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의료 대란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26 11:33:26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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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사 버렸고 의사는 환자 버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로, 의사가 지켜야 하는 윤리를 말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이 선서를 낭독하고 의사가 되지만, 이를 기억하는 의사는 사라졌고, 갈 곳 잃은 환자만 남았다. 

지난 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서 19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풀고, 2025년까지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되어,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강
피해는… 

이날 조 장관은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도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26일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 역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는 등 현장 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

또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 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민생토론회서 ▲의료 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지금이 의료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위기의식 아래 다양한 분야서의 개혁 과제를 발굴해 정진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정부와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고 그 여파로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 7813명이 병원을 떠났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8816명에 달했다.

그 결과 병원이 마비됐다. 그 여파로 피해를 받는 것은 국민이다. 응급환자가 아니면 아무리 중증환자라도 병원에 갈 수 없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A씨는 “병원서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대학병원으로 응급 이송돼 뇌출혈 증상 진단을 받고 입원한 뒤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다시 치료를 받으러 간 대학병원은 A씨에게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 다른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

급한 마음으로 또 다른 대학병원으로 갔더니, 병원은 A씨에게 “응급환자가 아니라서 치료 날짜를 바로 잡지 못한다. 집에서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고 전했다.

뇌 손상은 빨리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A씨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있다. A씨 가족이 “‘입원해 수술 날짜를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병원 측은 ‘수술 환자가 아니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80세 B씨는 지난 7일 전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B씨가 이송된 지역 2차 병원 측은 그가 나이가 많은 데다 후두암, 심근경색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3차 병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19년 만에 2000명 증원한다고…
줄줄이 사직서 던지는 전공의들

이후 B씨의 딸이 아버지의 수술을 위해 서울대·한양대·경희대 등 대학병원에 문의했으나 “응급실에 전공의가 없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딸은 요양병원까지 알아봤으나, 수술이 끝난 후 뼈가 붙은 상태의 환자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B씨 가족이 찾은 병원은 군 병원이다. B씨는 “오늘 아침에 TV 뉴스를 보는데, 군 병원이 환자를 받는다고 해서 (수도병원에)전화했다. 수도병원에선 ‘알아보겠다’고 말하더니 곧 ‘바로 오라’고 전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B씨 딸은 “그 전에 통화한 대학병원에선 아버지가 연세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고만 말했는데, 여기선 만나자마자 ‘무조건 수술하겠다’고 말해주니 안도감이 들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고 밝혔다.

혈액암을 앓는 두 살된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C씨는 “당장 수술이나 치료가 밀린 건 없다. 그런데 의료 파업이 몇 주 동안 지속하면 수술이나 치료가 지체될까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과 난치 질환자들은 치료 기간이 밀리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 항암 치료에는 순서가 있는데 치료가 늦어지면 전이 위험도 있고,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등 전공의 외 다른 의사들은 업무시간을 최대한 조정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실제 사직서를 낸 인원과 업무를 중단하는 인원의 수가 다를 가능성도 있기에 상황을 보고 세부 대응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소속 한 교수는 “지난 13일만 해도 이런 파업 얘기는 전혀 몰랐다. 환자들께 위해를 가하려고 한 게 전혀 아닌데 급작스레 이렇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 전공의 없이 가능한 수술을 수행하고 인력, 일정 등을 조율하면서 다들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대표들이 모여 긴급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총회에는 박단 대전협 회장을 포함해 150여명의 전공의가 참석했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뿐만 아니라 일반 전공의 10여명도 모니터링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학병원
사실상 스톱

대전협은 의협 대강당 벽면에 “의대 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한다” “비과학적 수요조사 즉각 폐기” 등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걸려 있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진료 유지 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현재의 의료행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하면 의원급 재진만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일시적으로 전면 허용하고, 공공병원도 일반환자들에게 개방하는 의료공백 장기화 대책까지 꺼내 들었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대응하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또 2000명 증원 방침에 타협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등에 법적 대응을 경고한 상황서 이날 경찰청이 사태 주도자에 대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일각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되는 데 대해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의 관점서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없이 위중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발언은 용산 대통령실서 참모진으로부터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돌입 등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나왔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벌어져도 2~3주가량은 해당 병원 소속 교수나 전임의, 입원이나 중환자실 전담의 등 전공의 외 인력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의료진 피로도 증가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군의관이나 공보의 등을 전격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하게 다스린다는 방침을 여러 번 재확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경찰 출석에 불응하는 의료인에게는 체포영장, 주동자는 검찰과 협의를 통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수사는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고발장이 접수되는 그날 즉시 문자메시지나 등기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낼 것”이라며 “출석 일자도 2~3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출석하지 않으면 소재 수사를 포함해 제대로 출석요구서가 전달됐는지, 출석 의사가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불출석 의사가 확인되면 이른 시일 안에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은 그보다 강한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공백은
누가 메꾸나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의료공백은 누가 메꾸고 있는 것일까? 바로 간호사다.

지난 20일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 신규 입원환자를 받지 않고, 환자의 퇴원 일정을 앞당기는 등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연대본부는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간호사에게 메우게 하는 등 ‘불법 의료’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해 불법 의료를 조장하고 있고,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요구하며 근무 시간 변경동의서를 받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은 전가된 책임을 ‘울며 겨자 먹기’로 안고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한 병동은 ‘재원 환자 0명’으로 병상을 비운 상태고, 환자가 줄어든 병동의 간호 인력에 연차 사용을 권하는 등 긴급한 스케줄 조정까지 종용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전공의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7월 부산대병원 의사들이 간호사들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던 대자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부산대학교 병원에는 ‘부산대학교병원의 동료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원내 곳곳에 붙이며 간호사의 복귀를 촉구했던 바 있다.

간호사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고, 부산대병원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파업을 벌일 때였다. 당시 대자보에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함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수많은 환자분이 수술, 시술 및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우리 부산대학교 병원은 동남권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선천성 기형, 암, 희소 질환 등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의 희망이다.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시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갈 데까지 가 버린 파업 사태
치료도 못 받고 ‘발만 동동’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 같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꼴’ ‘의사라면 국민의 생명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 반응을 보였다.

외국에선 의대 정원 확대를 해도 조용하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파업을 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4만3000여명 가량 의사를 증원해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의사들의 반발은 없다. 우선 우리와는 다르게 ‘지역 정원제’를 실시한다. 지역 정원제란 지방 거주 고등학생이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지역 의대에 진학하고, 해당 지역의료기관서 의무적으로 9년 이상 근무하는 제도다. 

지역 정원제와 관련한 일반 의사들의 불만도 없다. 지역 정원제를 일반 의사와는 다른 트랙으로 선발하고 입학 합격점도 더 낮기 때문이다. 만약 결혼 및 개인 사정 등의 이유로 의무 근무지를 이탈하는 경우 전문의 자격 부여 금지, 정부 보조금 삭감 등의 패널티를 발 빠르게 부여한다.

독일은 의대 입학 정원을 연 5000명씩 늘리기로 했다. 이에 독일 최대 의사 노동조합 ‘마부르크분트’는 오히려 의대 정원 증가를 위해 정부가 당장 움직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사가 늘어나면 진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독일은 대학병원이나 지역 공공병원 의사들은 진료과와 관계없이 단체협약을 통해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치료비 적용을 받는 과(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그렇지 않은 과(성형외과, 안과, 피부과)가 나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개원의도 건강보험 환자를 받는 경우, 최대 진료 횟수가 정해져 있어 수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의사 수가 늘어나도 임금이나 수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30대 중반 전문의가 받는 연봉 수준을 공개하면서 의료 대란 해결책에 대해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된다”고 제안했다.

누가 이기나
결국은 ‘돈’

김 교수는 “2019년에 2억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월급 의사 연봉이 최근에 3억~4억원까지 올랐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서 전공의들이 80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대학병원은 PA라는 간호사 위주의 진료 보조 인력만 2만명이다.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의대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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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