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그룹 승계 전초기지 ‘알앤알’ 역할

후계자의 든든한 지원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성홀딩스 후계자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핵심 부서에 배치된 것도 모자라, 이사회 진입 초읽기에 접어든 분위기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부친이 보유한 지분을 어떻게 넘겨받느냐 정도뿐이다. 이마저도 오너 가족회사의 확실한 쓰임새를 감안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김의한 대성홀딩스 전무가 이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20일 대성에너지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고, 대성홀딩스와 대성창업투자 역시 오는 27일과 29일에 주주총회에서 김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쏠리는 힘

▲대성에너지 ▲대성홀딩스 ▲대성창업투자 등 3곳은 그룹에서 중요도가 남다르다. 지주회사인 대성홀딩스는 지배구조에서 중심축 역할로 부각되며, 대성에너지와 대성창업투자는 각각 에너지, 벤처캐피탈 부문을 이끄는 사업회사다.

물론 1994년생인 김 전무의 이사회 진입은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을 잇는 그룹의 유력 후계자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 회장 슬하의 자녀 넷 중 유일한 아들인 김 전무는 20대 초반에 계열회사 경영 활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 미국 법인 대성아메리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됐고, 이듬해 대성청정에너지 이사회 구성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대성홀딩스 전략기획실을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서면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양상이다.


김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이후 오너 일가가 그룹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층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오너 3세 경영체제가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가동될 수 있다고 점치기도 한다. 이 경우 김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어느 시점에 김 전무가 흡수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성홀딩스 지분 39.90%(641만9379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김 전무는 대성홀딩스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김 전무는 2017년 11월 보유 중이었던 주식 전량(258만4307주)을 정리한 이후 대성홀딩스 특수관계인 명부에서 사라졌다.

서른에 이사회 진입
부족함 메꿔주는 아군

공교롭게도 부자 간 현격한 지분 격차는 ‘알앤알’이라는 오너 가족회사를 주목해야 할 이유로 작용한다. 알앤알 활용법이 김 전무의 경영권 승계 수순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출범한 알앤알은 소규모 계열회사를 아우르는 역할이 부각되는 반면 뚜렷한 영업활동은 드러나지 않는다. 총 매출 가운데 99% 이상을 지분법 이익을 통해 올리는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2년의 경우 매출 17억원 중 용역매출로 잡힌 19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지분법 이익이었다. 

알앤알은 출범 당시만 해도 사실상 김 회장의 개인회사였다. 이 무렵에는 김 회장이 99.8%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분구조에 일대 변화가 감지된 시점은 김 전무가 대성홀딩스 주식을 정리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무는 2013년 첫째 고모 김영주 부회장과 둘째 고모 김정주 대표부터 392억원 규모의 대성홀딩스 지분 29.07%를 증여받았다. 이후 증여세 납부를 위해 13.01%를 처분했고, 나머지 지분 16.06%만 갖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11월 보유 중이었던 대성홀딩스 지분 16.06%를 알앤알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털어냈다. 대신 유상증자를 거쳐 발행한 신주를 받아 알앤알 지분 40.1%를 취득했고, 순식간에 알앤알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알앤알은 대성홀딩스 보유 지분을 기존 16.8%서 32.84%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존재감 부각

이는 곧 지배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실제로 ‘김 회장→대성홀딩스→사업회사’로 이어졌던 지배구조는 현물출자 이후 ‘김 회장·김 전무→알앤알→대성홀딩스→사업회사’ 등으로 바뀌었다. 큰 틀에서 옥상옥 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김 전무는 알앤알 주식을 보유한 이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알앤알은 김 회장 내외가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을 챙기고 있으며, 김 전무는 2019년 3월부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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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