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지방의대 교수에게 듣다

“진단도 처방도 전부 잘못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국민 여론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의료계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일요시사>가 장기간 응급의료 정책에 관여해 온 지방의대 A 교수에게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윤석열정부가 던진 공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가 19년간 변동이 없었던 3058명의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공의 사직, 동맹 휴학 등의 방법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한 의료계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정부는 각자 원하는 바를 말하기에 바쁘다.

윤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일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정부 쪽에 쏠려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이른바 ‘대통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지방의대 A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현 상황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문제에 대한 진단도 해결책도 전부 엉터리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누르고 의료계가 눌리는 식의 시스템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쌓인 문제가 이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선을 50여일 앞둔 상황서 정부가 의료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정부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사건을 덮기 위한 불쏘시개로 의료계 이슈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정부 등 3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A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까지 나선 상태다. 이 사안은 단순하게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 하고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배경과 역사를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듯이 이번 일에서도 그 이면을 봐야 한다. 

-이번 사안의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첫째로 윤석열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가 부각되자 이를 덮기 위한 방편으로 의료계 이슈를 끌고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둘째는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실 등에 포진해 있는 이른바 ‘좌파 카르텔’에 윤정부가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지?

▲원래 의사 집단은 ‘콩가루 집안’이다. 서로 잘났다면서 제대로 뭉치질 않는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서울과 지방, 대형병원과 동네병원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낸 사건이 있다. 올해 초에 일어난 ‘이재명 전원 사건’이다. 그때 모든 의사가 나서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게 이번 사건의 전조 증상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윤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내세우는 배경이 응급의료체계와 지방의료 붕괴·필수의료과 기피다. 의사 수를 늘리면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진단이 잘못됐다. 문제는 모든 환자가 서울로 몰린다는 데 있다. 이재명 사건은 이런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래서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한 것이다.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의사들이 드러낸 시대정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윤석열정부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윤정부는 다른 나라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각 나라의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내세운 단순 수치 비교에 불과하다. 의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분석이 아예 없는 셈이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 시스템의 수정이 선행됐어야 한다. 

“원래 의사 집단은 ‘콩가루 집안’
이재명 부산 전원 때 뭉치기 시작”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 의사들은 개인 자영업자라고 보면 된다. 물건을 사기 위해 고객이 가게를 찾듯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환자가 찾아오는 구조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의사가 환자가 가야 할 병원을 지정해 준다. 정부와 계약관계에 있는 일종의 공무원 개념이다. 자영업자는 경쟁상대가 늘수록 힘들어진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의사를 자영업자로 만들었다.

-현재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계 이슈는 세팅부터 잘못된 부분이 있다. 의사와 병원, 국민과 환자, 그리고 정부와 보험사 등 삼각편대가 굉장히 견고하다. 여기서 가장 죽일 놈이 바로 의사다. 협업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제 의료수가를 정하는 주체는 정부, 보건복지부다.

그런데 수가를 올린다고 했을 때 누가 싫어할까? 의사를 제외한 모두다. 이 과정서 필수의료과 수가가 고정돼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서 자영업자가 돈을 벌지 못하는데 왜 그걸 하고 있나? 그러니 의사들이 미용 이런 쪽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

▲의사와 환자, 정부가 각각 원하는 부분이 있다. 의사는 돈을 벌고 싶고 환자는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원한다. 정부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으려 든다. 이 과정서 가장 중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듯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 때 가장 최적의 결과가 나온다. 이때 그 이기심을 조율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언론을 이용해 의사를 악마화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의사들이 자초한 부분도 있지 않나?


▲물론 의사도 문제가 많다. 제대로 된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럼에도 지금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윤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의료계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필수의료과 수가를 높이고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소아과 ‘오픈런’이 왜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사들이 법정 공방에 휘말리면서 소아과가 시쳇말로 작살났다. 

-윤석열정부는 ‘의사 면허 박탈’ 등 강경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데.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지.


▲적어도 의사 집단이 굽힐 가능성은 적다. 정부가 굽히지 않는 이상 이 사태는 계속 갈 것이라고 본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숫자는 보건복지부가 거론한 수치를 크게 초과했다. 의료계의 반발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일사불란한 대응 또한 2000명이라는 숫자의 결정자가 권력의 보다 상층부였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안이 해결되려면 양측 결정권자의 추인이 있어야만 유효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지.

▲과거 정부는 필수의료과 수가를 올려주는 대신 비급여 부분을 눈감아줬다. 의료수가는 올려주지 못하니 알아서 챙겨 먹으라는 식으로 군 것이다. 하지만 윤정부는 이 비급여 부분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중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 영리병원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윤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정책은 의료민영화로 가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다만 민영화 정도는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 입장에서는 크게 겁먹을 일은 아니다.

<jsaj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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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