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급발진 전문’ 자동차 명장의 두 얼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23 11:29:01
  • 호수 1476호
  • 댓글 4개

자기 이름 팔아 투자금 ‘꿀꺽’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유명 자동차 명장 A씨가 허위광고, 투자금 횡령 등으로 자동차 업계에 오명을 새기고 있다. ‘대한민국 자동차 명장’으로 알려진 그는 급발진 사고를 판독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다 어느새 명장의 품격은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A씨는 실효성이 불투명한 자동차 제품을 홍보해주겠다며 수억원대의 광고비를 챙기기도 했다.

A씨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곳곳서 터져 나왔다. 그는 2020년 말 사업가 B씨에게 “불에 타지 않는 워셔액을 개발해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에탄올 워셔액은 자동차 사고 발생 시 화재를 키우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기에 대체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앞서 2017년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워셔액에 불이 붙으면 안 되는데 너무 잘 붙는다”며 에탄올 워셔액 일부 제품이 화재에 취약하다고 비판했던 바 있다.

‘노파이어’
감감무소식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불이 붙지 않는 워셔액인 이른바, ‘노파이어 워셔액’을 개발 중이다. A씨 측이 성능 실험 중인 ‘노파이어 워셔액’은 영하 25도서 얼지 않아야 하는 허가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더러, 불이 붙으면서 생산화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그러나 A씨는 지인들에게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노파이어 워셔액’ 등으로 사업을 하자며 투자금을 유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8월경 A씨는 동업자 B씨에게 “국토교통부서 좋은 제품이 있으면 법안을 개정해 사용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그는 “불이 붙지 않는 워셔액, 자동차 엔진오일 첨가제, 미션 오일 첨가제 등을 판매하는 유통회사를 설립하자”고 말했다.


A씨는 사업자금 유치를 위해 “손해에 따른 피해액은 책임지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서약서를 쓰기도 했다. 이를 받아들인 B씨는 지인 두 명에게 각각 1억원씩을 받았다. 투자유치 끝에 사무실 건축비 등을 포함해 15억6500만원가량을 투자받은 A씨는 2020년 8월경 ㈜카로마니를 설립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투자유치 당시 약속했던 워셔액 홍보를 단 1회도 하지 않았다. A씨는 자동차 명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며 투자자들과 광고 협약 계약도 체결했다. 불이 붙고, 추우면 얼어버리는 ‘노파이어 워셔액’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홍보할 제품조차 없던 것이다.

그러다 설립 1년 만에 A씨가 투자금 일부를 횡령한 사실 등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2021년 4월경 A씨는 경영진의 승인 없이 수천만원의 공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양산 실패와 자잿값 미결제 등 5억원 이상의 채무가 발생하면서 ㈜카로마니는 지난 1월23일 파산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아직도 A씨에게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불 붙지 않는 워셔액? 투자금만 낭비
실험 결과, 불 붙고 꽁꽁 어는 워셔액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카로마니 계좌에 연결된 법인체크카드를 보관하던 중, 2020년 9월15일경 부하 직원에게 전달해 현금 300만원을 인출해 오라고 했다. A씨는 이 돈을 자신이 매입한 토지 잔금의 이자로 지급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2020년 10월23일까지 총 5회에 걸쳐 3870만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혐의가 인정되면서 2022년 6월2일 인천지방법원은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앞서 그해 3월17일 ㈜카로마니 대표 B씨는 A씨와 회사 통장관리를 총괄하는 이사 등에 대해 공금유용 혐의로 인천논현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는 고소장을 통해 “자동차 명장 A씨와 이사 C씨는 회사의 지출결의 및 이사결의 등 회사의 공금 사용에 대한 승인을 받지 않고 3870만원을 임의로 출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명장 A씨는 회사의 공적 업무와 무관하게 인출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개인적으로 회사의 돈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그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게 아니고 연구개발비로 지출한 것”이라며 “경찰에 해명자료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현재 A씨와 C씨는 인천서 차량기술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불이 붙지 않는 워셔액은 아직 연구 중”이라며 “불이 붙긴 하지만 금방 꺼지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적어 효과가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A씨의 몰지각한 행위는 다양한 곳에서 일어났다. 그는 요소수 충전소를 운영하는 지인 D씨에게 수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한 뒤 “가게를 홍보해주겠다”며 광고 계약을 제안했다. D씨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초부터 1700만원, 39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계약 불이행
‘명장 훼손’

그러나 A씨는 한 푼도 갚지 않은 채 “돈을 갚을 여력이 안되니, 내 얼굴이 들어간 간판을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D씨는 A씨의 사진이 들어간 ‘A 명장의 요소수 충전소’라는 간판을 사용하기 위해 2021년 5월13일 A씨의 인천 사무실서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D씨는 2021년 6월부터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요소수 충전소에 A씨의 사진과 이름을 걸고 영업을 재개했다. 

이후 A씨는 D씨의 경쟁업체와 간판 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영업에 피해도 입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2022년 9월경, 성주군서 요소수를 생산하는 사업자 E씨는 D씨를 찾아와 ‘A 명장의 요소수’ 상표 사용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2022년 12월부터 D씨에게 매출 3%를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E씨는 약 20만원 정도를 2개월만 지급하고 지급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E씨는 요소수 충전소가 아닌 요소수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유통업자였다. E씨는 ‘A 명장 요소수’를 인터넷 쇼핑몰서 팔았고, 주유소에 전단지 광고를 배포하는 등 A씨의 유명세를 활용해 매출을 올렸다.

이후 지난해 4월경, E씨는 A씨와 별도의 상표계약을 체결하고 요소수 충전소를 개업했다. 문제는 E씨가 개업한 ‘A 명장의 요소수 충전소’가 D씨의 충전소와 불과 400m 거리였다는 점이다. 


내연녀에 
이별 선물?

결과적으로 E씨는 D씨의 충전소와 같은 차선과 방향에 같은 이름으로 업장을 세우고, 가격마저 D씨와 동일한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D씨는 “A씨와 E씨로 인한 영업권 침해, 손실, 이중계약에 대한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D씨와의 채무 관계를 묻자 A씨는 “내가 재산이 100억이 넘는데 고작 몇 천만원이 없어서 손을 벌리겠냐”며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A씨의 어지러운 ‘돈 문제’는 언론에 보도될 만큼 유명하다. 그는 과거 내연녀에게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다”며 허위 사실로 형사 고소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17년 11월13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기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해당 사건은 <연합뉴스> 등에 보도돼 이목을 끌었다.

A씨는 2016년 9월8일 자신의 자동차 정비 사무실서 내연녀가 1000만원을 빌렸는데 갚지 않는다는 내용의 허위고소장을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A씨는 2015년 4월부터 내연녀와 오랜 기간 연인관계를 유지한 대가 등 위자료 명목으로 내연녀가 5000만원을 요구하자 “그렇게 하겠다”며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5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먼저 1000만원을 내연녀에게 줬으나, 나머지 400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배신감을 느낀 내연녀가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허위 사실로 맞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판사는 “무고 범행은 피해자를 해할 뿐 아니라 국가의 형벌권 행사를 방해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는 공탁금 수령을 거절하며 피고인의 엄한 처벌을 진정했다”고 판시했다.

횡령 혐의 과징금 300만원 추징
광고 모델료만 수억원

그러나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범행을 시인하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자동차 정비업에 종사하며 산업훈장 등을 받았고 자동차정비 직종의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돼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제보자에 따르면 A씨는 2004년부터 내연녀와 교제를 이어오다가 2012년 다른 여성과 결혼했다. A씨는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도 관계를 지속했다. 뒤늦게 알게 된 내연녀가 격분하자 A씨는 5000만원의 위자료를 준다고 구두 약속 후 1000만원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내연녀가 아니고 결혼할 여성이 생겨서 좋게 떠나보내기 위해 준 것”이라며 “아내가 알면 힘드니까 그동안 함구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본인이 1999년에 세계 최초로 급발진 원인을 규명해냈다고 주장하면서 대중의 신뢰를 받았다. 실제로 공식적인 세계 최초의 규명 사례는 토요타 리콜 사태 당시 BARR그룹의 결함분석보고서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의 주장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재연 실험에 성공했을 뿐, 절차와 그 결과를 논문이나 보고서 등의 형태로 제대로 문서화, 체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ARR그룹의 보고서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ECU 오류의 원인을 명백히 밝혀내고 실험 과정과 그 결과를 명백하게 기록해 교차 검증할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 이슈가 잠잠해지자 최근 A씨는 연비효율 상승 장치 이른바, ‘자동차 와류기’ 실험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A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엔진 출력을 높이고 매연을 저감한다는 와류기 제품 5개를 나열하면서 효과 테스트에 나서기도 했다. 

급발진 전문
와류기 논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와류기는 공기 흡입량과 배출량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다고 소개되고 있다. 이 과정서 완전연소로 인해 출력이 상승하고, 배기가스의 원활한 배출로 인한 매연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와류기 제조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A씨가 주도한 5개 와류기 제조사 비교실험에 동참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실험 과정이 굉장히 비전문적”이라며 “와류기를 설치하기 전에 엑셀 페달을 강하게 밟고, 설치 후엔 살살 밟으면서 연비를 조작한 엉터리 실험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A씨는 명성을 이용한 과장광고를 통해 돈 버느라 급급하다”며 “주변인들의 채무 관계부터 정리하고 명장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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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8년 만에 다시 건넌 탄핵의 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발의하고 여당 의원 일부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낳은 국정 농단 사태의 ‘결정적 순간’이다. 8년 뒤 국회 본회의장서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시동이 걸린 탄핵 열차는 국회를 지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헌재의 시간이다. 두 번 만에 직무 정지 지난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해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200명 이상의 ‘가’표다. 범야권으로 분류되는 192표 외에 국민의힘의 8표가 필요했다. 이날 본회의서 나온 찬성 204표 중 국민의힘서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표결 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 수인 7명보다 많다. 기권과 무효표 역시 국민의힘서 나왔다고 계산하면 23명의 의원이 당론인 ‘탄핵 반대’와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정본과 사본을 각각 헌재와 대통령실로 보냈다. 14일 오후 7시24분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2시간여 만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는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온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리는 현재 내란 혐의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만일 야당의 탄핵소추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피청구인’이 된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에 달렸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명은 ‘대통령(윤석열) 탄핵’이다. 사건은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하겠다”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때는 63일, 박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헌재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기각하면 탄핵안은 즉시 파기되며 윤 대통령은 국정에 복귀할 수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이르면 내년 4월, 늦게는 8월에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 11일 만 국민의힘 이탈표로 가결 문제는 헌재가 현재 ‘6인 체제’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했지만 여야가 추천 인원수를 두고 다투면서 3명을 임명하지 못했다. 헌재법 23조1항은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7명의 출석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인 체제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헌재는 앞서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켰다. 그러면서 현재 6인 체제서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뿐만 아니라 헌재에 계류된 다른 사건의 심리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헌정사에 중요한 사건을 6인 체제로 진행하는 게 헌재 입장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인 체제로 결론을 내릴 경우 만장일치가 돼야 한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헌재를 ‘완전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당 몫 후보로 조한창 변호사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추천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한 총리가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 헌재로 공을 넘긴 정치권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0) 상태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이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된 이후 일주일 만에 가결로 결과가 바뀌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 돌입했다. 탄핵안 가결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의힘은 혼돈 그 자체다. 보수 진영 대통령이 두 번 연속 탄핵 심판대 위에 서게 되면서 ‘궤멸’ 위기에 직면했다. 끝까지 반성 없어 지도부 붕괴는 가시화됐다.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한동훈 대표는 직무 수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원총회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입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윤(친 윤석열)계와 당권을 쥔 친한(친 한동훈)계 간의 책임론 공방은 국민의힘을 극심한 내홍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가 갈등을 벌이다가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던 8년 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이후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간신히 회복한 국민 신뢰를 또다시 잃게 됐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11일 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보수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헌재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수사기관·정치권 등에 완전히 포위된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탄핵안 가결 이후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저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다.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숨통 죄는 내란 혐의 그러면서 자신의 국정운영 성과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당부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 배경인 12·3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국민에 대한 사과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이 제기됐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앞서 진행한 네 번의 대국민 담화서도 그는 모든 상황의 원인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표결 직전 11%까지 떨어졌다. 부정 응답은 85%까지 치솟았다. 긍정 응답은 6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헌재 탄핵 심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다 해도 국정 동력을 기대할 수 없는 수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도 16%에 그쳤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특검 등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현재 내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관련자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죄는 외환죄와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의 예외 범죄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서 그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4일 구속된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윗선’ 즉, 내란 우두머리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여당은 궤멸 직전에 몰려 헌재 9인 체제 결론 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명태균씨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몇 개월 새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이 민주당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명씨의 행보에 윤 대통령 부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 만에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야권은 공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 과반 의석(192석)을 무기로 윤 대통령을 압박해 왔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황서 윤 대통령은 더이상 거부권을 쓸 수 없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일부 국무위원과 군‧경 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도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안 가결 이후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 정지는 사태 수습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을 비롯해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태의 전모를 밝혀내고 처벌이 내려질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서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조기 퇴진 제안에도 ‘하야보다는 탄핵이 낫다’는 입장을 보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율사 출신인 윤 대통령은 직접 변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앞선 대국민 담화서 비상계엄의 당위성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헌재서도 자신이 왜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그 배경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이 과정서 표류할 ‘대한민국호’의 상황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짐으로 얹어지고 있다. 헌재 판결, 조기 대선 등 향후 이어질 정치 일정서 일어날 갈등도 국민에겐 피로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이 극복하긴 했지만 피로 지켜온 민주주의가 상처 입은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피해는 국민 몫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탄핵안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최대 8개월까지 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구될 계산서에는 얼마가 쓰여 있을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