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구본상 LIG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이후 보폭이 한층 넓어진 양상이다.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이사회 진입은 기약 없이 밀린 모양새다.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피하긴 힘들어졌다.
구본상 LIG 회장은 2012년 11월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4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획한 상태에서 투자자 1000여명에게 2151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하고 부도 처리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를 무겁게 봤고, 구 회장은 형량을 꽉 채운 2016년 10월이 돼서야 만기출소할 수 있었다.
누릴 것 누리고…
그렇다고 구 회장이 출소 직후 곧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건 아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경우 형이 종료된 날부터 5년간 취업에 제한을 두는 규칙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구 회장은 2021년 5월이 돼서야 그룹 경영 일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라면 당해 10월에 복귀가 가능했지만, 취업 승인을 받으면서 복귀 시기를 5개월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
취업 승인을 받은 직후 구 회장은 LIG넥스원 미등기임원으로 다시금 경영 행보를 밟았다. 이 무렵 경영 임원 보직을 맡게 된 그는 사업 전반을 손수 챙기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최근에는 복권이 결정되면서 경영 행보에 영향을 줄만한 걸림돌이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은 980명에 대해 설 특별사면을 단행했는데, 구 회장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경제인으로 분류됐다.
사법 리스크 끝나자…
책임 없는 광폭 행보
복권 직후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완전한 경영 참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쳤다.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낸 만큼,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LIG넥스원에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였다. 지주회사인 ㈜LIG는 상대적으로 기타비상무이사에 힘이 쏠리는 이사회 구조라는 점도 구 회장의 LIG넥스원 등기임원 복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게다가 그룹의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LIG넥스원 입장에서 구 회장의 이사회 복귀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라도 선결과제쯤으로 비춰졌다.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현 상황에서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탓에, 구 회장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의견을 내는 데 제약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세간의 예상과 달리 구 회장은 이사회 입성에 별다른 미련을 두지 않는 듯 보인다.
LIG넥스원은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익현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비롯해 기타비상무이사 및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기주총에서 구 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은 주요 의안에서 빠졌는데, 이는 곧 구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미뤄졌음을 의미한다.
물론 미등기임원으로 남더라도 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경영 참여를 계속하기로 결정된 만큼, 구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기약 없는 복귀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경영상의 책임 소재에서 갈린다. 상법상 등기임원이란 ▲대표이사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으로 등록되는 임원을 말하며, 경영상 법적 책임을 진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참여를 통해 ▲회사 중요 자산 양도 ▲대규모 자산 차입 ▲인수합병(M&A) 승인 등 중요한 경영 활동을 결정할 수 있다.
반면 미등기임원은 회사의 공식적인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등 회사의 결정에 있어서 외부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 보수가 공개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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