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오스템임플란트 잔혹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25 20:05:03
  • 호수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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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5억원 횡령 알고도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 스템임플란트 엄태관 대표이사가 해임 위기에 놓였다. 앞서 재무팀장이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사건의 책임이 엄 대표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오스템임플란트 경영진이 재무팀장의 횡령 금액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 항목’으로 회계 처리했다고 봤다.

회삿돈을 횡령한 전 재무팀장 이모씨는 징역 35년의 중형을 확정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5년과 917억여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해고 위기

이씨는 2020년 11월∼2021년 10월 15차례에 걸쳐 회사 계좌서 본인 명의 증권 계좌로 2215억원을 이체한 뒤 주식투자와 부동산·금괴 매입 등에 쓴 혐의로 2022년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지난 2021년 10월 반도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 지분 7.62%를 당시 1400억원에 하루 동안 매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선 이씨를 ‘파주 슈퍼개미’로 지칭했다.

그러다 약 두 달 후인 지난 2022년 초 오스템임플란트 내부 직원이 회계법인 감사 중 1880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에 이를 고소했다.

그 결과 파주 슈퍼개미와 회삿돈을 횡령한 이씨가 동일 인물임이 확인됐다. 이씨는 횡령 적발 직전 동진쎄미켐 주식을 매도하고 금괴를 대량 매입 후 잠적했다가 며칠 만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 2021년 12월 횡령금으로 사들인 금괴 851개를 재작년 모두 확보했다.


그 중, 금괴 497개는 이씨를 체포한 지난 2022년 1월5일에, 금괴 254개는 같은 해 11일 이씨의 아버지의 주거지서 찾아냈다. 여기에 횡령 및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7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아내와 처제 명의로 매입하고 소유하던 상가 건물을 아내와 여동생, 처제 부부에게 한 채씩 증여한 사실도 밝혀졌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2년 1월 오스템임플란트가 공시하면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두 차례 공개매수를 거쳐 같은 해 8월 코스닥시장서 자진 상장폐지됐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의 횡령죄는 기본 5~8년, 가중처벌을 받으면 7~11년 정도다. 이씨가 확정받은 징역 35년은 최대 양형기준의 3배가 넘는다. 1·2심 모두 이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1심은 1151억여원을 추징하도록 했으나 2심서 일부는 추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917억여원으로 줄었다.

이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재무팀장 징역 35년 추징 917억원 선고
‘분식회계’ 대표 등 경영진 책임론 부상

범행에 가담한 이씨의 아내 박모씨는 징역 3년, 이씨의 처제와 동생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6개월을 항소심서 선고받고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의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진 상장폐지되면서 공시 의무도 사라졌다. 일각에선 이로 인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 경영진은 투자 손실 사실을 누락하고 현금자산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자행한 사실도 드러나 금융 당국의 사정권에 들었다. 


덩달아 엄태관 대표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엄 대표는 불법 주식투자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 등으로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받았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이번에 증선위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은 ▲주식거래 관련 과대계상 ▲횡령 관련 과대계상 ▲자료 제출 거부 등 3가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0년 9월 회사자금으로 주식을 매매해 151억31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된 회계처리를 누락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로 회계처리를 했다.

또 전 재무팀장 이씨가 개인 주식투자에 사용할 목적으로 회사자금을 횡령했음에도 이를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보유로 계상했다. 전씨가 수천억원을 횡령하는 과정서 회사 측은 2021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450억원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2022년 1월 처음 횡령 사실을 인지했다는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 횡령을 모른 채 회계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함께 최규옥 회장과 엄 대표 등을 검찰에 통보하고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더불어 엄 대표의 불법 주식투자 사실도 적발됐다. 

증선위는 지난달 13일, 엄 대표를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엄 대표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전에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매해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자진 상폐 공시 의무 없어
호재성 정보로 시세차익

오스템임플란트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1월 엄 대표의 약 1억5000만원 규모의 단기 매매차익 발생 사실을 통보받았다.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챙긴 단기 매매차익도 지난해 12월 전액 환수 조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엄 대표는 회계부서로부터 내부 보고를 받는 과정서 ‘영업이익 급등과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라는 호재성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배우자와 지인 명의의 차명계좌로 회사 주식을 매수해 거액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내부자 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수년간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매했을 뿐 아니라 소유주식 변동내역 보고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상장사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증권 거래에 이용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위한 차명계좌 이용은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또 임원 또는 주요주주가 회사 주식을 매매하면 그 내용을 5일 안에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매매한 주식을 6개월 이내에 거래해 얻은 단기 매매차익은 반환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상장사 임직원이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선 오스템임플란트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이 엄 대표에게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년째 재직 중인 엄 대표는 2017년 대표에 선임된 뒤 7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횡령 사고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주주총회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로 재선임돼 2026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끌게 됐다. 엄 대표는 2022년 직원 횡령 사고 당시 사과문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와 재발 방지대책 등 경영개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악재가 겹치는 과정서 엄 대표가 사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자 업계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사실상 기업 내부통제 관리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빨간불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 횡령 사건 이후 경영권 분쟁까지 발생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의 컨소시엄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지나 싶더니,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합병·매각설이 불거졌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증선위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에 관해 “검찰에 통보가 된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엄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같은 뜻을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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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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