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정부 출구전략

대통령이 굽혀야 끝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의료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환자와 일부 의료진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붕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지 한 달이 흘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을 내년도 입시부터 2000명 증원해 총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년 만에
격한 진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의 배경으로 의료 취약 지구 의사 인력 증원, 급격한 고령화 등을 들었다. 2035년까지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에 배출되기 시작해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된다는 계산이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변동이 없었다. 2020년 문재인정부서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윤석열정부는 문정부 당시와 비교해 의대 정원을 5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전공의 사직, 의대생 동맹 휴학 등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기준 1만명에 가까운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10명 가운데 8명 수준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보건복지부가 주요 99개 수련병원에 대한 서면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소속 전공의의 72.7%인 893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의과대학생의 휴학 신청이 1만3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19일 1133명, 20일 7620명, 21일 3025명, 22일 49명, 주말인 23~25일 847명 등 26일까지 누적 1만3189명이 휴학계를 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1만8793명)의 70.2% 수준이다. 

윤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정부 때 의료계 총파업에 굴복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로 의료공백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문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윤정부는 ‘사법 조치’라는 강력 대응 카드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동력을 얻었다. 실제 조 장관은 “19년이라는 오랜 기간 완수되지 못한 과제를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국민의 높은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두고 평행선
정부 2000명 증원 의지 확인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현장 복귀 시한을 정해주고 그 이후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등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비대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16일 브리핑서 “10명이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기계적인 법 집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또 인턴서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신규 계약자와 레지던트 1년 계약자를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도 내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는데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막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일부 전공의가 버티면서 의료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현장에는 전공의 집단사직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전공의의 80% 이상이 병원을 떠나면서 남아 있는 일부 의사에 모든 일이 집중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 과정서 응급실 과부하로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발생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전국 수련병원 간호사가 의사 업무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사전협의를 통해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의료 대란
환자 피해

의사의 집단행동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간호사로 메꾸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해 그 피해는 환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두고 갈등을 빚는 동안 가운데 낀 환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정부나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한때 법조인 전성시대가 이제 한물간 시대가 됐듯이 앞으로 의사들도 똑같아질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변호사 수 늘리듯이 순차적 증원으로 서로 타협했으면 한다. 정책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협”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나라는 주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소통을 정례화해 달라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다”면서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에 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멈추고 전공의 복귀와 함께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대화 창구를 열어 두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지난달 27일 “의료계에 다시 한번 대화를 제안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의료계가)집단행동을 접고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즉시 화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병원의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인내하며 견뎌 온 전공의 여러분의 그 시간을 깊이 공감한다”며 “더 좋은 환경서 일하고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의사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강경 기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발언이다. 

회유책 두고
최후 통첩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특례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는 또 다른 회유책을 내놨다. 해당 법안은 필수의료 분야서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보험에 가입한다면 의료인의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의도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직접 배상 책임 완화는 의료계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정부나 의료계 일부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협상 테이블이 열리거나 결론이 나기까지는 장기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료계서 굽힐 가능성은 낮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갈 길은 먼 상태다. 일단 대통령실은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실은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으로 의료계서 의견을 모아 제안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재 대형병원, 중소병원,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 구성원의 입장이 전부 다른 상태다. A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은 게릴라 식이다. 특정 집단의 통솔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이야기하면서도
타협까진 갈 길 멀어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요청하고 필수의료 관련 법안 제정을 언급하면서도 확대 정원에 대해서는 물러나지 않고 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부 증원 찬성 의사들 사이서 나오는 수백명 규모와 비교할 때 4배 정도 많은 수치다. 

윤 대통령은 “의료는 복지의 핵심으로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서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은 국민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 36조3항도 언급했다.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그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반면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는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정원 규모가 35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진행한 정기총회서 나온 수치다. KAMC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전부터 적정 증원 규모는 35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밝혀왔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1명과 비슷한 정도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350~500명 증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의대 소속 교수 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이 중 110명(55%)이 증원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찬성한다고 답한 교수에게 증원 규모를 물었는데 500명(24.9%)이 가장 많았고 350명이 42명(20.9%)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세우는 2000명은 8명(4%)에 그쳤다. 

2000대500
4배 차이 나

정원 확대와 유지, 증원 규모, 요구사항 등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말 그대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법적 대응과 집회 카드를 만지작대는 중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의료계 이슈를 마무리할 최후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윤 대통령은 “타협은 없다”면서 한층 수위 높은 발언으로 의료계를 압박했다. 정부의 승부수가 총선용 꽃놀이패일지, 의료개혁의 신호탄일지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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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