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전쟁 할 결심인가? 말 폭탄인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한국 편입’?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해 진단해 왔다. 한때 미국에 많았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누가 내쫓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어디론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북·미 대결 관계가 오래 지속된 탓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권위자가 핵 문제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와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이다.

두 북한 전문가는 지난 1월8일 북한 전문 온라인 매체인 <38 노스>의 기고문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의 할아버지가 1950년에 그랬듯 전쟁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한반도 상황을 진단했다. 전쟁이 임박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한국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남북한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이 알려진 1990년대 중반,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론이 미국 조야를 물들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선제 공격론을 주창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을 한반도서 긴장 조성과 전쟁 발발을 일으키는 세력이라고 비판해 왔다. 북한 역시 선전포고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거친 발언을 주저함 없이 해왔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를 자위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면역력’이 생긴 뒤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적 발언을 ‘말 폭탄’으로 치부했다.


대결로 점철된 분단 70년 역사에는 화해를 위한 남북협력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주먹은 가깝고 화해 성과는 더디게 나타난다. 화해를 위해 쌓은 노력은 말 폭탄 앞에서 한순간에 잿더미가 돼버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같은 인식에 따라 “한반도서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핵폭탄급 말 폭탄을 터뜨렸다.

말 폭탄 위력이 핵폭탄급으로 강화됐다는 것 이외에도 또 다른 점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북한이 이른바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을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협상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황을 최대한 악화시키는 전술이다.

이후 극적으로 반전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것은 실제로 북한이 보여주는 협상 행태서 수시로 드러났다.

‘벼랑 끝 협상’의 원조는 미국 아이젠하워 정부의 덜레스 국무장관이다. 덜레스 장관은 “전쟁 직전인 벼랑까지 이르는 능력은 전쟁에 가지 않는 데 필요한 기술이다. 전쟁을 피하려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서 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벼랑 끝 전술의 원조인 미국을 향해 북한은 이 방법을 써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가지 않았던 더 높고 더 깊은 벼랑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말 폭탄이 말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군사 정찰위성까지 발사했다.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이어 앞으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성능을 향상해 보란 듯이 국제사회에 과시할 것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김 위원장이 한반도서 ‘전쟁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진단해도 무리라고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속내가 꼭 이런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전쟁하기로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그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쟁을 피하려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서 지게 된다”는 덜레스의 말을 충실히, 아니 과감하게 따르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김 위원장은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물리적 충돌에 의한 확전으로 전쟁이 발발할 위험은 현저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김 위원장의 사고를 구성하는 1차적 요인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인식에 따라 김 위원장은 매우 위험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튀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해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 자체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폭약의 심지에 불을 붙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피하지 않는 모험을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그의 결심과 무관하게 군사적 긴장 고조로 언제든지 우발적 충돌은 일어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로 간주한다”는 대목이다.

한반도는 동북아 화약고이고, 그 화약고의 심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제기한 뒤 남북은 NLL이라는 화약고 심지에 불이 붙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북한은 지금까지 NLL을 부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심지어 지난 1월 초, 북한이 사흘 동안 서해 포사격 때도 포탄은 NLL을 넘지 않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김 위원장은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서해5도 일대가 머지않아 교전지대로 들어갈 수 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심각한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서해 NLL 일대서 남북간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확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김 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해서 일어날 가능성보다는, 남북 사이 우발적인 충돌을 예방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금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목표는 경제와 국방의 자력갱생이다. 이를 위한 수단은 정면돌파다. 2021년 노동당 제8차 당 대회서 경제발전과 국방 건설에 대한 목표를 설정했었다. 오는 2026년 1월 북한은 노동당 제9차 당 대회를 개최한다.


제9차 당 대회에서는 국방 분야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의 국가적 지위를 새롭게 설정할 것이다. 이때까지 북한은 대남 강경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북한의 정책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북한에 손을 내밀 것이고, 북한도 이에 응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국가적 지위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와 다르다면서 파격적인 요구를 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의제조차 조율하기 어려운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은 또 2027년 한국 대선 때까지 현 정부의 공격적 대북 정책을 빌미로 한국을 강력하게 압박할 것이다.

결국 북·미 관계나 북·일 관계와 같이 주변 정세에 변화가 생겨도,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작금의 윤석열정부는 남북한 충돌을 방지하는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윤정부는 ‘힘만 쓰는 평화’에 매달리고 있고, 다른 수단을 구사할 의지와 능력이 없어 보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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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