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화증권 후계자의 의미심장한 움직임이 연이어 목격되고 있다. 경영 행보가 불확실해진 부친을 대신해 장남이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 확연해진 것이다. 얼마 전 결정된 이사회 진입과 1년 전부터 이어져 온 주식 매입은 장남의 영향력 확대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유화증권은 지난 3월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윤승현 유화증권 영업기획팀 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989년생인 윤 이사는 유화증권 창업주인 고 윤장섭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윤경립 회장의 장남이다.
힘 실어주기
윤 이사의 이사회 입성은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비춰진다. 윤 이사가 사내이사에 선임된 직후 부친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을 결정하자, 이 같은 견해가 한층 힘을 받는 모습이다.
1997년부터 유화증권 경영을 총괄했던 윤 회장은 최근 대표이사 사퇴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1일 유화증권은 고승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는데, 이는 윤 회장이 27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음을 뜻했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윤 회장은 현재 사내이사 신분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윤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은 ‘통정매매(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 및 매매 시간을 정한 채 주식을 거래하는 행위)’ 논란의 여파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부친이 소유한 주식 약 80만주(약 120억원)를 자사 임직원을 동원해 매수한 혐의로 2022년 1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됐고, 윤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1심부터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연루된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이참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 탄력 받을 가능성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윤 이사가 상법상 최대한도인 3년 임기를 보장받은 것도 승계를 고려한 밑그림이라는 평가다.
사내이사로 이사회 참여
끊임없는 주식 매수 행렬
유화증권이 사내이사 임기를 3년으로 정한 건 윤 회장을 제외하면 윤 이사가 유일하다.
윤 이사가 직접 실행한 주식 매입 역시 경영권 승계를 대비하는 차원쯤으로 읽힌다. 윤 이사는 최근 1년 남짓한 기간에 총 34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에 나섰고, 이를 계기로 지분율을 5.77%(보통주 327만4000주)로 끌어올렸다. 유화증권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윤 회장(지분율 22.12%)과 윤 이사뿐이다.
주식 사들이기는 지난해 초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2022년 말 기준 유화증권 보통주 304만1375주(5.36%)를 보유했던 윤 이사는 지난해 3월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 간 장내 매수로 보통주 1만21주를 취득했다.
주식 매수 흐름은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확인된 장내 매수는 17차례였고, 보통주 11만3625주가 윤 이사에 귀속됐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3월 4차례(1만21주 취득) ▲지난해 4월 11차례(9만604주 취득) ▲지난해 5월 2차례(1만3000주 취득) 등이다.
윤 이사는 장내 매수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유화증권 보유지분을 5.56%(315만5000주)로 끌어올렸다. 전년 대비 0.2%p 상승한 수치였다.
커지는 존재감
한동안 잠잠했던 주식 사들이기는 지난 1월18일 보통주 4500주 취득과 함께 재개됐으며, 가장 최근 장내 매수에 나선 건 약 한 달 전이다. 윤 이사는 지난달 25일 유화증권 보통주 3만1000주를 1주당 2235원에 매입했는데, 취득가격은 ‘52주 신고가(2500원)’ 대비 265원 낮은 액수였다.
결과적으로 윤 이사는 ▲지난 1월 5차례(보통주 2만7100주) ▲지난 2월 8차례(보통주 2만9800주) ▲지난 3월 2차례(보통주 1만9100주) ▲지난달 2차례(보통주 4만3000주) 등 올해 들어 17차례에 걸쳐 11만9000주를 추가 취득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