 축구감독이 ‘아동학대(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피소’와 관련해 26일, “언론 보도에 대한 아카데미의 입장을 말씀드린다”며 공식 입장을 내놨다.

손 감독은 이날 오전 9시30분 공지문을 통해 “최근 훈련 도중 있었던 제 거친 표현과 일본 전지훈련 시 한차례 이뤄진 소속 코치의 체벌(선착순 달리기 20초 안에 못 들어오는 사람 한 대 맞기 약속, 엎드려 뻗쳐 상태서 플라스틱 코너 플래그로 허벅지 1회 가격)에 관해 고소가 이뤄져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먼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 이런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면서도 “나머지 고소인의 주장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후 아카데미 측은 고소인 측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노력했으나 수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카데미 측은 별도의 합의 없이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해 공정한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아카데미 측에 따르면, 일과 이후의 경위는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과 말이 일치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 결과 및 그에 대한 법적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이런 상황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여과없이 노출되거나 언론을 통해 상반된 보도가 나올 경우, 아카데미서 열심히 땀흘리며 연습 중인 아이들, 가족 및 구성원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한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아동이기 이전에, 앞으로 축구공으로 밥벌어 먹고 자신의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프로축구 선수 지망생들인데 모두가 알다시피,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하다”며 “저마저도 성공하지 못한 선수였고 성공하지 못한 축구선수의 삶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프로 세계서 ‘피나는 노력’은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이 아닌 그저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카데미 입단을 희망하시는 학부모님들께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가 제 자식을 가르쳤던 방법 그대로 아이를 지도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예고드린다”며 “아들에게 늘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고 훈련할 땐 감독뿐만 아니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설령 누군가 목에 칼을 들이대더라도 신경쓰지 말고 네 앞의 공만 집중하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도 운동장서 훈련하는 순간만큼은 좌고우면 없이 아이들의 발과 공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아이들을 위해 제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에 순간순간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아이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시는 학부모님들과 외부에 비춰지는 제 모습을 신경쓰는 순간, 아이들에게 100%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고 이는 아이들의 인생에, 가족의 역사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며 “아카데미는 아이들에게 늘 ‘기본기’를 강조하고 오랜 시간 기본기 훈련을 시키는데 보통 힘들고 지루한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손 감독은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저희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으며, 돈을 벌기 위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운동장서 구슬땀 흘리는 저 소중한 아이들을, 남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남들과 똑같은 노력만 하는 그저 그런 선수로 만들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또 “한 것을 하지 않았다거나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할 생각은 없다.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은 반성하겠다”며 “모든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아이들이 운동장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국민 여러분들게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아카데미는 손 감독이 운영 중인 유소년 축구교실로 학생 측이 지난 3월19일, 손 감독과 코치진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해 검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아이 부모 A씨는 <연합뉴스>를 통해 “내 자식이 맞았다는 데 실망감이 컸고,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화가 나고 이런 사례가 더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꿈을 위해 부모까지 나서서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데 손축구아카데미서 폭언과 폭행이 행해진 현실이 참담하다. 더 이상 다른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7일부터 12일까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후 아들 허벅지에 멍 자국을 발견했다. 아들 B군은 몇 명의 코치로부터 엉덩이 1회, 꿀밤 4회, 엉덩이 6회, 귀 당기기 2회 등을 당했다.

A씨가 아카데미에 전화에 자초지종을 물었는데 관계자로부터 “아이들끼리 엉덩이 맞기 게임을 하다 생긴 멍”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대답을 들었고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B군의 허벅지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모습이다. 다만 멍의 형태로 봐선 플라스틱 코너 플래그가 아닌 축구공에 맞아서 생긴 게 아니냐는 일부 주장도 나왔다.

허벅지 멍에 대해 누리꾼들은 “봉으로 맞을 경우 일자 형태로 멍이 생기기 마련인데, 둥근 형태인 걸 보면 공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학생 때 마대 자루로 맞아 봐서 아는데 봉으로 맞으면 저런 식으로 멍이 생기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그저 인정과 사과를 바랐을 뿐인데 이런저런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에 화가 났다. 애들에게 윽박지르고 때려서 어떻게든 알려줄 수는 있겠지만 엄격한 것과 폭언‧욕설로 겁주면서 운동을 시키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변호사는 “가해자 측은 본인들 입장에서만 최선을 다해 미화하며 이를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마치 본인들은 잘못이 없는데 고소인 측을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고액(수억원)의 합의금 요구 주장에 대해선 “손 감독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전혀 없는 상태서 변호사를 통해 처벌불원서 작성, 언론 제보 금지, 축구협회에 징계 요청 금지를 합의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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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