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정부 출구전략

대통령이 굽혀야 끝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의료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환자와 일부 의료진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붕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지 한 달이 흘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을 내년도 입시부터 2000명 증원해 총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년 만에
격한 진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의 배경으로 의료 취약 지구 의사 인력 증원, 급격한 고령화 등을 들었다. 2035년까지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에 배출되기 시작해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된다는 계산이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변동이 없었다. 2020년 문재인정부서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윤석열정부는 문정부 당시와 비교해 의대 정원을 5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전공의 사직, 의대생 동맹 휴학 등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기준 1만명에 가까운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10명 가운데 8명 수준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보건복지부가 주요 99개 수련병원에 대한 서면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소속 전공의의 72.7%인 893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의과대학생의 휴학 신청이 1만3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19일 1133명, 20일 7620명, 21일 3025명, 22일 49명, 주말인 23~25일 847명 등 26일까지 누적 1만3189명이 휴학계를 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1만8793명)의 70.2% 수준이다. 

윤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정부 때 의료계 총파업에 굴복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로 의료공백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문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윤정부는 ‘사법 조치’라는 강력 대응 카드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동력을 얻었다. 실제 조 장관은 “19년이라는 오랜 기간 완수되지 못한 과제를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국민의 높은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두고 평행선
정부 2000명 증원 의지 확인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현장 복귀 시한을 정해주고 그 이후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등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비대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16일 브리핑서 “10명이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기계적인 법 집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또 인턴서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신규 계약자와 레지던트 1년 계약자를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도 내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는데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막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일부 전공의가 버티면서 의료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현장에는 전공의 집단사직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전공의의 80% 이상이 병원을 떠나면서 남아 있는 일부 의사에 모든 일이 집중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 과정서 응급실 과부하로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발생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전국 수련병원 간호사가 의사 업무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사전협의를 통해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의료 대란
환자 피해

의사의 집단행동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간호사로 메꾸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해 그 피해는 환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두고 갈등을 빚는 동안 가운데 낀 환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정부나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한때 법조인 전성시대가 이제 한물간 시대가 됐듯이 앞으로 의사들도 똑같아질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변호사 수 늘리듯이 순차적 증원으로 서로 타협했으면 한다. 정책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협”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나라는 주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소통을 정례화해 달라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다”면서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에 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멈추고 전공의 복귀와 함께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대화 창구를 열어 두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지난달 27일 “의료계에 다시 한번 대화를 제안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의료계가)집단행동을 접고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즉시 화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병원의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인내하며 견뎌 온 전공의 여러분의 그 시간을 깊이 공감한다”며 “더 좋은 환경서 일하고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의사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강경 기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발언이다. 

회유책 두고
최후 통첩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특례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는 또 다른 회유책을 내놨다. 해당 법안은 필수의료 분야서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보험에 가입한다면 의료인의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의도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직접 배상 책임 완화는 의료계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정부나 의료계 일부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협상 테이블이 열리거나 결론이 나기까지는 장기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료계서 굽힐 가능성은 낮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갈 길은 먼 상태다. 일단 대통령실은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실은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으로 의료계서 의견을 모아 제안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재 대형병원, 중소병원,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 구성원의 입장이 전부 다른 상태다. A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은 게릴라 식이다. 특정 집단의 통솔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이야기하면서도
타협까진 갈 길 멀어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요청하고 필수의료 관련 법안 제정을 언급하면서도 확대 정원에 대해서는 물러나지 않고 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부 증원 찬성 의사들 사이서 나오는 수백명 규모와 비교할 때 4배 정도 많은 수치다. 

윤 대통령은 “의료는 복지의 핵심으로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서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은 국민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 36조3항도 언급했다.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그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반면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는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정원 규모가 35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진행한 정기총회서 나온 수치다. KAMC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전부터 적정 증원 규모는 35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밝혀왔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1명과 비슷한 정도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350~500명 증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의대 소속 교수 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이 중 110명(55%)이 증원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찬성한다고 답한 교수에게 증원 규모를 물었는데 500명(24.9%)이 가장 많았고 350명이 42명(20.9%)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세우는 2000명은 8명(4%)에 그쳤다. 

2000대500
4배 차이 나

정원 확대와 유지, 증원 규모, 요구사항 등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말 그대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법적 대응과 집회 카드를 만지작대는 중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의료계 이슈를 마무리할 최후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윤 대통령은 “타협은 없다”면서 한층 수위 높은 발언으로 의료계를 압박했다. 정부의 승부수가 총선용 꽃놀이패일지, 의료개혁의 신호탄일지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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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