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조국-이낙연 엇갈린 운명

“나이스 타이밍” 안방마님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닻을 올렸다. 지지자들은 하나같이 “나이스 타이밍”을 외쳤다. 진보 진영의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여의도의 기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한다. 한차례 엇갈린 둘의 운명이 또다시 뒤집힐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조 전 장관이 “민주공화국의 가치 회복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다. 이날 당원의 만장일치로 조 전 장관이 당 대표로 추대됐다.

마침내
등판하다

조국혁신당의 상징색은 ‘트루블루’를 대표 단색으로 ‘코발트블루’와 ‘딥블루’를 함께 사용한다. 창당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트루블루는 짙은 파란색으로 신뢰와 안정감을 강조하는 색”이라며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과제인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들 삶에 안정감을 돌려 드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당 대표직 수락연설서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생살이 뜯기는 것 같았고 찔리고 베인 상처가 깊었지만 윤석열정부 집권 후 죄인이 된 심정으로 매일 성찰하고 또 성찰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제 개인의 수모와 치욕을 견뎌낼 수 있으나 피와 땀으로 지켜 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며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조 대표는 ▲감사원의 국회 이관 ▲검찰의 독점적 권한 해체 ▲교육개혁과 지역 균형발전 동시 추진 등도 약속했다.


조국혁신당은 단숨에 제3지대의 우위에 올라섰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비례대표 투표 의향’ 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5%를 기록했다. 개혁신당은 4%, 새로운미래는 2%로 집계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율서도 조국혁신당은 4%로 3위를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2%, 새로운미래는 1%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달 조 대표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당시 민주당에서는 썩 달가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공동대표가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것만으로도 민주당에게 충분히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절정에 달할 때 등장했다. ‘이재명 사당화’ ‘이재명의 민주당’이란 비판이 불거지면서 이낙연 공동대표의 신당은 야권 지지자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 과정서 민주당 이탈표가 다수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시됐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조국 신당’
단숨에 3위…제3지대 의문의 1패

하지만 민주당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도·진보를 끌어안을 목적으로 출범한 새로운미래가 방향을 잃고 흔들린 탓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평이 나오면서다.

앞서 새로운미래는 지난 설 연휴 직전,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합당 절차를 밟았지만 11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과의 합당이 실패로 돌아서자 이낙연 공동대표는 ‘진짜 민주당’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자랑스러웠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합당으로 인한 리스크를 빠르게 털어내고 야권 지지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공동대표가 너무 먼 길을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당을 뛰쳐나가 별안간 이준석 대표와 손을 잡더니 2주도 안 돼 갈라섰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이 대체 뭐라고 생각했겠는가”라며 “사회서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선택은 아니다. 혁신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이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민주 세력의 기반으로 불리는 호남서 적잖은 반감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같은 시기에 후발주자로 나선 조국혁신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평이 나온다.

이낙연 공동대표의 견고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공천 파동의 여파로 탈당을 결심한 현역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파동의 중심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었다. 친문(친 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거취에 양당의 희비가 엇갈릴 예정이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구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거듭 강조해 온 “윤정부 탄생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는 측면이 고려된 희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너진
기대감

이낙연 공동대표는 컷오프된 임 전 실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면 그를 구심점으로 비명(비 이재명)이 모여 ‘민주정신 회복’을 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BS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임 전 실장과 어젯밤 짧게 통화했다. 많이 속상했을 텐데 참 대단하신 분”이라며 “모멸감을 많이 느꼈을 텐데 용케 참고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공천 배제된 것에 관해서는 “확실히 이재명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예고됐던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까지 임 전 실장과 만남을 가졌다. 임 전 실장도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탈당으로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모든 예상을 뒤엎고 임 전 실장은 당에 잔류하기로 했다. 정치권 이야기를 종합하면, 임 전 실장은 전날 저녁만 하더라도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하룻밤 사이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낙연 공동대표가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간의 관심이 임 전 실장의 선택에 쏠렸던 만큼 타격도 상당했던 탓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광주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동안 이낙연 공동대표는 줄곧 불출마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도 지역구 출마 요청이 쇄도하자 숙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4일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에 앞서 “광주·전남의 많은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주의자인 저로 인해 일하는 과정서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사과하고, 2021년 국민통합을 위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해보겠다고 부적절하게 거론했던 일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후보 경선서 실패하고 후보보다 더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패배해 죄송하다”며 “특히 제가 민주당을 나와 당원들께 걱정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윤정부를 견제하고 심판하려면 야당이 잘해야 하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도덕적·법적 문제에 발목 잡혀 당당하게 정부 심판론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정신을 되찾고 민주당이 못하는 정권 심판과 교체를 해야 한다”며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로 한풀 꺾였던 새로운미래에 지난 7일 설훈·홍영표 의원이 합류해 ‘민주 연대’를 구축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의 표를 얻기에는 조국혁신당이 우세한 위치에 있다는 평이 나온다.

새로운미래는 ‘거대 양당 타파’를 기치로 내건 반면 조국혁신당은 ‘윤정부 심판론’이라는 선명성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당부터?
딜레마

이번 총선서 정당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으로 찍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에 탄력을 받은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 승리 전략으로 ‘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해 달라는 교차 투표를 표어로 내세웠다.

당초 10석이었던 목표 의석을 12석으로 늘리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여의도를 향하던 이낙연 공동대표와 조 대표의 운명이 갈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가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푸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의석이 늘어나면 반대로 민주연합의 비례 의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핵심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도 민주당이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일 국회서 성사됐다.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한목소리로 현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며 “윤정부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서 윤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 또한 “민주당이 의지는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며 “‘검찰 독재 조기종식’ ‘김건희씨를 법정으로’ 등 캠페인을 통해 범민주진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넓은 중원으로 나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실망한 중도 표와 합리적 보수표까지 끌어오고 전국 지역구에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길 빈다”며 “저희는 당의 비전과 정책을 알림과 동시에 투표 독려 운동을 강하게 전개하겠다. 이렇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 발언이 끝난 뒤 두 대표는 10분가량 비공개로 회동했다. 이날 자리에 배석한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4월10일 총선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승리가 절실하다는 말씀을 나눴다”며 “두 당이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파란’ 민주당 가리기 싸움
총선 후 그려질 관계도 주목

이어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윤정부를 심판하는 총선서 연대하고 협력해 승리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께서 말씀하셨다”며 “이에 조국 대표는 ‘학익진처럼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로 출마해 ‘범야권 투표’를 독려하곘다는 게 조국혁신당의 계획이다.

다만 두 대변인 모두 선거와 관련해 지역구 연대 등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느슨한 연대’가 이뤄졌다고 내다봤다.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조국혁신당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의 강’을 또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게다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조 대표가 2심서 실형이 나오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덩달아 불거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총선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에 관해 “이론적으로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 모두 사법 리스크가 있어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게 된다”며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재명 대표는 자기 세력 구축에 힘쓰고 있는데, 유력 대선후보(조국 대표)와 손을 잡는 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국 심판론’ 여론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조국혁신당은 초기 진압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칼을 겨눌 대상은 조 대표가 아닌 윤정부라는 것이다.

신 대변인은 한 라디오서 “지금 사과 한 알이 1만원인데 (물가 문제는)조국 때문인가?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도 조국이 했는가?”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건너야 할 강은 조국의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의 회동 가능성은 미지수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혁신당 출범 전후)두 대표가 만남을 가진 적은 없다”며 “따로 소통하는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찐’ 민주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미래와 개혁신당 모두 창당 직후에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이들 또한 기득권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 교수는 ‘진짜 민주당’ 가리기에 나선 이낙연 공동대표와 조 대표의 파급력을 비교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느 한쪽의 파급력을 논하기 보다는 팬덤의 문제”라며 “이낙연 공동대표는 조 대표에 비해 팬덤이 약하다. 조국혁신당이 비례 6석 정도 얻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법리스크 강타 시동 거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시에 조준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사람의 회동을 놓고 “단순한 선거 연대를 넘어 방탄 동맹”이라며 “민주당과 야권의 잘못된 선거 야합을 국민들께서 총선 때 반드시 심판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윤 원내대표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과 반국가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 국회에 입성하면 헌정사에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받는 조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1호 영입인사이자 대변인인 신장식 변호사의 음주·무면허 전과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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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